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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봄 Nov 16. 2023

행복하려고 애쓰지 않기

가을이 겨울에게

90대의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인생은 행복한 게 아니다.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무언가를 하려고 발버둥 치는 거다. 행복이란 건 허상인데 다들 있다고 하니까 그런 게 있는 줄 알고 이루려고 한다. 나는 인생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10대부터 20대까지는 행복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 삶의 당연한 방식이라고 믿었어요. 그렇게 배웠으니까. 행복해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 '행복'이란 것은 지금 내가 원하는 어떤 '조건'들을 전부 달성하면 갖게 되는 보상이라고 생각했죠. '행복'을 원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처럼, 행복을 이루지 못한 것은 노력이 부족한 것처럼. '행복'이란 것이 마치 잘 정의된 사전 속 단어의 뜻처럼, 정해진 답이 있는 것 같았어요.



물론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의 가장 꼭대기에 올려둔 반짝이는 별처럼, '행복'은 쉽사리 손이 닿는 것이 아니었죠. 하지만 그것을 원하는 일을 멈출 순 없었어요. 모두 손을 뻗어 그것을 가지려 애쓰고 있으니까, 나도 뒤처져선 안될 것 같았거든요. 까치발을 들어보고, 팔을 있는 대로 쭉 내밀어보고, 깡충거리며 뛰어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행복을 추구했어요. 언젠가 그곳에 닿을 수 있을 거라 믿어야만 했어요.



가끔, 진짜 '행복'이란 게 뭘까? 다들 '행복은 이렇게 하면 가질 수 있어'라고 말하는 그 정의가 진짜일까? 의아한 순간들이 있을 때면, 고개를 흔들어 떨쳐버리려 했죠. 만약 이제껏 믿어온 '행복'이 진짜가 아니라면, 지나온 시간들이 허무해져버릴까 봐.




하지만 자그마한 균열이 거대한 벽을 무너뜨리듯, '행복에 대한 의심'은 점점 세력을 넓혀갔어요. 결국, 30대의 삶은 '진짜 행복이란 뭘까'를 찾아 헤매는 탐험으로 채워졌죠. 세상과 어른들이 말하던 '행복의 조건'들 말고,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어요.



이상했거든요. 내가 '행복의 조건'이라고 배웠던 것들을, 애써 모아 퍼즐을 완성시켰는데도 '행복하다'라는 실감이 나질 않았으니까. 타인의 인정과 부러움을 마주할 때마다, '행복해야 하는데 행복하지 않은 내가 이상한 걸까'라고 묻고 있었거든요.


결국, 처음부터 시작해야만 했어요. 그동안 애쓰고 애써 얻었던 것들을 전부 내려놓고, 0부터 다시 시작했죠. 그리고 그제야 제대로 알 수 있었어요.


'행복'이란 건 어떤 시험들을 통과하면 얻을 수 있는 메달이 아니라는 것을.




'행복한 삶'이란 것은 오늘부터 시작해서 몇 년 뒤까지 쭉 이어지는 것이 아니죠. '행복'은 마치 빠르게 달리는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창밖의 스쳐간 가로수처럼 찰나에 불과해요. 우린 그저 잠시 행복에 닿았다가, 멀어지고, 다시 닿으려 할 뿐이니까.


게다가 '행복의 정의'는 세상의 셀 수 없는 사람들의 수만큼 동일하게 존재하잖아요. 나의 행복이 당신의 행복과 완벽히 같을 수 없으니까. 그러니 우린 '각자의 머릿속에 있는, 자신만의 상상 속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거죠.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조차 무의미해요.




고민이 가득한 당신의 짧은 메일을 받고, 오늘은 종일 '행복하게 산다는 건 뭘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오늘 하루 안에서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관찰했죠. 때때로 행복하고, 사이사이 고민하며 지낸 하루. 아마도 우리의 하루는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요?


행복하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행복만이 옳은 것이라고 여기며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잖아요. 어차피 삶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밀물과 썰물처럼 오고 가는 바다와 같아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파도를 타는 요령일테니까요.


가을이 겨울에게. 일상 에세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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