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도화지 위에 새파란 점 하나를 콕 찍는 것처럼, 도드라지는 첫 번째 기억. 오늘은 그런 경험 하나를 더하고 왔어요. 바로 인생 첫 마라톤.
어쩌다가 마라톤을 뛰게 되었는지. 자그마한 어린아이였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신기한 일이에요. 걷는 것은 좋아해도 달리는 것은 싫어했던 십 대 시절. 다 같이 모래 날리는 운동장을 열 맞춰 달리거나 줄넘기 시험을 보는 것은 재미라곤 없었거든요. 촌스러운 디자인에 재질도 별로인 체육복을 입고, 햇볕 아래 서있는 것은 영 내키지 않는 일이었죠.
그러니 체육을 싫어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해준다면, 절대 믿지 않을게 분명해요.
'넌 마라톤에 나가게 될 거야. 매일 아침 즐겁게 달리는 어른이 될 거야.'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 사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거야?'라는 표정으로 뒷걸음질 치지 않을까.
서른몇 해, 인생의 첫 번째 마라톤에 참가하러 가는 이른 아침. 달릴 채비를 단단히 하고 하나둘 씩 모여드는 러너들 사이에서, 준비운동을 하며 생각에 잠겨요.
' 결국, '나'라는 존재가 어떤 사람으로 완성될지 예측불가하다는 게, 인생의 묘미일까? 수백 명의 사람들과 파이팅을 외치며 우르르 달려 나가는 게 이렇게 설레다니! 인생은 알 수 없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