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세금, 통장 잔고 0

25% VAT 폭탄

by 김희욱

행복이 곧 수익이 될 거라는 기대감


코펜하겐시의 인정 덕분에 1년 동안 행복 배달 프로젝트를 즐겁게 했습니다. 저는 1년 동안의 행복이 어느 정도의 수익으로도 이어질 거라 기대했습니다.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페이스북에 호떡 자전거 위치를 공지했습니다. 공지 글을 보고 찾아온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더더욱 즐거웠습니다.


당일 호떡 판매 개수보다는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가 중요했기에 길거리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했습니다.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조금씩 많아지는 것을 보며 자전거 위에서 소개하는 호떡도 많이 팔릴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당시, 호떡 가격은 한국에서 판매되는 가격과 현지 물가를 고려한 20 DKK(약 4,000원)였습니다. 날씨와 계절에 따라 판매 개수가 달랐지만 손님이 지불하기에는 적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자전거에 반죽 보관 공간이 없어 하루 판매량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날씨 좋고 유동인구가 많은 자리에서는 재료가 조기 소진되어 기분 좋게 조기 퇴근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디스플레이 호떡

덴마크에서 만난 '호떡 공동체'


처음엔 혼자 시작한 프로젝트였습니다. 하지만 워킹 홀리데이로 덴마크에 온 한국 동생들이 프로젝트 소식을 듣고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들은 시간이 될 때 돌아가며 일손을 보탰습니다. 덕분에 외롭지 않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물가 비싼 덴마크에서 귀한 시간을 내어준 친구들이 고마웠습니다. 그들은 팔에 기름이 튀지 않도록 손수 앞치마와 팔토시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추운 날에는 커피 한 잔을 사 와 마음을 녹였습니다. 한 친구는 저도 쉬어야 한다며 직접 호떡 자전거를 끌고 나가 하루의 휴식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일을 도와준 친구들과는 매일이 아니었지만, 마감 후 함께 남아 간단한 저녁을 나누었습니다. 남는 돈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손님이 없을 때는 친구들과 덴마크 일상 이야기를 나누고 손님들이 찾아오면 호떡을 소개하고 한국&덴마크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은 행복했습니다.


호떡 노점은 자릿세가 없었고 인건비도 들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큰 부담 없이 운영했습니다. 당일 매출이 좋으면 프로젝트가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었습니다. 1년 이상 지속될 거라는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호떡 공동체

벼락 맞은 연말정산 (VAT Shock)


하지만 이런 기대감이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당시 프로젝트 허가를 위해 덴마크 친구 이름으로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그 친구가 연말에 세무청으로부터 받은 우편을 갖고 저를 찾아왔습니다.가가치세(Moms)를 납부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덴마크는 노점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경우에도 부가가치세 납부 의무가 있었습니다. 표준 부가가치세율은 25%입니다. 다른 EU 국가와 달리 음식에 대한 인하된 세율도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듣고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하루 영업 후 저녁을 먹고 생활비를 쓰고 나면 남은 돈이 거의 없었습니다. 세무청 메일은 마치 벼락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덴마크 사업에서 가장 간과하기 쉬운 재앙이었습니다. 매출액 전체를 순이익처럼 착각했던 것입니다.


우편 메일을 보고 손님이 낸 금액 중 25%는 '내 돈'이 아니었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순간 빚더미에 앉은 것 같았습니다. 친구와 함께 1년 동안의 총매출액을 계산했습니다. 호떡 판매 수익으로는 납부가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가이드&통역 아르바이트로 벌어놓은 돈까지 모두 사용하였고 덴마크 은행 통장 잔고에 남는 돈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덴마크 부가가치세 산정표

통장 잔고 0, 그리고 새로운 복선


수익을 목적으로 한 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 저축했던 돈까지 모두 사용하자 공허함이 찾아왔습니다. 이런 결과로는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1년의 프로젝트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부모님께 덴마크에서 노점 장사를 했던 일을 처음으로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동안 부모님의 걱정과 잔소리가 두려워 취업 준비를 한다는 핑계를 댔습니다.


유학 후 진로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대가 있으셨던 부모님이었습니다. 하지만 1년간의 여정은 두 분에게도 놀라운 이야기였습니다. 부모님은 비자 남은 2년 동안 취직을 잘 하라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 머릿속은 복잡했습니다. 1년으로는 너무 짧은 프로젝트였습니다. 힘들게 만든 호떡 자전거 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문제였습니다.


이제는 낯설게 느껴졌던 호떡을 사람들이 돈 주고 사 먹는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포기하기에는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돈을 못 벌면 프로젝트 지속이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친구 이름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그 친구에게 세금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다 비행기에서 마주한 충격적인 뉴스가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을 모두 뒤덮어 버렸습니다.

통장잔고 0 사연이 소개된 JTBC 톡투유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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