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며 위로받은 날 보낸 편지 _ 첫번째
공항으로 가는길은 멀구나.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게 여행인 것 같아. 언니가 공항 까지 배웅해준다고 함께 움직이다가 네비의
오류인지, 초행길이라 그런 건지 1시간가량 헤매다 결국 택시를 타고 공항에 갔어.
뒤에 앉은 현호는 답답했는지 ‘아휴’하다 가만히 있더라고 언니는 마음이 더 안 좋았겠지 싶어..
난 별로 크게 개의치 않았는데 말야.. 그러고 보면 떠나는 사람이 남는 사람보다 한결 가벼운듯해... 어렵게 도착한 공항에서 발권하고 시간이 남아서 그동안 몰랐던 배고픔이 느껴지더라고.. 평소엔 잘 먹지 않던 햄버거가 눈에 들어와서.. 발길을 그곳으로 향했어..
한입 베어 물고 속으로 내심 생각했던 사람들의 응원 메시지가 없어 혼자 하는 여행의 쓸쓸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애...
이렇게 쉼의 공간 속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어
제주항공은 생각보다 비좁았어.
내 배낭이 큰 거였을까 짐칸에 안 들어가더라고.. 결국 그 비좁은 좌석 앞에 껴안고 앉을 수밖에 없었어
옆에 중년의 잘 나이를, 세월을, 먹은 아주머니는 이렇게 가야 하는 내가 마음에 쓰였는지.. 좁은 비행기를 탓하시더라고.. 껌을 주시면서..
비행시간은 예정대로 제주공항에 도착했고, 이 여행이 나에게 줄 것은 무엇일까? 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담아 올까?라는 생각이 잠시 스친 후 공항을 빠져나왔어..
눈앞에 보이는 하늘이.. 이제 숨 쉴 준비됐어?라고 묻는 듯했어..
혼자 움직이는 약간의 쓸쓸함과 함께 미리 예약해둔 숙소로 향했어..
미리 예약한 숙소가 있어서, 어딘가 내가 갈곳이 있다는 건 낯선 여행지에서는 큰 힘이 되는 것 같아.
제주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성산일출봉 까지는 2시간 이상이 소요되더라고..
이건 고려하지 않은 탓에 숙소에 도착하면 숙소 주변을 둘러볼 계획했던 건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어.
생각보다 방이 크고, 인터넷에서 본 이미지 보다는 깨끗하지 않았어..
상상했던 성산일출봉이 방에서 보이기는 했는데.. 시골의 밤은 역시 도시의 밤보다 어둡더라구.. 그 시간에 보이는 건 성산일출봉의 실루엣만 들어왔지만,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트이는 것 같았어..
낯선 공간은 서서히 밤으로 향했고, 내일 위해 잠을 청하며,
이렇게 시작하는 여행에 숨을 고르게 쉴 수 있을 것만 같아...
9월 21일 H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