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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감자 Aug 30. 2015

그래, 제주올레길 1코스 야  

걸으며 위로받은 날 보낸편지  -두번째

생각보다 베낭이 너무 무거워

새벽내 비가 왔나봐.. 일출을 볼려구 일찍 눈을 떴는데.. 하늘이 잔뜩 흐린상태였어

오늘의 일정이 어긋나는건가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지만, 여행의 일정은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된다는

생각으로 타일렸어.. 어떻게 움직일까? 원점으로 돌아갔지..

길위를 걷는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신고를 하고싶었어. 성산일출봉 정상에서 일출을 보면서...

비록 떠오르는 해는 볼수없더라도, 하늘은 보겠지 싶어 일정대로 움직이기로 했어..

숙소 뒤에 바로 성산일출봉이라는 좋은 입지조건으로 선택한 숙소의 위치는 그나마

위로가 됐어... 막상 밖으로 나와보니 하늘에 구름은 많았지만, 비는 안올것 같았어

성산일출봉은 예전 수학여행으로 왔던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영상들이 떠올려지지

않더라구

세월이 그렇게 흐른걸까 ? 하는 생각으로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어..

일출을 기대한 사람들인지 아님 나와 같은 생각으로 오르는 사람인지 생각보다 많이 보였어.

숨이 턱턱 막히는 길을 제주바람으로 해소하며, 제주의 바다를, 제주의 하늘을 담을수 있었어..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 큰 감동을 이였을까?

 

정상에 오를때쯤 구름은서서히 걷히고, 붉은 색이 바다의 끝트머리에서 깔리기 시작하면서, 일출을 보기 좋은 일출포인트에 사람이 모이더라구.

이렇게 맞이해준 제주의 하늘이, 제주의 바다가 감사했지..

다 잘될꺼라고

어렵게 내린 결정에 대해서 다시 잘했다 칭찬하면서 다 잘될꺼라는 주문을 했어..

어느때 보다도 가벼운 마음으로 숙소에서 배낭을 꾸리고, 아쉬움 없는 성산일출봉의 일박을 마무리짓고, 다음일정으로 발길을 돌렸어

어제 미리 파악해둔 버스정류장으로 향했고,  버스가 보이기 시작해서 배낭의 짓눌림은 이때까지 느끼지 못하고 마구 뛰어서 탔어.. 차비를 내려는 순간 잔돈이 없는거야..낭패였지

주머니에 있던 모든 동전을 모아 모아본 결과 900원, 어쩔수 없이 만원을 미안한 맘으로 내밀었어..

다행히 그냥 타라고 하시더라고...

그 배려가 감사해서 였을까...제주의 버스 풍경은 훈훈하게 느껴졌어.  

내리는 사람도, 운전하는 사람도, 타고 있는사람도, 편안해 보였어.

시흥초등학교에서 하차한후 1코스 시작점을 발견하고, 시흥초등학교의 모습을 담고 싶어서 학교로

향했어.. 신종플루 때문에 교문에 들어서면서 열체크를 한후 교실안에 들어갈수 있었나봐..

체크하는 선생님보다 먼저온 아이들은 일렬로 교문앞에서 기다리고 서있었는데,

낯선 관광객에게 인사하는 아이들이 너무 이뻤지..

시흥초등학교

시골초등학교에서의 아릿함도 느껴보고.. 아직 아침에 불과한데 많은걸 담고 있는것 같았어.

여행자는 모든걸 만끽하고 새로운 풍경 담을 의무만 있는듯한 착각이 들었어.  


1코스의 시작점에 들어섰을 때,

 

1코스 시작점

자연스럽게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먼저 나온것 같애. 하늘에 감사했어..

마음으로 걷는 길이라는 올레길을 내딛기 시작했지

하지만, 이런 고상한 마음은 잠시..현실은 무거운 배낭으로 인해 짓눌린 어깨를 참기 힘들었어

처음 느껴본 배낭의 무게는 낯설음이였고, 내 저질체력이 버틸까 의심스럽게 시작한것도, 고작 5분정도 지나서 오더라고..

어깨의 고통으로 배낭을 다시 정리하고, 다시걷고, 다시 정비하고 그렇게 처음의시작은 짓눌림에

익숙해져가야하는 시간이였어

첫 번째 오른 말미오름 위에서 깊은 땀방울은 바람에 씻기고, 시야는 쭉펼쳐진 풍광으로 가득가득 차오르고,

눈에선 마음의 눈물이 흐리고...

하늘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감사의 연발이였어.. 이렇게 허락되어진 시간이.

방목을 해서 키우는 소,말들이 말미오름에선 소를 만나고, 알오름에서는 말을.. 공통점은 사람들에 놀라지 않는다는거 자기들 할일 풀 뜯어먹기에만 집중하더라구  

누군가에겐 치유의 길인 누군가는 생활의 공간이기도 하고, 생활과 치유는 함께 공존함을 새삼 느끼며 걸었어.

배낭의 무게로인해 난 다른 올레꾼 보다 많이 느려..

아줌마들의 친근성은 참 대단하다 싶었어.. 나에게 부족한 친근성을 배워야 할텐데..

나름의 이유로 길에 나선 두분, 공통점은 해방 이라는 거야 밥하는 것으로부터.. 너무나 지극히 일상적인 부분으로부터 느끼는 해방이겠지 싶어

또다시 혼자되어 걷기 시작해서 짓눌리는 배낭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어

누가 싸준것도 아니고, 내가 필요함을 느껴서 내가 꾸린 배낭으로 오히려 지금 힘들어 하고 있다는 생각에 순간 놀랬어. 인생도 내 모습도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가 책임져야할 부분이란걸 길위에서 또 느꼈지.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쉬는 시간이 점점 많아 진듯해..

아무래도 배낭의 무게를 감당못할것 같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스물스물 자리잡으면서 한발한발 내딛고.



성산갑판 쪽에 들어서는 길의 표시가 애매하게 되어있어서 파란색만 보고 항구로 잘못 걸어가고 있더라구.

아무리 봐도 길이 아닌듯해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내뒤에 따라오던 연인인지 신혼부부인지..

길을 일려주더라고,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그들 뒤를 따랐지.






 

가장 헛갈리는 길은 여기서부터 였던것 같애. 항구주변이라 그런지 유독 파란색이 많았어.

초콜릿을 까먹다 파란색을 보고 잘못든길을 찾기도 했으니..

거의 막바지에 다올수록 체력의 한계도 극에 달했었어









좀더 많이 쉬기를 반복하고, 드디어 광치기 해변에 들어섰고, 끝이 보이기 시작했어

끝지점이 생각보다 칭찬이 안되어 있어서 약간의 실망감이 들었어.

끝지점과 동시에 새로운 출발점이기도한 표지판하나 였거든..

철저하게 혼자만의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에게 칭찬해주는 방식같기도했어..

누군가에겐 끝이고, 누군가에겐 시작인..인생과 너무나 흡사한 표지판이였던것 같아..

세상은 양면성을 띤 구조이니깐..

너무 힘들어서 1코스 완주가 실감나지 않았어.. 잘했다 잘했다.. 칭찬은 했지만..



우선 끝지점에 설치된 음식점에서 그리도 먹고싶었던 성게국수는 아니지만,

성게칼국수를 시켰는데 기대했던 맛보다는 그냥 그랬어..

피곤해서 였을까 .. 그릇을 다 비우지 못하니깐  제주할망은 맛이 없냐고 안쓰러워 하더라구  

여기서 난 또 선택을 해야 했다는거, 숙소를 정해야 했거든..

잔꾀가 난걸까 처음 가방을 메고 코스를 완주하겠다는 각오에서 배낭을 두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떠날지 않더라구..베낭을 해결해 줄수 있는 숙박이면 난 무조건 OK 였을 거야

책자에 나온 소라성 민박에 코스만 보고 정했어

오직 배낭만 생각하고 !!


의외로, 숙소는 최고였어.. 바로앞이 바다였거든..

창문을 열면 쉴새없이 파도소리가 들려와.

이런마음도 잠시 내몸은 정상이 아니였어. 어깨는 거의 쓸수가 없을정도로 통증이 느껴졌고,

속은 계속 불편하고, 발바닥,다리, 안아픈곳이 없었어.

계속해서 통증난곳에 파스를 뿌려 됐지.. 근데 문제는 통증보다 속이 탈이 난거야

더위를 먹은데다 먹은 칼국수가 문제인듯 싶었어.

변이 나와야 하는데 안나와서 식은땀으로 온몸이 적셔본 경험을 왜 하필 혼자여행

떠나온곳에서 하는지.. 운수좋은날 이란 소설이 왜 떠오르는건지..

그후 계속 되는 설사와 아무것도 먹지못한 허기짐으로 기력은 바닥이였어.

잠도 뒤척이고, 무지 괴로운 하루가 가고 있었어.

생각했던 올레길위에서는 나는 분명 아니였어. 오늘 걸으면서 분명 다짐한것은 생활에

무뎌지지 말자였어

늘 감사하면서 달라진 하루를 맞이하는거..

그래도 감사한 하루였지.. 숙소에 오기전 까지는..


9월22일 H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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