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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oma County 짧은 여행 1

일상과 여행의 조화 - skatebard park, vegan food

by 행복한가영


와인의 천국 소노마 카운티에서 하루를 보낸 적 있나요?


소노마 카운티는 나파 밸리와 달리 아기자기하고 마을 느낌의 와인도시이다.

보통 한국 사람들이나 미국에 짧게 여행하는 분들은 나파밸리가 워낙 크고 유명하니까 그쪽으로 여행을 많이 간다. 우리도 물론 나파밸리부터 와인 트립을 다녀오긴 했다.

우리는 2박 3일의 짧은 여행을 계획하며 근처에 가보지 않은 여행지를 가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있어서 와인이 있는 곳은 피하는 중이었는데 지난번에 소노마 카운티에 있는 사파리 월드를 잘 다녀와서 이번엔 로드 트립으로 계획을 짜 보았다.


880 고속도로를 타고 위로 쭉 올라가면 오클랜드를 지나게 된다. 그저 고속도로에서 보이는 오클랜드지만 다른 도시와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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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지대가 있는 오클랜드. 이미 안 하는 공장인지 아직 유지 중인 공장인지 모르겠지만 벽과 곳곳에 그라피티가 가득하다.

이 근방의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 중 하나일 것이다. 이곳을 지나가보면 큰 복권 전광판이 보인다.

돈의 심리학을 읽어보면 오히려 하위층에서 로또를 사는 평균값이 높다고 나오는데, 그래서일까?

복권계의 제일 큰 손이니 광고도 크게 하는 걸지도 모른다. 물론 나도 산다.

그런 전광판을 보면 꼭 산다. ㅎㅎㅎ


열심히 달려서 소노마 근처의 다운타운으로 왔다.

요즘 아이가 스케이트 보드에 빠져있어서 일단 스케이트보드 파크로 가보기로 했다.

미국은 이런 공원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다가 여행 중 일상의 취미를 더하는 것은 여행과 더욱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


젊은이들의 성지 답게 역시 멋진 그래피티가 함께한다.

이곳의 스케이트 파크는 우리 동네와 확연히 다르게 너무 좋았다!

여러 기술을 사용해 볼 수 있도록 나온 구간과 기초자들도 사용할 수 있는 곳들, 그리고 무엇보다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과 밤까지 불이 켜진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밤이 될 때까지 연습을 거듭한 아이를 보며 주민들도 왔다 갔다 했는데 아직 초보인 우리 아이를 보며 도와주시고 개인 교습도 시켜주셨다.

우리나라에도 정이 있다고 하지만 미국의 정은 정말 따라가기 힘들다고 느꼈다.

이렇게 친절할 수 있을까!

아이가 좀 더 빠르게 받아들였으면 좋았을 텐데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똑같은 말을 하는데 제자리인 모습이 초큼 안타까웠지만,

그 역시 아이의 속도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밤이 늦어지면서 추워지자 우리는 운동을 접고 근처를 구경했다.

이 옆은 세련된 느낌의 마켓 플레이스가 있는데 좀 늦게 갔더니 식당 외에는 안 하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올리브 오일을 사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너무 안타까웠다. 집에 오는 길에 들를 수 있냐고 물어봤지만 다른 길로 간다는 남편… 아쉽구먼.


인테리어로 오크 통을 멋지게 쌓아 두었다.




곧 저녁 식사 예약을 해둔 곳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우리의 첫 비건 식당이었는데 오기 전에 예약을 하면 미리 전화를 주시고 메뉴를 먼저 주문해 놓는 시스템이었다.

우리가 예약을 하며 미리 음식을 주문해 두었지만 비건 음식은 처음이라 메뉴를 보고도 어떤 음식인지 잘 상상이 안 되었다.

그래서 대중적이라 생각한 버섯 라비올라, 그라탕, 치즈 플레터 등등을 시켰다.


미국 식당의 즐거움과 특별함




우리는 대식가라… ㅎㅎ 총 5가지 음식과 3가지 디저트를 시켰는데 이걸 다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 물론 여기 말고 다른 곳을 가도 종종 물어본다..ㅠㅎㅎ

비건 음식인데 대중적으로 너무 맛있게 조리해서 그런지 우리의 첫 비건 음식으로 아주 성공적이었다.

음식점 사장님도 이곳은 비건이 아닌 분들도 오시거나 우리처럼 처음 접하는 분들도 아주 만족한다는 말씀을 덧붙여 주셨다.


특히 이곳의 특별함이 더 했는데, 처음에 들어가고 나서 조금 기다리게 되니, 아주 친절하게 웰컴 드링크와 치즈 등등을 주셨다.

그런데 이 치즈와 와인은 다 소노마에서 만들어지는 지역산이라고 하셨다.

아주 자긍심을 가지는 부분을 보며 역시나 지역 상품에 자신을 가지고 사랑하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고 느꼈고, 우리나라도 그런 특산품이 잘 생성되기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외국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더니!)


너무나 고소한 치즈와 맛있는 와인을 마시고 있자니, 바에 앉아계시는 노 부부가 말을 걸어주셨다.

우리 보고 일본인이냐고 물어보셨는데 아마 이 노부부 시대에는 일본인들이 제일 유명할 테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시대상과 세대를 생각한다면 전혀 차별로 느껴지지 않음)

그리고 아시아인을 차별한다면 아예 말을 안 걸고 무시할 텐데 우리에게 말을 걸고 싶어 하는 모습이 계속 보이신 귀여운 할머니셨다. ㅎㅎ

그래서 어디서 왔다고 말을 해주니 아주 친절하게 이곳에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을 열정적으로 추천해 주셨다.

우리는 딱히 장황한 계획을 세우지 않아서 그런 추천들이 너무 감사했고, 아까 스케이트 보드 파크의 친절한 분들 만큼이나 이분들도 친절한 오지랖이었는데 아무래도 이 동네 특유의 분위기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또 아시아인들이 거의 없기도 했고 이 식당은 특히나 아시아인이 전무했다.

정말 전형적인 미국의 문화가 깃든 식당 같았다.

곧 새로운 자리를 안내받은 우리는 조금 기다리자 음식들이 계속해서 나왔다.

예쁜 접시에 정성 들여 만들어진 음식을 보자, 와인이 절로 생각났다.


그래서 와인을 마시고 싶다고 미리 와인을 예약하지 않았는데 괜찮냐고 물었더니

추가로 가능하다고 해서 마시기로 했다.


무슨 와인을 줄까? 물어봤는데 사실 술을 잘 모르는 우리 부부는 약간 드라이하고 살짝 단 맛을 원한다고(과일향) 말했더니 아주 많은 와인을 가져와서 테이스팅을 해주셨다!!

계속해서 식당 한 쪽에 쌓이는 와인병들. 다 조금씩 맛을 보게 해주셨다.


계속 우리의 취향을 찾도록 해주시는 분 덕분에 우리는 샘플로 취할 것 같았다. ㅎㅎ

그래서 스탑을 시키고 이 중에 맛있는 것을 시키기로 했다. (사진에 없는 와인인 듯.. 기억이 안 난다. 너무 취했다)

특이한 점은 다 이 근처에서 생산되는 와인만 취급하신 다는 점이었다. 너무 좋아!

꼭 유명하고 전 세계로 납품하는 게 아니더라도 지역 와인이 소량일 뿐 정성 들인 와인의 맛을 즐길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과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디저트도 시켰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나왔다.

아마 미리 주문해놓지 않은 건 새로 하느라 오래 걸리는 것 같았다.

오래 걸린 덕에? 술을 다 깨고 디저트까지 잘 즐기고 나왔는데 전체 가격은 미국 물가치고 생각보다 많이 안 나와서 더더욱 즐거운 저녁 식사였다.

정말 오랜만에 느낀 또 가고 싶은 식당이랄까?


역시 사람이 인생을 즐겁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다.


호텔로 들어가서 내일을 위해 잠을 청했다. 내일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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