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루시아 도르트문트'라는 팀이 있습니다.
1909년에 창단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팀이자 독일을 대표하는 명문 클럽입니다.
우리나라의 이영표, 지동원, 박주호 선수가 뛰었던 팀인데요, 노란색과 검은색이 섞인 유니폼으로 '꿀벌 군단'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팀을 상대로 많은 골을 넣었던 손흥민 선수를 일컬어 '양봉 업자'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이 팀에 대해 관심을 가진 건 01-02시즌, 그러니까 제가 막 수능을 치고 나포리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그때였네요.
당시 해외축구를 중계해 주던 방송사가 없어서 스포츠뉴스를 통해 하이라이트만 접할 수 있었는데, 그때 UEFA컵(현재의 유로파리그)결승전에서 네덜란드의 페예노르트와 맞붙은 클럽이 바로 도르트문트였습니다.
관중석을 노랑-검정으로 가득 메운 도르트문트의 팬들. / 사진 출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터 홈페이지
경기는 페예노르트의 홈구장인 '더 카윕'에서 벌어졌지만 관중석을 노란 물결도 가득 메운 도르트문트의 팬들이 뇌리에 강력히 남더군요.
그 이후로 소위 말하는 도르트문트 '덕질'을 시작했습니다. 98년 월드컵 이후 해외축구에 관심을 가지긴 했지만 좋아하는 팀은 없었기 때문에 도르트문트는 제가 응원하는 제1호 해외 클럽이 되었지요.
하지만 제가 처음 봤던 도르트문트의 모습이 그들의 마지막 전성기였습니다.
몇 차례의 리그와 1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평균 관중 88만 명을 동원하는 팀 치고 성적이 점점 나빠졌지요.
더불어 저의 축구에 대한 관심도도 점점 멀어졌습니다. 축구에 제일 빠져들 수 있었던 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군대에 있었지요.
제대 후 처음 맞이한 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강구안에서 펼쳐진 거리 응원에 친구들과 함께 갔지만 축구를 분석하며 보는 제 성격에는 맞지 않았어요.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통영컵 국제 축구 대회' 덕분에 몇 개의 경기를 챙겨보기는 했습니다. 기억나는 건 우리나라의 전북 FC와와 일본의 오이타 트리니티의 대결이었는데요, 국제 축구 대항전을 지방 도시에서 보는 게 쉽지 않았던지라 저에겐 신기한 경험이긴 했지만 아시다시피 그 대회도 오래 이어지진 못했습니다.
그러다 2010년대 이후, 도르트문트는 지금은 리버풀FC의 감독으로 재직 중인 위르겐 클롭의 부임 후 다시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하는 등, 명문 클럽으로의 부활에 성공했습니다.
더불어 도르트문트 팬들의 스펙터클한 응원도 유튜브 등 동영상 매체의 발달 덕분에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 도르트문트 응원 영상
https://youtu.be/HCNm5EPTFDo?t=3m21s
위의 영상들을 보고 도르트문트에 직접 가서 저 팬들과 함께 노란 물결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저에겐 하나의 소원으로 자리 잡게 된 거지요. 하지만 독일 여행이라는 게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퇴사를 하고 퇴직금을 받았기에 돈과 시간은 있었지만 한 번도 해외여행을 한 적이 없는 데다 비행기 공포증이 있는 저에겐 무리였던 일이었지요. 거기다 도르트문트는 워낙 인기가 많은 구단이라 독일까지 가더라도 표를 구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전 칼럼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결국 독일행을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독일에 가서 어떻게 표를 구하고 도르트문트까지 갔는지와 통영과 축구 이야기를 조금 더 풀어보는 이야기는 이후 칼럼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역시 좋아하는 축구에 대해 말하다 보니 끝없는 이야기가 쏟아질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