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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거시기 Jul 26. 2018

통영과 대중문화 #3

축구로 시작된 독일의 맥주 여행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원래 맥주를 많이 마실 생각은 없었는데 맥주 가격이 워낙 저렴했습니다.

흔히 "독일은 물 보다 맥주가 싸다"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랬지요. 심지어 화장실 이용료보다 저렴한 맥주도 많았습니다.

저와 비슷한 시기에 베를린에 머무르며 '베를린 일기'라는에세이를 쓰신 최민석 작가님의 말마따나 '오줌 값 보다 저렴한' 맥주를 마시고 또 마셔 댔습니다.

그렇다고 빈속에 많은 맥주를 마실 순 없어서 독일 맥주와 잘 어울리는 안주를 수소문해봤습니다. 원래 맛 집이나 먹거리를 즐기지는 않는데요.(그래서 통영 여행 가는 지인들이 맛 집을 물어볼 때마다 난감합니다)

그래도 해외에 왔으면 그 나라만의 고유 음식을 먹는 것이 여행지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문화적인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통영에 오면 꼭 통영만의 음식을 먹는 것처럼 말이지요.

맥주와 잘 맞는 안주의 구성을 "맥주 페어링"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페어링 자체가 맥주에만 쓰는 용어는 아니지만 다양한 맥주가 인기를 얻는 요즘이라 맥주 분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통영에서는 맥주보다 소주를 자주 마셨고 안주는 보통 무전동에 있는 술집에 가서 어묵탕이나 한치 같은 걸 자주 먹었으니 이건 소주 페어링이라고 해야 할까요?

뭐 아무렴 어떻습니까. 아무튼 그렇게 맥주 페어링을 찾다 보니 ‘커리부어스트’ 라는 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라 매우 기대를 했습니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부담도 없었지요. 하지만 짰습니다. 너무 짰어요. 국내에서 먹는 소시지보다는 3배 정도 짠 것 같았습니다.

경상도 음식이 짜다고 하지만 독일 음식에 비하면 싱거웠어요. 이후에도 여러 독일 음식에 도전해 봤지만 하나같이 다 짰기에 결국 포기하고 한국에서도 거의 가본적 없던 서브웨이를 갔습니다. 아무래도 독일 음식은 제 입맛엔 맞지 않는 것 같네요.

서브웨이, 길거리에서 파는 샌드위치, 그리고 숙소에서 요리해서 먹는 저만의 메뉴들이 베를린에서의 주식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베를린 에서만 있었던 건 아니고 프라하, 드레스덴을 거쳐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이역만리 독일까지 왜 왔는지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맞습니다. 축구. 오로지 축구. 그것 때문이었지요.

그러면 맥주 이야기는 이만하고 다음 칼럼에서는 독일의 국민 스포츠이자 우리 통영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구기 종목인 축구에 대한 얘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출처 : 미디어스 통영(http://www.mediaust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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