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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거시기 Jul 26. 2018

통영과 대중문화 #2

퇴사 후 여행을 가려고 했습니다. 그 행선지가 독일이 될 줄은 몰랐지요.

원래는 오키나와에 가려고 했습니다. 첫 해외여행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모험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요. 오키나와에는 지인이 살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오키나와와 통영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더군요. 오키나와에도 바다가 있고 통영에도 바다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자연환경을 감상하기 위해 어디 여행을 가는 성격이 아닌 것도 한 몫해서 결국 행선지를 독일로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독일이냐? 라고 물으신다면 대답할 게 한 가지 밖에 없습니다.
‘축구’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입니다.

특히 우리 통영은 김도훈, 김민재, 김신, 김종부, 김호, 김호곤, 최덕주 등 많은 축구인을 배출해내기도 했지요.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땐 제 모교인 통영초등학교와 유영 초등학교의 라이벌전은 정말 치열했습니다. 응원하러 공설운동장에 갈 때부터 전의를 불태우고는 했었지요.
그러고 보니 한때 통영컵 국제 축구대회 라는 국제 클럽대항전도 있었습니다. 국제축구연맹(피파)에서도 공인했던 대회였는데 제 기억이 맞다면 K리그 최강팀 중 하나인 전북 현대와 J리그의 오이타 트리니티 의 경기를 봤던 기억이 있네요.

요즘은 김종부 감독님이 이끄는 경남FC의 선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축구와 분데스리가에 관해선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그건 다음 편에 쓰기로 하고 독일 맥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독일하면 맥주, 맥주하면 독일” 이라고 하죠. 여행 때 독일의 대표적 항공사인 ‘루프트한자’ 를 이용했습니다. 거기서 맥주가 무료로 제공되는 점을 악용해 꽤 많은 양을 마시고 쉴새 없이 마주치는 난기류를 술심으로 버텼지요.

원래는 무서워서 비행기나 놀이기구를 아예 못 타는 편입니다. 장거리 비행 자체가 제게는 큰 모험 이었습니다. 맥주가 아니었다면 10시간 이상의 비행은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독일 맥주 판매 랭킹 5위 안에 들어간다는 ‘바슈타이너’. 당시엔 생소한 맥주였지만 지금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인천에서 베를린에 가는 직항편이 없어 처음엔 프랑크푸르트 국제 공항에 내렸다가 2시간 뒤에 바로 베를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1시간 뒤 베를린에 도착해 과감하게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지요. 엄청난 길치라 택시를 타고도 숙소를 못 찾고 꽤 헤맸는데 거리에서 만난 친절한 가나인 덕분에 숙소를 쉽게 발견했습니다.

사실 그 가나인을 만난 곳이 숙소 바로 밑 편의점이었어요. 그래서 숙소인 ALOHA에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자마자 밑에 내려가서 그 친구와 함께 처음 보는 맥주들로 배를 채우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영어실력이 짧은 탓에 활발한 이야기는 못했지만 가나 축구에 대한 찬사와 한국이 3:1로 졌다는 얘기를 했었지요.

그렇게 베를린에서의 첫날이 지나가고 숙소에서 첫 아침을 맞이 했습니다. 그리고 여행지마다 항상 먼저 찾는 근처 마트를 검색했지요. 다행히 근방에 ‘Rewe’라는 대형마트를 찾아 그 곳에서 아침장을 봤습니다. 거기서 베트남라면과 베이컨, 각종 채소류를 산 뒤 당연히 맥주를 고르러 갔습니다.

Rewe의 맥주 코너. 사진에 담긴 건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16세기 초 바이에른 공 빌헬름4세는 맥주순수법(Reinheitsgebot)이라는 걸 제정했습니다. 보리, 홉, 효모, 물 외에 다른 재료를 넣으면 맥주라고 인정하지 않는 법이었는데요, 현재는 이 법이 폐지되었고 밀 등 다른 재료를 넣어도 맥주라 인정받기는 하지만 전통이라는 게 있다 보니 독일 맥주를 가장 순수한 맥주라고 하고 자국민들의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독일은 맥주 종류만 해도 편의점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파울라너, 벡스, 외팅어, 바이트만, 프란치스카너, 슈테판스브로이를 비롯해 크롬바허, 바이엔슈테판, 아르코브로이, 에어딩어, 투허 등의 수입맥주 등 맥주의 나라 라고 불리울만 한데요, 심지어 기념품 가게에도 맥주잔을 판매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칭다오 맥주도 1898년, 독일 제국이 청나라로부터 받은 칭다오 내 조계지 ‘키아우초우’의 지하수로 주조한 것이 시초였지요. 이렇게 명성이 자자한 맥주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있나 싶었습니다. 가격도 500ml 에 1유로가 넘지 않았던 맥주가 많아서 장바구니는 맥주캔으로 가득 찼습니다.

숙소에서 하루 삼시세끼 챙겨먹었던 맥주들. 베를린에 왔기 때문에 ‘베를리너’ 맥주를 애용했습니다.


그렇게 밥보다 술을 더 마시며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여행 목적과 방문지가 뚜렷하지 않았던 덕분에 숙소가 있던 ‘로자-룩셈부르크 플라츠(Rosa-Luxemburg Platz)’부터 중심가인 ‘운터 데 린덴(Unter den Linden)’을 거닐며 맥주를 마셔댔습니다. 그 덕에 적잖은 돈이 화장실 이용료로 나갔네요.

그러고 보니 독일의 마트에서도 소주는 팔더군요. 숙소인 알로하를 떠나는 마지막 날 룸메이트 들과 조촐히 작별주로 소주를 선택하려 했습니다만 6유로 라는 가격의 압박이 엄청났습니다.

몇 안되는 퇴직금을 끌어 모아 왔기에 적잖은 부담이었던데다 해외에서 마시는 소주의 맛이 크게 각별하진 않을 거라 생각해 결국 구입은 포기했습니다.

통영의 전통주인 도산법주나 산양막걸리가 있다면 얘기가 또 다르겠지만요.

출처 : 미디어스 통영(http://www.mediaust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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