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을 떠나 서울에 안착한 지 10년 정도 됐습니다. 통영의 제 친구들에겐 놀림거리지만 당시에 배우를 꿈꾸며 상경했었습니다.
물론 현재는 배우와는 전혀 거리가 먼 일을 하며 살고 있지요. 그나마 다행인 건 현재 하는 일이 제게 즐거움을 가져다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홀로 있는 서울살이가 항상 즐거운 것은 아닙니다.
수도인 만큼 겪었던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보고 경험할 때마다 '다시 통영에 내려가 버릴까'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습니다.
그때야 제 고향 통영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뒤늦게 깨달았지요. 20년 넘게 군대와 대학교를 제외하고 한 번도 떠나본 적 없던 내 고향 통영, 저희집이 있었던 동피랑의 태평동 653번지. 뛰어가면 바로 보였던 바다, 어디서든 맡을 수 있던 바다의 내음, 걸어 다니기 좋은 정도로 밀집되어 있던 시내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오를 수 있던 미륵산.
그래서인지 1년에 2번 이상은 꼭 통영을 찾았습니다.
그러면서 그간 익숙하게 보아왔던 통영의 모습이 새로이 보이더군요. 제가 알던 통영의 모습은 그저 벽화가 그려지기 전의 동피랑, 바다라고 느끼지 못했던 강구안, 어릴 때부터의 놀이터처럼 놀아서 특별한 곳이라 느끼지 못했던 해저터널이나 세병관 등의 장소들부터 '우리 선배' 또는 '모교 교가 작곡가'로만 인식해왔던 통영 출신의 문화예술가들까지 말입니다.
최근 들어 통영에 새로운 문화예술의 흐름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지속해서 공연을 하는 카페, 전국 어느 독립서점과 비교할 수 없는 특색들을 지닌 통영만의 독립서점들.
그런 공간들과 통영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있었기에 50년대 통영의 르네상스가 다시 한번 돌아온다는 느낌입니다.
통영을 ‘예술가의 고장’이라고 많이들 부릅니다. 제 개인적으로 그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데요. 서울에 있는 지인들에게 통영 전도사를 자처하며 가끔 통영여행 가이드를 해주기도 합니다. 직접 같이 가지 못하면 갈만한 장소나 음식점 등을 추천해 주기도 하지요.
거기서 좀 더 나아가 지인들, 그리고 통영시민분들께 통영의 것과 통영과 관련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대중문화와 관련해 앞으로 미디어스통영의 지면에 풀어볼까 합니다.
대중문화라고 하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음악, 미술, 영화 등이 있을 텐데 전 범위를 좀 더 확대해서 술이나 다른 예술 분야 등 통영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것이라면 제 얕은 지식이 닿는 선에서 최대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로 다룰 주제는 전 인류의 공통 관심 콘텐츠인 '술' 인데요, 조만간 윤이상 선생님과 선생께서 머물렀던 독일, 그리고 독일하면 빠질 수 없는 맥주와 제가 한 달 남짓 머물렀던 베를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다소 어설프고 재미가 없더라도 잘리지 않는 이상 지속될 '통영과 대중문화'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본 텍스트는 '미디어스통영'에 기재한 원고를 올린 것입니다.
- 미디어스 통영(http://www.mediaust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