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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거시기 Feb 05. 2020

통영과 대중문화 #5

축구를 보러 독일에 왔지만 사실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워낙 축구의 인기가 좋은 나라라 표 구하는 게 어려웠고 그중에서도 도르트문트는 최고 인기 구단 중 하나라서 표 구하는 건 정말 하늘의 별 따기 였죠. 2011년에는 시즌권만 5만 3,000장을 팔았다니 그 인기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도르트문트가 이렇게 인기가 많은 것은 팀을 사랑하는 팬들, 그러니까 도르트문트 시민들의 열렬한 지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이하 ‘보루센’)은 축구를 사랑했던 18명의 젊은이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첫 출발한 구단이 그렇듯 의욕에 찬 행보를 시작합니다. 거기다 구단을 만든 사람들이 20대였으니 한계 같은 건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결국 재정적인 한계에 부딪힙니다.

구단에서 스폰서 유치 등 다방면에 노력을 기울이기는 했으나 소위 말해 줄도 없고 빽도 없는 젊은이들이 수익이 보장되지 않은 일에 자금을 끌어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1920년대에 파산의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하지만 도르트문트 시민들은 그 위기를 외면하지 않았다더군요. 창단 때 보여줬던 젊은 창단 멤버들의 구단과 시민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기억했습니다.

시민들은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 구단과 같이 노력했고 매 경기 관중석을 꽉 채웠습니다. 결국 구단은 파산의 위기를 벗어나게 되었고 그 전통이 오늘날의 보루센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도르트문트는 역사가 오래되었고 인구도 7번째로 많은, 한국으로 치면 광역시 같은 곳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광역시들과는 다르게, 이곳은 정말, 정말 볼 게 없습니다.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회나 성당 등의 오래된 건축물이나 중세 때 만들어진 도보 등이 거의 없었지요.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돌아다니다 보면 관광 요소가 여기저기 있는 다른 유럽의 도시들에 비하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긴 했습니다.


<도르트문트 시의 전경>


도르트문트는 대도시 기는 해도 중소규모의 제조업 회사들이 다수 자리 잡은 공업도시기 때문이지요.

보통 이런 공업도시는 공장에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에 퇴근 후, 또는 주말에 즐길 수 있는 문화나 기타 시설이 많이 없는 편입니다. 도르트문트도 딱 그랬는데요. 정말 축구 빼고는 볼 게 하나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통영은 공업 도시는 아니지만 저나 조선소를 다니던 친구들이나 보통 일 끝나면 술을 마시러 가는 게 전부였습니다. 거기다 제가 상경했던 2007년쯤엔 극장도 무전동에 GV 존 하나, 포트 극장은 그때 영업을 했었는지 가물가물하네요.

아무튼 이런 도시에 축구 구단이 하나 생겼고 주말에 볼거리가 하나 생겼으니 시민들이 환영한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 이런 도시들에 스포츠 구단이 생기면 꽤 인기가 많은 편입니다.


바다 건너 NBA에는 유타 재즈가 있죠. 그래서 보통 미국의 스포츠 구단들은 연고지를 선정할 때 특정 도시보다는 그 도시의 영향권에 있는 구역 전체를 보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지방 소도시가 연고지로 되는 경우도 있는데, 흔히 ‘스몰마켓’이라고 부르더군요. 스몰마켓이나 다른 스포츠 얘기는 추후 칼럼에서 자세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팀들이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인기의 바탕에는 그저 시민들의 내리사랑만 있는 게 아니라 팬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구단들의 행보도 있었기에 가능한거죠.


제가 좋아하는 만화책 중에 <자이언트 킬링>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수도인 도쿄에서도 한 지역인 아사쿠사(서울로 치면 ‘구’쯤 되겠네요)를 연고지로 둔 ‘이스트 도쿄 유나이티드’라는 팀의 감독이자 선수 시절 스타였던 타츠미 다케시가 주인공인, 지역 클럽의 현실적인 모습을 아주 잘 보여주는 수작입니다.

그저 축구뿐만 아니라 지역 클럽으로써 주민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지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 서포터들과의 충돌, 그 안에 녹여든 축구 이야기 등등, 생생한 현장의 모습들이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만화기에 환상적인 요소가 많지만 시민을 위한, 팬을 위한 활동이라는 건 그렇지 않나 싶네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역시 그런 행보를 오랫동안 보여왔기에 다소 성적이 주춤한 요즘에도 클럽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응원해 온 도르트문트의 서포터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통영도 축구에 대한 애정이 엄청난 도시죠. 비록 프로 축구 구단은 없지만 지방의 소도시로써 세계축구연맹(피파)에서 공인한 국제 축구 대회를 개최했고 저번 칼럼에서도 언급한 유명 축구인들을 끊임없이 배출해내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통영만의 클럽은 아니지만 같은 지역권은 경남FC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기도 합니다. 2010년대 들어 너무 좋지 않은 일들이 연이어 있었지만 최근에 도르트문트처럼 다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고 실제 성적으로도 이어져가고 있죠. 그 흐름을 이끄는 게 통영 출신인 김종부 감독님이라는 건 정말 뿌듯한 일입니다.


원래 도르트문트 표를 어떻게 구했는지에 대해 좀 자세히 써보려고 했는데 글이 좀 길어졌습니다.


표는 사실 비아 고고라는 한국으로 치면 중고나라 같은 곳에서 구매했습니다. 쉽게 구할 수 없어서 비싸게 주고 샀지만 평생소원 중 하나를 이루는 건데 투자하는 마음으로 질렀죠. 그리고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를 순간들을 체험하고 왔습니다.


통영과 대중문화 #1부터 시작된 독일 여행기는 이쯤에서 끝내고 이후부터는 다른 이야기들을 풀어볼까 합니다. 제가 현재 몸담고 있는 음악·공연 이야기부터 스포츠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 관련 이야기들을 말이죠. 마지막으로 도르트문트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비롯해 응원 영상을 올립니다(다행히 저는 안 나옵니다)


https://youtu.be/pkYB6wZLm3A









출처 : 미디어스 통영(http://www.mediaust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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