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기도 했던 간식
옛날 우리 어린 시절엔 고구마가 중요한 농산물이었다. 간식거리이기도 했지만 어느 땐 한끼 식사이기도 했다.
가을이면 우리집에선 엄청난 양의 고구마를 수확해서 안쓰는 방 하나를 가득 채워 보관하고는 수시로 빼내 먹었다. 특별한 군것질 거리가 없던 시절이어서 심심하면 생고구마를 깎아 간식으로 먹기도 했고, 삶아서 김치를 얹어 대식구의 식사를 대신하기도 했다.
가득 쌓였던 고구마가 한가마씩 줄어들다가 봄철이면 그 많은 고구마를 다 먹어 치우고 보관했던 방이 자연스레 치워지곤 했던 추억의 고구마가 요즈음에는 호박 고구마, 밤 고구마로 구미를 달리하면서 비싼 건강 기호식품이 되었다.
오늘은 고구마를 전자레인지에 구워 간식으로 먹는다.
옛날 사랑방 아궁이에 던져 넣어 두었다가 새까맣게 타버린 고구마를 꺼내 뜨거워서 양손으로 이리저리 던져가며 입으로 호호 불어 가며 맛있게 먹었던 추억을 떠올린다.
이제 아궁이는 전자레인지가 대신하고, 얹어 먹던 김치는 커피가 대신한다. 세상이 많이도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