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노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관민 Dec 11. 2016

조율 한번 해주세요

한영애-조율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

2016년 12월 3일 저녁 광화문에서 널리 퍼졌던 노래이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노래면서도 왜 정작 민가에 대해 쓸 때 이 노래를 생각 못했을까?


많은 노래를 듣고, 세상의 이면들을 찾아가고, 보고 느낄 때

무심코 들었던 조율의 저 한 구절이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왔다.

정확히 말하면 저 노랫말에 나와있는 단어 하나하나가 인상이 깊었다.

성경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는 '잠자는 하늘님'이라는 표현부터, 일어나 달라는 청원

'하늘빛' 같은 시적인 표현, '조율'이라는 단어도...


음이 아주 조금만 틀어지더라도, 연주가들은 조율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만약 청중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묻어버리고 계속 연주를 하면 어떻게 될까?

보통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남겨진 영상에서, 완벽히 망한 공연이라고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공연을 하느라 몰랐다고 변명을 할 수도 없다. 

그 변명을 하는 순간 그는 연주가로서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 말하는 꼴이다.

음향, 무대 등등으로도 책임을 돌릴 수 없다.

이는 자신을 존재하게 만든 모든 것을 부정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방법은 딱 한 가지다.

잘못에 대한 인정, 상식적 비판의 수용, 그에 따른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위처럼 청중을 기만하는 행동을 하게 되면, 

쌓아 올린 명예는 스스로 파괴될  것이고, 올라간 만큼 더 내려갈 것이다.


지난 11월부터 잠자던 하늘님들은 일어나 조율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6년 12월 9일. 역사적인 조율의 첫 단계를 넘었다.


이제 다음에 필요한 것은 청중을 기만한 연주가를 무대에서 잡아끌고 내려오는 것이다.

그리고 자격이 없는 이 연주가의 심판을 앞장서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말 자격이 있는 연주가를 세워, 지금의 이 무대를 채워야 할 것이다.

나도 청중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이 아름답게 연주되는 것을 즐기고 싶다.


조율 - 한영애


알고 있지 꽃들은
따뜻한 오월이면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철새들은 
가을 하늘 때가 되면 날아가야 한다는 것을 

문제 무엇이 문제인가
가는 곳 모르면서 그저 달리고만 있었던 거야
지고지순했던 우리네 마음이 
언제부터 진실을 외면해 왔었는지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정다웠던 시냇물이 검게 검게 바다로 가고 
드높았던 파란 하늘
뿌옇게 뿌옇게 보이질 않으니
마지막 가꾸었던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끝이 나는 건 아닌지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미움이 사랑으로 분노는 용서로
고립은 위로로 충동이 인내로
모두 함께 손 잡는다면
서성대는 외로운 그림자들
편안한 마음 서로 나눌 수 있을 텐데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내가 믿고 있는 건 
이 땅과 하늘과 어린아이들
내일 그들이 열린 가슴으로 
사랑의 의미를 실천할 수 있도록


+) 참고로 조율의 원작자는 한돌이다. 하지만 더 대중적인 한영애 씨의 노래로 같이 나눠보고자 한다.

+) 개인적으로 홍순관 씨가 부른 조율도 굉장히 좋아하는데, 아래에서 같이 들어보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노래여, 소망을 담아 멀리 날아가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