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는 얼른 어른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내가 보는 어른들은 모두 완벽해 보였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서 본 어른들은 하나같이 거침이 없었고 모르는 것이 없어 보였다.
물론 어른이 되면 하지 못할 것들도 없을 줄 알았다.
어른이 되면, 어른이 되기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알게 모르게 어느새 나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하지 말아야 할 것 보다는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 보였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무엇이든 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점점 시간이 흘러 세월이 되고 세월이 지나
나는 큰 어른에 더 가까워졌다.
어른이니까 세월 앞에서도 당당하고 걱정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아니 어쩌면 사는데 바빠서 세월이 주는 무게를 느끼지 못했다.
그저 무탈하게 살아가는 것이 곧 잘 사는 삶이고, 그것이 내가 짊어진 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것이 변하게 된 것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아진 순간부터이다.
하루를 살아가는데 쏟아야 하는 에너지를 줄여도 되는 시간이 되자
나를 돌아보고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돌아본다기 보다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렇게 사유하고 사색하는 시간이 생기면서
어른이 되어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임을 알게 되었다.
아니 나는 이 순간이 처음이었다.
아들에게 내가 걸어오면서 겪었던 일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충고나 잔소리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 겪어보지 못한 나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지금 이 나이는 나도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나는 알았다.
나이를 먹으면 인생이 쉬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나이만 먹으면 사는 것은 식은 죽 먹기처럼 쉬워질 줄 알았다.
그러나 사는 일은 연습이 없다는 것을 몰랐다. 지난 경험은 그저
추억의 한 페이지일 뿐이었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었다고 삶이 결코 가벼워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는 다른 새로운 시간을 사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니까.
나이를 먹는다고 인생이 가벼워지지 않는다.
오래 살았다고 인생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처음 사는 인생이다. 그저 지나온 시간이 있었기에
그걸로 유추하고 확장하여 대처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만만한 것도 아니고
또 그것이 맞는 것인지도 모르고 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냥 ‘열심히’라는 수식어를 붙여 살고 있을 뿐이다.
누구나 다 처음 살아보는 것이다.
살아본 사람이 다시 살아난다 해도 그것은 그 사람만의 것일 뿐
나의 삶은 또 처음이고 새로운 시작이다.
나이가 든다고 삶이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다.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살아야 하는 것이 또 인생이다.
삶에는 그 나이에 따라 무게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 나이만큼의 무게가 있다.
나이를 먹음에 따라 무거워질 수도 있고 가벼워질 수도 있다.
그것은 순전히 내가 어떤 삶을 살 것인지를 선택하는 데에 달려있다.
버리며 살 것인가? 아니면 더 욕심을 부리며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