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쓰기는 초등학교(내가 다닐 때는 국민학교) 다닐 때 방학숙제로 꼭 포함이 되었다.
보통 일주일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남겨두었다가 방학이 끝나기 며칠 전에 한꺼번에
거짓말 일기를 쓰느라 고생을 하곤 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 바로 1977년 4월 1일이다.
하필 거짓말을 해도 용서가 되는 만우절에 시작을 했다.
당시 교감 선생님이 시인이셨는데 그분이 오시면서 전교생에게 일기쓰기를 권장하게 되었다.
그날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하였는데 그 때 일기장에 쓴 내용을 지금도 기억을 한다.
만우절 아침, 등교를 하는데 친구가 '오늘 학생주임이 다쳐서 출근을 못하신대'라고 말을 한 것이다.
그 때 학생주임은 호랑이 선생님으로 유명했는데 1학년 사회와 국사를 가르쳤다.
그래서 학생주임 선생님의 수업이 있는 날은 긴장을 해야 한다. 질문을 했는데 틀렸다든지
떠들었다든지 하면 자기가 자기 머리를 때리를 벌을 내리셨다. 또 사회에 나오는 지명의 경우는
사회과부도라는 지도책을 펴놓고 다른 곳을 가르키며 빨리 찾지 않으면 분필로 머리를 콕콕 때렸다.
그런 선생님이 다쳐서 못나온다니 그날은 그야말로 하루가 편안할 것 같아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오늘 만우절이야'라고 친구가 말하는 것이었다.
그때 그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 때 가르친 것을 잘 모르거나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하면 자기 머리를 때리라고 했던 그 선생님을
나는 나이 오십이 넘어서 그 선생님이 참 나쁜 선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분노가 일어났다. 자기자신의 머리를 때리라는 그런 벌을 내렸다는 게 너무나 비교육적이고
비인간적인 체벌이라고 생각이 든다.
아무튼 그렇게 나의 일기는 시작되었고, 그 이후로도 한참 동안 일기는 계속 되었다.
결혼을 하고서는 태아일기를 잠깐 쓴 적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일기를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일기는 뭔가 비밀스러운 면이 있는데 아내 몰래 일기를 쓰는게 좀 꺼림칙 했었다.
이제 중학생 때처럼 매일매일 일기를 쓸 자신은 없지만
가끔이라도 일기를 쓸 계획이다. 그리고 아주 비밀스런 이야기 보다는 살면서 생기는
소소한 일상이나 내 느낌들을 솔직하게 적어볼 생각이다.
그래서 이름도 보이는 일기장이다. 내 혼자 간직하는 비밀의 일기장이 아니라
누가 봐도 괜찮은 그런 일기를 써볼 생각이다.
47년 만에 다시 일기를 쓰기로 한 것이다.
학창시절 일기장은 내 자랑이자 자부심이었다.
중학교에서 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6년 동안 거의 매일 일기를 썼다.
중학교 때는 1년에 일기를 쓰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
지금은 그렇게 열심히 일기를 쓰지는 못한다.
그냥 내 삶에서 편한 루틴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