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는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인 줄 알았다.
나도 주인공처럼 무언가 어려움이 생겼어도 이겨낼 것 같았고
어지간한 일들은 모두 주인공이 가는 길을 빛나게 하는 장치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늘 즐거웠다.
걱정을 별로 하지 않고 살았다.
사는 것이 넉넉하지 못하여 내가 원하는 것을 살 수 없었지만
그까짓 것쯤은 주인공으로 변신하기 위한 단계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고
누구나 나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내가 무엇이든 시도만 하면, 또는 노력을 하면
금방 그것들은 나의 것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깨닫게 되었다.
나는 나의 주인공이긴 하지만
세상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나보다 더 잘 생기고 더 멋지고
더 능력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내가 잘난 체 하기엔 너무 높은 벽 같은 사람들이 줄줄이 보이기 시작하고
나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았지만
성적은 대도시로 갈수록 떨어졌다. 도시엔 나보다 뛰어난 놈들이 수두룩 했다.
사춘기가 지난 이후로 나는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격려하기 위해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있었지만
그것은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위안일 뿐 진짜로 그런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어쩌면 엑스트라라도 되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인생이라는 연극에서 엑스트라도 아니고 촬영만 하고
편집된 사람일 수도 있다.
이제는 그것도 조용히 받아들인다.
꼭 주인공이 아니면 어떠하며, 엑스트라면 또 어떠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