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는 먹고 살기에도 벅찬 시절이라 반찬투정 할 여유가 없었다.
그 때는 김치나 된장찌개, 계절별 나물이 거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겨울이면 시래기국 건더기에 늘 비벼먹었고
여름이면 보리밥에 상추와 고추장을 넣고 된장찌개를 조금 넣어
비벼먹는게 거의 전부였다.
또 여름이면 칼국수를 자주 먹었고
겨울이면 갱시기라는 경상도 고유음식을 자주 먹을 수 있었다.
물론 아버지께서 월급을 타신 날이면 돼지고기국이 나왔고
아버지께서는 육회를 드셨다.
그 때 나는 셋째아들이었지만 아버지와 겸상을 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 육회를 드실 때 육회 한점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때는 반찬투정을 할 수 있는 계제가 되지 못하였다.
굶지 않고 제때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행복한 일이었다.
그러나 몇 십년 사이에 우리의 삶은 풍족해졌고
그래서 먹는 음식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그러면서 먹는 것에도 변화가 생겼다.
어렸을 적에는 돼지고기를 못먹었다. 어쩌다 돼지고기국이 싫었다.
입에 돼지고기의 감촉이 느껴지면 씹지를 않고 그냥 삼켜버리곤 했다.
또 순대와 물컹거리는 소 내장과 같은 것들도 잘 먹지 못했다.
물론 생선도 그다지 즐기지 않았다.
그러나 돼지고기와 소고기, 그리고 내장으로 만든 음식들은 이제 없어서
못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다.
물론 어릴 때 좋아하던 것을 지금은 좋아하지 않는 것도 생겼다.
고구마나 감자, 옥수수, 토마토, 참외 같은 것들은
어릴 때는 없어서 못먹을 정도로 좋아했는데
지금은 누군가가 줘도 그다지 먹지를 않는다.
세월이 변하면서 내 몸도 변하고
먹는 것도 변하는 것이다.
먹는 게 변해서 내 몸이 변하는 것인 지 내 몸이 변해서 먹는게 변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먹는 것도 세월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