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여행하는 법

by 지오 그레고리오

쉰이 되기 전까지는 여행을 가면 가능한 짧은 시간에 많이 보는 것이 목표였다.

그야말로 모든 것에 있어서 '빠르게'가 모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바쁘게 움직였다.

술을 먹어도 짧은 시간에 많이 마시려고 하고

밥을 먹어도 빨리 먹고

여행을 가도 빨리 걸으며 둘러보고 사진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약속장소에 갈 때도 주변풍경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그 장소로 직진하고

일을 하러 출장을 갈 때도 오로지 빠르게 목적지에 갔다.

결과는 있는데 과정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 그런 삶이었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생활은 과정이 없다고 해도 좋을만큼
정신없이 살아왔다.

해외여행을 가도 마찬가지였다. 사진 찍기 위해 간 것처럼 사진만 찍으면

다음 목적지로 발길을 돌렸다.

더 이상 볼 게 없으면 그제서야 커피를 마시거나 맥주를 마시는 정도였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오면 사진은 많으나 특별히 기억나는건 없다.

그러다가 나이 쉰이 넘어가면서 몸이 느려지고 쉬이 피곤을 느끼게 되면서

패턴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어디를 가든 많이 보려고 미친 놈처럼 날뛰지 않아도 되었다.

그냥 시간이 되는 대로 천천히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누가 가르쳐 주거나 내가 스스로 깨우친 것도 아니다.

그냥 내 몸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여유로운 여행이 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디를 가든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천천히 둘러보자 안 보이는 것도 보이기 시작하고 무엇보다 내 몸이 편하고 마음이 편해졌다.

사진을 찍으려고 다니기 보다는 여행을 즐길줄 알게 된 것이다.

먼 산도 바라보고 늘 보던 앞면만 보지 않고 뒷쪽도 쳐다볼 줄 알게 되었고

가까운 곳과 먼 곳도 바라보고 좌측도 보고 오른쪽도 보면서

모든 것이 넉넉해졌다.

굳이 멈추지 않아도 된다. 먹고 사는 게 만만치 않은 우리들에게 멈춤은 쉽지 않다.

그냥 평상 시 처럼 살아가면서 속도만 조금 멈추기만 해도

숨을 고를 수 있고 그렇게 살아가는 자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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