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학원의 휴가철 일상 속 학생들을 바라보다
오늘도 아침 출근을 한다. 평상시 학원 근무는 점심때부터이지만 방학 특강으로 아침 일찍 학원으로 나섰다.
아파트 단지 상가 2층에는 영어와 피아노 교습소가 있고 국어 학원 그리고 내가 운영하는 수학학원이 있다. 영어학원과 국어 학원은 7월 29일부터 8월 3일까지 일주일 동안 여름방학을 해서 학원 수업을 쉰다. 문이 닫힌 학원들을 지나 어두운 복도 불을 켜고 비번을 눌러서 학원 안으로 들어선다. 수업 준비를 마치고 학생들을 기다린다. 다른 날들과 다르게 학부모들에게 문자가 온다.
“이번 주에 휴가라서 학원을 쉬어갑니다. 선생님 수고하세요.”
휴가들을 많이 가네. 특히, 팬데믹 이후 늘어난 해외여행은 올해 정말 폭발적이다. 학원 학생들 가정에서 해외여행을 이렇게 많이 다니나 할 정도로 많이 나간다. 한국 그리고 학원의 교실에 묵묵히 언제나 수업을 하며 머무른다. 어딘가 떠날 준비는 아직 되지 않았는가 보다. 올해도 학원 방학은 최소한으로 정했다. 8월에 학생들 개학하기 전 바로 앞에 이틀을 잡았다. 뭘 이리 열심히 일하나 싶기도 하지만 여름방학은 너무 짧아서 길게 학원 방학을 내는 게 마음에 걸려서다. 방학기간 고학년 특히, 중고등학생들이 다음 학기 수학 학습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나는 휴가를 가지 못하더라도 학생들 가정은 각자 휴가를 떠날 것이니 나라도 기다려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교실 속 수업시간, 다른 날과 다르게 학생들도 차분하다.
우리 아이들이 실존하는 이 교실 속에서 학생들의 과거와 미래를 내다본다. 꼭 수학을 통해서 학생들이 원하는 뭔가를 얻어 가길 바라기 보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실존적 경험이 온전히 모여서 내면을 충만하게 만들길 바란다. 어른이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것이고 하고 싶어 하는 일도 도전하고 실패하며 시련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겠지만 주위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 위로받겠지. 너희들의 눈빛에서 눈부심과 반짝임이 느껴질 때 인생의 최고를 살아가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빠져든다. 학생들이 많이 빠져 조용했지만 수업은 모두 이뤄졌다.
수업을 차분히 마무리하며 이야기한다.
“잘 놀고 충분히 쉬어야 공부할 때도 더 집중할 수 있으니 다음 주 휴가 가는 학생들은 부모님과 휴가 가서 재미있게 보내고 와~”
학생들이 방학을 기다리듯 휴가 날짜를 기다렸을 학생들의 부모들을 생각하며 그 시간과 공간에서 오는 행복함과 기쁨이 얼마나 클지 상상이 간다. 경제적으로 풍요하다고 더 행복한 휴가 기간을 보내는 것도 아니다. 함께하는 이들과 우탕탕쿵탕 거리더라도 나중에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나는 게 여행 속 추억 아니겠는가. 나의 두 자녀가 어렸을 때 함께했던 여행을 생각해 보면 하나같이 다 좋은 추억으로 기억된다. 그땐 꼭 무슨 일이 생겼었다. 신랑이랑 싸워서 뿌루퉁하게 자동차 보조석에 앉아서 있곤 했는 데 말이다. 먼 길을 여행할 때면 아이들 돌보며 다니는 게 피곤해서 혼자서 여행하고 싶다고 맘속으론 원하곤 했다. 지금은 혼자 떠날 수 있지만 그저 학원에 앉아있는 학생들을 보며 미소 지어지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 이 이쁜 학생들도 각자의 가정에서 부모님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다니며 행복을 만들어가겠지. 휴가를 즐기는 가족들 모두 행복한 추억하나 남기며 여유로운 시간들을 보내길 바라보는 수업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