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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토 Jan 11. 2024

낮보다 화려한 밤의 다낭

우리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밤이 더 화려한 도시들을 아는가.


한국도 낮보다 밤이 더 화려한 곳 중 하나이다.

늦게까지 영업하는 식당과 술집, 각종 오락거리, 화려한 간판과 반짝거리는 거리, 북적이는 사람들까지.


어둠 속 휘황찬란한 밤의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은 모든 곳이 환한 낮의 거리를 거니는 것과는 다른 기분을 느끼게 한다.


다낭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워낙 날씨가 더운 동남아 국가이다 보니 낮보다는 밤에 활동하기가 더욱 좋아진다.


온도는 내려가고, 내리쬐던 태양은 사라지고, 시원한 바람과 적당한 운치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우리도 다낭의 더운 날씨에 지쳐 하루는 야시장 방문 일정을 제외하고는 낮 시간 내내 호텔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면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뜨거운 태양의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해가 저물어갈 때쯤 우리는 호텔을 나섰다.


그랩으로 택시를 불러 야시장 근처의 유명한 해산물 레스토랑에 방문했다.


야시장에서 저녁을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길거리 음식 특성상 위생이 그리 좋진 않아 임산부임을 감안해서 제대로 된 식당에 식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는 다소 비싼 해산물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양껏 먹을 수 있다고 하여 다낭에 오기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살아있는 랍스터 중 마음에 드는걸 고르고, 가리비와 새우까지 야무지게 주문을 했다.


한국인 입맛을 저격한 버터갈릭 소스와, 치즈를 양껏 올린 가리비, 소스에 비벼먹을 쌀밥까지.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건 직원들이 직접 한 마리 한 마리 손질해서 살만 쏙쏙 골라주는 서비스가 예술이었다. 거기다 김치가 메뉴에 있는 건 정말 반칙이지 않은가.


동남아 치고는 제법 비싼 가격이었지만 싱싱한 해산물과 친절한 서비스에 충분히 배가 불러 기쁘게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것도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서 이 정도라니. 만족할만하다.






그렇게 부른 배를 이끌고 산책 겸 선짜 야시장 구경을 갔다.


야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부터 시작되는 화려한 호객들. 만약 우리가 배부른 상태가 아니었더라면 충분히 혹했을 만한 제안들이 많았다.


랍스터를 포함한 해산물을 종류별로 잔뜩 올려놓고 모두 다 해서 50만 동부터 시작해 150만 동까지 다양한 가격대가 구성되어 있었다. 한국돈으로 대략 2만 7천 원~ 8만 원 정도인 셈이다.


구성대비 저렴한 편이지만 언제 죽은 지 모를 해산물이고, 위생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조금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었다.(거기다가 랍스터가 랍스터가 아니라는 말까지 있으니.)


하지만 눈이라도 즐겁게 이것저것 구경하며 밤공기를 마시니 한껏 여행 기분이 올랐다.


이미 배가 부른 상태였기에 다른 것들보다도 간식이나 디저트류가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입구에서부터 시선을 사로잡은 건 바로 철판 아이스크림.


한국에서도 한때는 제법 유행을 했었는데 은근히 비싼 가격으로 인해 잘 사 먹어보진 않았다. 그걸 베트남에 와서 먹게 될 줄이야. 밤이지만 후덥지근한 날씨를 걸어온 터라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아이스크림에 너무 신이 났다.


남편과 하나씩 사이좋게 주문하고는 그 더운 날씨 속에서 만들어주는 철판 아이스크림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달콤하고도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선짜 야시장을 한 바퀴 쓱 돌아봤다.






언젠가 동남아 여행을 온다면 꼭 가고 싶었던 곳이 바로 야시장이었다. 풍부한 먹거리와 볼거리에 저렴한 가격은 덤 같은 곳. 각종 여행 프로그램에서 보인 야시장의 모습들은 기대를 더욱 증폭시켜 언젠가는 나도 저기를 꼭 가리라 했는데 내가 이렇게 와 있다니.


야시장에 오니 더욱이 동남아에 왔다는 기분이 들었다.


한 바퀴 휙 둘러보고 나니 살살 비가 내리는 것 같아 우리는 잠시 천막 안에 앉아 쉬어가며 간식을 먹어보기로 했다. 이미 배는 불러서 간단한 꼬치류와 군 옥수수 그리고 망고를 주문했다.


첫 시도였던 돼지고기 꼬치와 오크라 꼬치는 기대보다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한국의 한 유투버가 오크라 꼬치를 극찬을 한 터라 제법 기대했는데 알 수 없는 맛이 났다. 아마 처음이라 그런 걸까?


돼지고기 꼬치는 얼마나 오래 구워졌는지 질기고도 질겨 웬만하면 다 잘 먹는 남편도 제법 힘들어했다.


군 옥수수는 비주얼이 시선을 강탈하여 혹하는 마음에 주문했는데 나름대로 맛은 있었으나 이것 또한 너무 오랜 시간 구워졌는지 수분이 날아갈 대로 날아가 퍽퍽함이 제법 있었다.


이제 남은 건 대망의 망고. 생과일을 그 자리에서 직접 깎아주는 거라 맛이 없을 수가 없다지만, 선짜 야시장에서 사 먹은 망고는 꽤 맛있었다. 그전에 롯데마트에서 망고를 처음 사 먹어봐서 그럴까. 비교도 할 수 없이 달콤했다.


주문한 음식들이 차례로 나와 좁은 천막 속 좌판에 앉아 먹고 있으니 시원한 비가 한바탕 쏟아져 내렸다.


보통 여행 중 비가 오면 일정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해 아쉬운 경우가 많지만, 동남아 야시장의 좁은 좌판에 앉아 새로운 음식을 먹으며 내리는 비를 보고 있노라니 이것 또한 운치 있게 느껴졌다.






음식을 다 먹을 때쯤 비도 그쳐갔다. 우리는 선짜 야시장을 빠져나와 바로 근처에 있는 용다리로 산책을 갔다. 주말이면 용다리에서 불쇼를 한다던데, 우린 평일에 방문한 터라 불쇼는 못 봤지만 비 온 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다낭의 정취를 감상했다.


밤바람, 강바람, 신나는 바람.


낮보다 화려한 밤의 다낭을 두 눈에 고이고이 담고 숙소로 돌아왔다.


즐거운 밤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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