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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토 Mar 11. 2024

베트남 여행의 찐 사랑, 호이안

날씨 요정이 함께한 여행

다낭에서 그랩을 타고 30~40분쯤 달리면 호이안 올드타운이라는 곳이 나온다.


다낭의 현대식 휴양지 느낌과는 조금은 다른, 전통미와 지역미가 조금 더 살아있는 곳이다.

물론 여기도 관광지임에는 다름없지만 호이안의 올드타운에 들어서면 어딘가 다른 세계로 들어선 기분이다.


우리는 장거리로 그랩을 타야 할 때, 첫날 공항에서 호텔로 올 때 탔던 그랩을 자주 이용했다.

기사가 젊었고, 영어가 제법 유창했고, 그 험한 다낭의 도로에서 운전을 꽤 차분하게 하는 편이었으며

무엇보다 차에서 담배냄새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 이 그랩을 탔을 때, 이 정도 조건의 차량이 당연한 건 줄 알았다.

하지만 며칠 동안 여행을 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여러 그랩을 타고 내렸는데

이만한 조건의 그랩이 없었다.


영어가 전혀 안 통하는 기사님, 또는 운전을 너무 험하게 해서 멀미를 유발하는 기사님, 호객 행위를 너무 심하게 하는 기사님, 더욱이 차량 곳곳 깊숙이 박힌 담배 쩐내는 모든 택시의 덤이었다.


여러 그랩을 겪어본 결과, 첫날 탔던 그랩이 가장 컨디션이 좋다는 걸 알았고 우린 그에게 연락을 취해 개인적으로 일정으로 잡았다. 물론 그가 첫날 우리를 호텔로 데려다주며 열심히 영업을 해서 이미 카톡 친구까지 맺은 후였기에 수월했던 것 같다.






오전 일찍 예약해 둔 그랩을 타고 호인안 올드타운으로 출발했다.


다행히 컨디션이 제법 따라줘서 일찍부터 움직일 수 있었다.


제일 먼저 간 곳은 호이안의 라플라주. 바다를 바라보며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했다.

식당에 도착해 보니 딱 한국인 감성에 맞게 꾸며져 있었다. 사진 찍기 좋은 스폿이 많았고, 오션뷰 좌석이 즐비했다.


해산물은 며칠 전에도 잔뜩 먹은 터라 조금 질리긴 했지만, 유명하다는 총알오징어와 다른 음식을 여러 개 시켜봤다.


파도치는 해안가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먹는 식사에서는 기분 좋은 여유가 느껴졌다. 휴양지 느낌 가득한 망고주스까지 있으니 한껏 여유를 부려도 좋을 것 같았다.


점심을 먹고도 바다 풍경 구경이 좋아 한참을 앉아있다가 소화도 시킬 겸 올드타운을 둘러보러 나왔다.






처음 본 호이안의 올드타운은 노랑노랑으로 기억된다.


오래된 건물들이 주르륵 이어져 있는데 주로 노란색으로 페인트칠이 되어있었다. 정말 오래된 건물인데 밝은 톤의 노란색이 칠해져 있으니 낡은 듯 새로운 듯한 오묘한 느낌을 주었다.


올드타운은 골목골목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주로 옷이나 액세서리, 전통 기념품을 파는 곳 또는 식당 및 카페들이 있었는데 가게마다 건물이 다 특색 있어서 걸으며 눈으로 구경만 해도 즐거웠다.


다행히 날씨가 그리 덥지도, 비가 오지도 않아서 천천히 걸으며 동네구경하기 딱 좋았다.


놓치는 골목이 있을까 구글맵으로 길을 확인해 가며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한참을 걸으며 쉬며 구경을 하다 보니 갈증이 나고 체력이 떨어져 어느 한 카페로 들어갔다.


그곳은 무려 눈꽃 망고 빙수를 파는 곳이었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탓일까. 베트남은 어딜 가든 한국인 특화가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베트남의 더위에 지칠 무렵, 에어컨과 눈꽃망고빙수가 있는 곳에서 잠시 앉아 쉬며 한국의 맛을 봤다.


한국에서는 망고가 제법 비싸 잘 사 먹지도 못할뿐더러 망고빙수는 큰맘 먹고 먹어야 하는데 베트남에 와서 망고를 생으로도 먹고 빙수에도 올려먹고 이리 흔하게 먹을 수 있다니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 중 하나였다.





카페를 찾아 들어간 이유는 또 한 가지가 있었는데, 바로 화장실 때문이다.


임신을 하고부터는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었다. 보통 사람이 3~4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을 간다는데 임산부들은 1~2시간에 한 번씩 가야 한다. 그만큼 자주 화장실 신호가 온다.


식당을 간다 치면 식당에 들어갈 때 한 번, 또 음식을 다 먹고 나올 때 또 한 번, 그 후로 한 시간에 한 번씩은 화장실이 가고 싶어 진다.


호이안에서도 맛있는 점심을 먹고서 올드타운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또 화장실이 가고 싶어 졌다. 이 신호는 어쩜 이리 갑자기 확 오는지.


걷다 보니 공중화장실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어 급히 들어가려는데 한 아주머니가 나를 막아서더니 돈을 내라고 하셨다. 알고 보니 무료가 아닌 유료화장실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관광지나 공원에 꼭 있는 것이 화장실인데, 거기다 무료인데, 여기서는 돈을 내라니. 생소한 경험이었다.






카페에서 제법 앉아 쉬다 다시 올드타운을 구경하러 나왔다.


구석구석 구경하며 다니다 보니 사람들이 무언가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올드타운 내에는 차량 운행이 안 되어서 대부분 걸어 다니지만 인력거는 예외였던 것이다.


걷다 보니 또 조금 지쳐 인력거를 타볼까 싶어 가격 흥정을 하고선 남편과 함께 올라탔다.


자전거처럼 생긴 인력거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골목과 사람들을 가로지르며 걸을 때와는 또 다른 재미를 주었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인력거 위에서 잠시나마 땀을 식히며 올드타운의 거리와 사람들을 구경했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인력거를 직접 타보다니 신기하고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베트남에는 유명한 카페가 있다. 이름하야 '콩카페'. 베트콩을 떠오르게 하는 이름에 카페 분위기도 베트남 특유의 그 시절 느낌이 물씬 난다.


얼마나 인기가 있는 카페이던지, 사람들이 가득가득해 주문을 한 후 겨우 창가 자리에 앉았다. 목재를 많이 쓴 내부 인테리어가 제법 편안하게 느껴졌다.


2층 창가에 앉아 카페 앞에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 어디선가 담배 냄새가 풍겨왔다.


원래 담배 냄새를 워낙 싫어하기도 하지만 당시 입덧 증상이 있었던지라 더욱 냄새에 예민했다. 커피 향 솔솔 나는 카페에서 뜬금없이 담배 냄새라니. 어디서 나는 건가 둘러보니 바로 밑에 있는 카페 입구 근처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잠시 잠깐 나는 게 아닌 지속적으로 담배 냄새가 올라와 조금 괴로웠던 기억이 있다. 그랩들도 차 안에 담배냄새가 꽉 배어있고, 롯데마트 정문의 경비 아저씨도 근무 중 담배를 마구 피우시더니, 베트남은 담배에 제법 관대한 나라인 것 같다.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투본강을 바라보며 근처를 걷고 있으니 어느샌가 소원배 티켓과 소원 등을 파는 사람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도 소원배를 탈 계획이었던 터라 티켓과 소원 등을 사려고 여기저기 알아봤다.


소원배 티켓은 1~3인에 150,000만 동(약 8천 원) 정찰제라서 따로 흥정할 필요가 없다. 배를 타는 곳 근처에서 정찰제에 판매하고 있어 깔끔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원 등은 별개의 문제이다. 소원 등 하나당 5만 동~10만 동을 부르는 호객꾼들이 있는데, 적정한 가격은 대략 개당 1만 동(약 5백 원) 정도이다.


소원 등 가격을 미리 숙지를 하고 가서 호갱이 되진 않았지만, 택도 없는 가격을 부르는 호객꾼이 많아 혼란스러웠다.






해가 확실하게 진 후 소원배를 타야 더욱 이쁘다는 말에 해가 완전히 넘어가길 기다리는 동안 근처에서 발 마사지를 받았다.


마사지 손님을 유치하려는 호객꾼이 많아 여러 차례 거절을 했는데,


"언니~ 언니~ 발마사지 30분 10만 동~(약 5천 원)"


라며 들리는 선명한 한국말에 홀려 그대로 마사지 샵에 들어갔다.


임신 초기라 발 마사지는 조심스러워서 종아리 위주로 받았는데, 30분이었지만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마사지였다. 이걸 왜 고민했나 싶을 정도로 정말 필요한 코스였던 것 같다.


하루종일 올드타운을 걸어 다니느라 지쳤던 다리가 부드럽게 풀리는 느낌에 온몸의 피로가 녹는 기분이었다. 다시 힘내서 소원배를 타러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마사지를 다 받고 나오니 해가 딱 맞게 저물어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올드타운은 또 색다른 느낌이었다. 화려한 조명들과 소원 등이 투본강에 비치며 밝고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좁고 긴 나룻배에 남편과 둘이 탑승하니 노련한 기술의 뱃사공님이 부드럽게 배를 띄워주셨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코스로, 중간에 소원 등을 강에 띄우며 소원도 빌어봤다.


'우리 가족 행복, 새벽이 건강, 주식떡상'


행복과 건강과 물질까지 야무지게 소원을 빌었다. 센스 있는 뱃사공님 덕에 이쁜 사진은 덤.


나룻배를 타고 돌아본 투본강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선선한 밤바람까지 함께하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는 듯했다.


누군가의 소원을 가득 담고 떠가는 소원 등을 바라보고,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소원배를 바라보며 덩달아 행복한 기분을 느꼈다.






행복한 기운 가득 받고 소원배에서 내리니 배가 고파왔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이자 가장 기대했던 코스인 한식당에 갔다. '윤식당'이라는 이름의 한식당인데 잠깐의 웨이팅 후에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메뉴는 삼겹살 구이, 김치볶음밥, 제육볶음 등. 한국인이 사랑하는 한식 메뉴가 있었다. 사장님 내외가 한국인 분인걸 보고 여기는 믿어도 되겠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물맛부터 벌써 한국이었다.


베트남 식당에서 주는 물은 향신료 향이 살짝 묻어나는데, 입덧이 있던 나에겐 그냥 깡생수가 필요했다.


차갑고도 아무 향이 안나는 생수. 물만 먹어도 벌써 한국에 온 듯 한 기분이 들었다.


된장찌개와 삼겹살구이, 파채, 김치볶음밥, 거기다가 밑반찬으로 나오는 겉절이 김치와 각종 한국 반찬들.


입덧임에도 다낭에 와서 음식 때문에 크게 힘들지 않고 나름 잘 먹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식을 만나니 지금까지 먹은 음식들은 모두 제쳐지고 "한식이 최고야"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여행 중 가장 잘 먹은 한 끼였다.


못 먹어본 메뉴들이 아쉬워 제육볶음은 포장을 해갔다. 밥과 반찬까지 센스 있게 담아주신 사장님 덕분에 다음날까지 밥 걱정은 덜었다.





저녁까지 아주 기분 좋게 먹고 나오니 호이안의 밤은 더욱 깊어져 갔다.


부른 배를 떵떵거리며 강변을 따라 걷다 보니 어디선가 익숙한 한국 노래가 들려왔다. 처음엔 한국 음원을 틀었나 싶었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누군가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발걸음을 재촉해 소리가 나는 근처로 가보니 라이브펍에서 베트남 현지분이 한국 가요를 열창하고 있었다. 익숙한 한국 노래를 낯선 타국땅에서 들으니 왠지 더욱 반갑기도 하면서 흥이 올랐다.


노래 실력 또한 훌륭해서 길거리에서 목을 빼고 노래를 듣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한국노래 한곡과 팝송 한곡을 번갈아가며 부르는데 펍에 있는 손님뿐만 아니라 길거리의 청중들까지 모두들 그날의 밤공기와 노랫소리에 홀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연을 즐겼다.


순간 숙소로 돌아가기 싫은 마음까지 들었다. "호이안은 사랑이야"를 연신 외치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렸다.


다낭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그중 단연코 최고는 호이안의 올드타운이었다.


구경거리, 체험거리, 먹거리까지 눈과 귀와 입을 모두 만족시킨 최고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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