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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토 Mar 20. 2024

다낭 최고의 맛집, 피자집?

외국에서 먹는 외국음식

어느덧 다낭 여행의 막바지가 되어갔다.


총 6박 7일의 여행 중 이틀만을 남기고 있었으니.


그동안 베트남 현지음식과 한식 위주로 식사를 했었는데, 계속 비슷한 걸 먹으니 뭔가 새로운 걸 먹고 싶었다.


다낭에서도 분위기 있는, 제법 인기가 있는, 한식도 현지식도 아닌 바로바로 이태리 식당을 찾았다.

구글 검색을 통해 찾은 집인데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있었고, 평점이 좋았고, 가게 분위기가 그럴싸해 보였다.


우기였지만 꽤나 더워서 에어컨이 나오는 곳에서 식사를 하고 싶었는데 그것도 만족되는 곳이었다.


귀국을 앞두고 한시장에서 한바탕 쇼핑을 한 후, 쏟아지는 비를 뚫고 식당으로 향했다.






다낭의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창가자리에 안내를 받아 메뉴판을 펼쳐봤다.


그동안 다낭의 현지식 식당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느낌이 났다.


그 느낌은 마치 한국에서 흔히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간 기분이었다.


한국에서는 흔하디 흔한 분위기의 화덕피자와 파스타가 나오는 식당이지만, 다낭에서 그런 곳을 방문하니 새삼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유니폼을 깔끔하게 입은 종업원들과 은은한 조명과 음악이 함께해서일까 익숙한 느낌에서 오는 고향 같은 편안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동안 너무 현지식 식당이나 한식당만 찾아다녔던 탓일까. 이탈리안 음식이 이렇게 새롭다니.






메뉴판을 펼쳐 들고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어떤 피자를 먹을까, 어떤 파스타를 먹을까.


다낭이지만 이탈리안의 맛을 제대로 내기로 소문이 나있는 곳이라 더욱 고민이 되었다.

다만 문제는 나와 남편의 취향이 매우 매우 다르다는 것.


난 마르게리따 피자를 먹고 싶어 했고, 남편은 고기가 들어간 피자를 원했다.

역시 피자는 반반인 것인가.


이번엔 파스타를 뭘로 고를지 또 고민을 시작했다.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맛있게 한다는 평이 많아 안전한 선택을 했다.


비 오는 날, 창밖의 빗소리와 비슷하게 타닥타닥 구워지는 화덕피자의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쇼핑의 피곤이 사르르 녹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오픈런으로 식당에 도착한 덕분인지 음식이 제법 빨리 나왔다.


다낭에서 먹은 이태리 음식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화덕에서 방금 나온 따끈한 피자와 꾸덕한 크림의 까르보나라 파스타는 그 맛을 제대로 내고 있었다.

한입 두 입 먹으면서 행복한 기분을 느꼈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그건 바로 피클이 없다는 것.


기본 상차림에도 나오지 않아 따로 직원을 불러 물어보니 가게에 피클은 구비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피클 없이는 피자, 파스타를 못 먹는 찐 한국인이기에 그 소식은 마치 청천벽력 같았다.


대안으로 할라피뇨가 있다길래 그거라도 부탁드린다 했더니 멀건 느낌의 고추가 썰려 나왔다.





아주 찐한 초록도 빨강도 아닌 연한 연둣빛의 고추가 매우면 뭐 얼마나 맵겠어하고 한입 물어먹은 그 순간.

아주 독한 매운맛이 목젖을 쳤다.


예상치 못한 매움이라 놀라서인지 순간 숨이 잘못 넘어가며 사례에 걸리고 말았다.


매운 할라피뇨와 함께 걸린 사례는 정말 지옥이었다.


고추의 매운맛이 어디까지 퍼졌는지 코부터 목구멍 저 안까지 화끈거리지 않는 곳이 없었다.


매운 고추가 지난 간 자리는 모두 화끈거려 잘못 삼킨 고추가 나의 몸 어디를 타고 내려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다 알 수 있었다.(이게 바로 베트남 고추?!)


급히 탄산음료로 진정시켜 봤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는 맛이었다.


거기다 왜 다낭의 식당들은 모두 미지근한 물을 주는지, 미지근한 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매움이었다.

한국의 차갑디 차가운 깡생수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한바탕 매운 할라피뇨와의 전쟁을 치르고 다시 안정을 찾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입안은 여전히 화끈거렸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음식의 맛이었다.


덕분에 이제 더 이상 느끼하게 느껴지지도 않았고.


맛있고도 매콤하게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되었다.






동남아에서 먹는 서양음식이라,

이상한 조합 같지만 이 또한 여행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것들의 조합. 이 맛에 여행을 다니나 보다.


사실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본 것은 아니다.

10여 년 전 호주에서 1년 넘게 살았던 것을 제외하고는 해외여행은 처음이다.


낯선 풍경의 낯선 사람들이 주는 느낌이 좋았고,

그곳에서 낯선 나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어쩌면 불편하면서도 어쩌면 즐거웠다.


'낯섦'에서 오는 불편한 즐거움이랄까.


이번 여행도 낯설면서도 즐겁고, 불편하면서도 신기한 그런 경험들이 쌓여 좋은 추억이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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