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도 마사지받아도 되나요?
다낭 여행을 계획하면서 여러 가지 기대되는 점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마사지를 빼고 말할 순 없다.
한국에서도 마사지는 언제나 받을 수 있지만 금액이 부담스러워 원하는 만큼 자주 받을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남편과 나는 마사지를 매우 매우 좋아하는 사람들로서 동남아의 저렴한 마사지 가격은 동남아 여행을 한층 더 기대하게 하는 매우 매우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었다.
1일 1 망고를 넘어
1일 1 마사지를 기대하며 다낭으로 떠났다.
하지만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복병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나의 임신이었다.
임신 초기에는 모든 것이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 먹는 것도, 몸에 바르는 것도, 숨 쉬는 공기조차 신경이 쓰이는데 이 와중에 과연 임산부도 마사지를 받아도 되는지 의문이었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누군가는 위험하다, 누군가는 약하게 하면 괜찮다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임신 초기에는 발마사지를 하면 자궁수축이 일어날 수 있어서 위험하다는 의견이 눈에 띄었다. 다낭까지 와서 마사지를 포기해야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더 찾아보니 임산부 마사지라는 게 따로 있었다.
이건 마사지샵마다 임산부 마사지를 해주는 곳이 있고 아닌 곳도 있었는데 여러 마사지샵을 검색해 보고 임산부 마사지를 해주는 곳으로 찾아 첫 마사지 예약을 했다.
임산부 마사지라는 게 뭘까.
나도 이런 마사지는 처음이라 어떻게 진행되는지 너무 궁금했다.
새벽 비행기로 다낭에 도착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설치고는, 잔뜩 뭉친 몸을 이끌고 첫날부터 마사지샵으로 향했다.
임신 10주 차였기에 겉으로는 임산부인 게 전혀 티가나지 않아서 임산부 마사지로 예약을 했음에도 마사지 시작 전 간단한 상담을 진행할 때 여러 번 임산부임을 강조하며 발은 마사지 부위에서 제외해 주고, 전체적으로 너무 세게 하진 말아 달라고 요청하였다.
마사지샵에서 준비해 주신 옷으로 갈아입고 베드에 누우니 마사지가 시작되었다.
임산부 마사지라고 해서 뭐 특별한 마사지법이 있는가 싶었는데 그렇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너무 강하지 않게 부드럽게 진행되는 마사지인 것 같았다.
평소 강하게 마사지를 받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임산부 마사지는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너무 강한 마사지는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임산부 마사지도 나름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첫 동남아 마사지를 성공적으로 받고 나니 다음 마사지가 더욱 기대되었다.
그리고 임산부도 마사지를 받아도 된다는 안도감도 들었다.
다만 임산부라고 하니 마사지받을 때 옆으로 돌아누우라고 했던 것 같은데 처음 마사지받을 때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그냥 엎드려서 마사지를 받았다.
내가 넙죽 엎드리자 마사지사가 조금 놀란 듯 베이비 괜찮냐고 물었는데 내가 지금은 배가 나오지 않아서 괜찮다고 하고 그냥 그대로 진행을 했었다.
처음 마사지를 받을 때는 그냥 엎드려서 받아도 괜찮다고 느꼈는데, 두 번째 마사지샵에서 옆으로 돌아누워 임산부 마사지를 받아보니 아무래도 옆으로 돌아누워 마사지를 받는 것이 훨씬 편하고 안심이 되었다.
아무리 아직 배가 나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엎드려서 복부를 압박하는 자세를 지속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두 번째 마사지샵에서도 임산부 마사지를 예약했다. 임산부 마사지라고 하면 금액이 약간 더 상승하는 게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만큼 신경 쓸게 더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임산부라고 해서 그런지 두 번째 마사지샵에서는 베드를 따뜻하게 준비해 주셨다.
그날따라 다낭은 하루종일 비가 내려 약간은 쌀쌀한 날씨였는데 따끈따끈한 베드에서 부드러운 마사지를 받고 있노라니 이건 잠이 안들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마사지 또한 전반적으로 부드럽게 너무 자극적이지 않게 진행되었다. 임산부 마사지라서 옆으로 돌아누워 마사지를 받았기에 중간에 반대쪽으로 돌아누워야 해서 잠시 정신을 차렸어야 했는데 무슨 정신으로 돌아누웠는지도 모를 만큼 너무나도 황홀하게 마사지를 받았다.
약간 열어둔 창문으로 타닥타닥 빗소리도 들려오는데 정말 이 순간이 영원했음 싶은 심정이었다.
마사지가 다 끝나고는 베드가 따뜻해서 너무 좋았다고 남편에게 말하니 자기 베드는 따뜻한 거 없었다며 약간은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임산부만의 특별 서비스였을까.
정말 만족스러웠다.
다낭에서 1일 1 마사지를 받으려고 생각했지만 다른 여행 일정을 고려하다 보니 첫날과 마지막 날에만 마사지를 받게 되었다.
아무리 동남아라고 하더라도 매일 마사지를 받기에는 금액이 조금 부담스러운 것도 한몫하였고.
우리는 한번 받을 때 길게 받는 걸 좋아해서 항상 가장 높은 금액을 내게 되었다.
그럼에도 일주일에 두 번의 마사지만으로 내 몸은 이미 녹진녹진 녹아내렸다.
중간에 호이안에서 받은 발 마사지까지 포함한다면 처음과 중간, 끝까지 다낭 여행은 마사지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다낭여행에 시작과 끝을 함께해 준 마사지.
한국에 오자마자 마사지가 너무 그리워졌지만, 다낭에서 즐긴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역시 동남아 여행은 마사지로 시작해서 마사지로 끝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