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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토 Mar 27. 2024

외국에서 먹는 한식은 사랑이야

입덧도 극복한 한식 사랑

평소 베트남 음식을 좋아한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는 베트남 쌀국수도 나는 완전히 '호'다.

거기에 분짜는 또 어떠랴. 새콤달콤 소스와 쌀국수면과 고기와 야채의 조합은 없던 입맛도 되살아나게 한다.


우리 집 식구들 중에 아빠도 유독 베트남 쌀국수를 좋아하시는데,

딱 그 입맛을 내가 닮은 듯하다.


비 오는 날, 화창한 날, 쌀쌀한 날 웬만한 날에는 다 쌀국수가 당긴다.





이런 내가 베트남 다낭으로 여행을 가니 현지에서 먹을 베트남 음식에 얼마나 기대가 컸을까.


평소 즐겨보던 여행 유튜버들이 가던 동남아 현지 맛집들.

영상에서나 보던 길거리 좌판의 싸고 맛있는 음식들을 이젠 내가 즐길 수 있다니.

그간 해보지 못했던 생소한 경험들을 잔뜩 해보리라.

베트남 현지 음식을 다 먹어주리라.


여행을 계획할 때만 해도 이런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하지만,

우리 부부의 첫 해외여행은 태교여행으로 탈바꿈되었고,

동남아 현지 음식을 화려하게 먹어주겠다는 나의 큰 포부는

입덧이라는 폭격에 와장창 깨져버렸다.


쌀국수는커녕 된장찌개 냄새도 못 맡겠는 지경에 이르러 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본격 입덧이 심해지기 전까지는 한국에서 파는 쌀국수는 잘 먹었다.

어느 정도 현지화 되어 너무 심한 향신료 냄새는 안 나서 일까.

속이 울렁거릴 때는 쌀국수의 국물이 가끔 당기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베트남 현지의 쌀국수는 조금 달랐다.

관광지이긴 하지만 그래도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맛이라서 그럴까

토종 한국인의 입맛에는, 거기다 입덧하는 임산부의 입맛에는 냄새와 맛 모두 다소 과하게 느껴졌다.


호텔 조식당에서는 늘 베트남 쌀국수가 나왔는데

뷔페식이라 원하면 가져오면 된다.


다양한 토핑과 진한 육수.

평소라면 매일 아침 쌀국수로 허전한 속을 달래고 뜨끈하게 충전시키며 하루를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남편이 작은 그릇에 가져오는 쌀국수의 냄새마저도 힘든 지경이니.


평소 좋아하는 음식인데,

꼭 베트남 현지에서 한 번쯤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인데,

이렇게 냄새 맡는 거 조차 힘들다니,

지금의 몸상태가 조금은 미워지는 순간이었다.






이런 상태다 보니 아무래도 간절하게 한식이 당기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입덧 때문에 밥냄새도 못 맡았는데

베트남에 와서 각종 향신료 냄새 공격을 받다 보니

이젠 오히려 밥 냄새와 된장찌개 냄새가 그리워졌다.


김치찌개, 겉절이 김치, 쨍한 시원한 물, 양파절임, 깻잎절임, 파절이, 삼겹살, 제육볶음, 김치볶음밥 등


베트남에서 아주 잘 먹은 한식 메뉴들이다.





처음 호이안에서 제법 유명한 한식당에 가게 되었을 때

정말 감격의 눈물이 나올 뻔했다.


그 이후로 베트남에서 분짜, 반미 등 현지 음식을 먹는 시도를 해봤지만

어찌어찌 먹긴 먹되 아무래도 약간의 거부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창 입덧 중인 10주 차 임산부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여행 중반-후반까지는 계속 한식을 먹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좋아했던 메뉴는 바로 김치찌개.


니글한 속을 달래기에 매콤 새콤한 김치만 한 게 없었다.

그냥 쌀밥에 김치찌개만 있으면 한 끼 간편하게 해결할 정도였다.


덕분에 여행 중 세끼 정도를 김치찌개를 사 먹었다.

한국에서는 집에서 뚝딱 만들어먹는 간단한 요리였는데, 외국에 와서 이렇게까지 사 먹게 될 줄이야.

거기에 삼겹살 몇 점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근사한 한 끼이다.


이런 까다로운 입맛에 맞추느라 힘들었을 남편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한국에서는 냄새도 못 맡던 음식들이 외국에 가니 그리운 음식이 되다니.

이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그래도 입덧이 아주아주 심했던 임신 6주 차-9주 차보다는 약간씩 괜찮아지는 경향이 있어서

그나마 한식이라도 조금씩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기도 했다.


안 그랬다면 더욱 괴로운 여행이 되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해외여행 가서 며칠 만에 한식이 최고야를 외치게 될 줄은 몰랐으나,

다시 한번 더 외쳐본다.


역시, 한식이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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