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아버지의 병원은 어디인가

by 조유리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검사 결과를 들으러 오라는 것이었다. '무슨 오라는 연락을 한 시간 전에 주나, 미리 좀 주지'라고 투덜대면서도 그것이 아버지가 위급하기 때문은 아닌지, 두려워하며 한 달음에 병원으로 달려갔다. 오빠보다는 좀 더 빨리 병원에 갈 수 있는 내가 가기로했다. 그래도 아버지가 누워있는 중환자실이 아닌 진료실로 부른 것을 보면 그렇게 급한 상황은 아닐거라 추측하며 의사를 만났다. 의사의 표정은 어두웠다.


"아버지가 어떻게 쓰러지신거에요? 아, 모르신다고 했나...그렇지, 보호자 분이 모른다고 그러면 나도 모르는거고...근데 여기저기 상처가 많아요. 멍도 많고. 그리고, 원래 간이 안 좋으신가요? 간 안 좋으신 분들이 다른 병으로 입원을 해도 갑자기 악화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물론 지금은 뭐, 그렇게 당장 어떻게 되신다, 뭐 그런 상태는 아니지만, 근데 뇌상태가 앞으로 안정이 될지 안 될지는 한 일주일은 지나봐야 알 수 있어요. 그런데 2차 출혈이 일어나거나 하면 상당히 힘들어질 수 있거든요. MRI 검사 결과를 보니까, 뇌 경색증도 조금 있어요."

"뇌경색 증상이 어느정도인가요?"

"보이는 그대로에요. (의사는 나는 봐도 잘 모르는 차트를 가리키며, 보면 모르겠냐는 말투로 이어갔다.) 뭐, 지금 그리 크진 않은데, 그런데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거죠. 외상성 뇌출혈에다가 그러니까, 좁은 범위의 다발성 뇌경색증, 하여튼 이건 다음 주까지 봐야 되는 상태고. 그리고 여기저기 다치셨으니까, 그리고 여기 보시면 뇌 이쪽이 좀 떴잖아요? 그게 급성 출혈이 있던 거고, 그러니까 그게 더 악화가 되면 갑자기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는거고....어쨌든 간이 안 좋으신거니까, 그리고 이렇게 뇌경색증이 있으면 혼수상태가 있을 수도 있고, 지금은 꼭 그렇지는 않지만 앞으로 위중한 상태가 될 수도 있는거고...다음 주 중 정형외과 검사를 해서 뼈 이상이 없는지 볼거고, 그런데 이런 상태는 짧게는 1주, 길게는 2주, 3주도 지켜봐야 하는거고..."


처음에는 행여나 아버지의 상태가 최악이라고 말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표정이 좋지 않던 의사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도 못하던 나는 이상하게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고 결론은 없는 장광설에 의아해져서 서서히 고개를 들고 의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걸까. 그래서 어떤 치료를 했으면 좋겠다는건가. 그냥 이대로 몇 주간 지켜보자는건가?


오빠가 처음 아버지를 큰 대학병원 응급실로 데려갔을 때 분명 '뇌수술을 해서 치료를 해야 하는 상태지만 뇌 안의 부종이 있으니 조금만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중환자실이 없으니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고 했다 했는데 이 의사는 뇌수술 계획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고, 지금 아버지의 온갖 몸 상태를 다 이야기하면서 앞으로는 악화될 수도 있는데 더 지켜봐야한다는 말만 하고 있었다. 그것도 같은 말을 두 번, 세 번 반복하면서.


그 말이 내 귀에, '우리는 당장 약물 치료 말고는 별 것 안 할텐데, 앞으로 아버지 상태가 더 안 좋아져도 그건 이렇게 안 좋은 환자 상태 때문인거지 우리 잘못은 아니고'라는 말로 들리는 것은 그저 환자 보호자의 절실함에 의한 과한 의심 때문이었던 건지, 아님 정말 그 의사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그것이었던 건지, 헷갈리기만 했다.




병원에 다녀온 후, 나는 오빠에게 대뜸 병원을 옮기는 것이 어떨지 물었다. 의사 말을 듣고 와도 도대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뇌수술을 잘 한다는 의사를 좀 검색해보자고 말했다.


오빠는 왜 그러냐고 물으면서도 내가 전하는 의사의 말이 답답하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쉽게 판단할 일은 아니었다. 정형외과 검사도 해본다고 했고 뇌를 다친 아버지를 섣불리 옮기는 것이 더 위험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다른 병원을 좀 더 알아는 보되, 좀 더 기다려보자고 했다.





며칠 후 병원에서 보호자를 또 불렀다. 이번엔 오빠가 갔다. 오빠가 들은 이야기도 내가 들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형외과 검사는 크게 문제는 없었고, 좀 더 지켜봐야 상황을 알 수 있다면서 큰 변동 사항도 없는데 왜 자꾸 보호자를 부르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우리는 서로 말했다. 의사가 말하는 요점은 계속, '환자가 좋은 상태는 아니다. 지금 위급한 것은 아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몸 상태다. 알고 계시라.' 였다. 오빠는 물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약물 치료를 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나요?"

"있다면 벌써 했고, 그걸 설명했겠죠."

"약물치료는 어떤 걸 하시는 건가요?"

"뇌에 대한 약, 염증에 대한 약을 쓰는 거죠."


오빠는 내게 말했다.


"네가 왜 전원하자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왠지, 이 의사는 믿음이 안 가네."


우리의 고민은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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