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병원은 어디인가

아버지의 병원은 어디인가

by 조유리

오빠와 나는 검색에 열을 올렸다. 뇌출혈 수술에 대해서 어떤 의사가 유명한지, 치료를 잘한다고 알려진 병원은 어디인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뇌수술 명의'에 대한 언론 기사도 살펴보고 평소 관심도 없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해당 분야에서 평가가 좋은 병원을 뒤져보기도 했다. 하지만 오빠가 처음 아버지를 데리고 응급실로 찾아갔던 A 병원에서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어서 전원되었던 것처럼 아무리 좋은 병원이라도 자리가 없다면 입원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좋은 병원 찾기를 잠시 멈추고 전원의 절차를 알아보았다. 평소 가끔 들어가 정보를 얻던 '뇌질환과 치매 환자들의 보호자 온라인 카페'를 비롯, 여러 통로를 통해 알아본 전원 절차는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옮기고 싶은 병원을 정해 찾아가 그동안의 검사 기록 CD를 접수시킨 뒤 담당교수 외래 면담을 하고 전원 의사를 밝힌다. 그 병원에서 전원이 허락되면 중환자실에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린다. 이런 절차를 알고 나니 한숨부터 나왔다. 엄마 진료차 오랜 세월 대학병원에 다녀 본 경험 상, 외래 예약은 쉽지 않다. 빨라도 1주, 길면 한두 달까지도 기다려야 한다. 지금 있는 B 병원 의사의 말처럼 정말 아버지가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는 상태라면 그렇게 막연하게 기다릴 수는 없었다.

물론 외래진료 없이 옮기려는 병원을 정하고 무조건 응급실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그랬다가 입원할 병실이 없다면 아픈 아버지를 데리고 다시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사실 엄마가 연명치료를 하며 누워있을 때부터 오빠는 자신의 지인 한 명이 C 병원 관계자를 잘 안다고 했었다. 그래서 그분에게 소개를 받아 엄마를 C 병원으로 옮길지에 대해 잠시 고민하기도 했었다. 그때 엄마를 전원시키지 않은 것이 당시 엄마가 누워있던 그리고 지금은 아버지가 누워있는 이 B 병원이 미더웠기 때문은 아니었다. C 병원은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7년 가까이 그 지역에 살면서 주변에서 들은 평판은 그리 좋지 않았다. 크고 작은 의료 사고가 잘 나는 곳이라 했었던 것. 입소문일 뿐이라 무시하려 해도 소문이 좋지 않은 곳에 엄마를 데려가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엄마는 이미 병원으로 실려 올 때부터 희망보다는 절망이 더 언급되는 상태였다. 더 망설일 사이도 없이 엄마는 연명치료 5일 만에 우리 곁을 떠났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도, 환자의 상태도, 오빠와 나의 마음도 좀 달랐다. 아버지는 안 좋은 상태긴 해도 치료를 받으면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았고 현재의 B 병원 의사의 중언부언을 반복해서 듣고 있자니 아무리 C 병원이 안 좋아도 '이보다는 낫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기사를 검색해보니 C 병원의 뇌수술 전문의는 나름 평판이 좋은 사람이었다. 병원이 우리 집 근처에 위치했다는 것 또한 지금은 큰 장점으로 보였다.


나는 어느새 그동안 가져온 C 병원에 대한 나쁜 인상을 지우려는 시도를 스스로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이 어서 빨리 아버지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는 방법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엄마 때와 아버지 때, C 병원에 대한 생각을 갑자기 바꿔버린 내 자신이 좀 간사하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런 꺼림칙함 때문에 결정을 미루기에는 마음이 너무 급했다. B 병원이 못 미덥다고 여기기 시작하자 이제 여기는 더 이상 있을 곳이 못 되는 곳이라 느껴졌다. 아버지를 하루라도 빨리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싶었다.


나는 오빠에게 그 지인을 통해 C 병원에 갈 수 있는지 확실히 물어보자고 권했다. 알아보겠다고 말한 오빠가 가능하다는 답을 전한 것은 그로부터 단 몇 시간 뒤였다. 그리고 우리는 일사천리로 결정을 내려 그날 밤 바로 아버지를 옮기기로 했다. 일의 진행이 너무 빨라지는 것에 당황한 나는 갑자기 이렇게 지인을 통해 병원을 알아보는 것이 절차상 적법한 것인지 두려워졌다. 우리 가족은 큰 병원에 건너 건너라도 아는 의사나 간호사 한 명 없어서 엄마의 입원 때마다 항상 어려움을 겪고 답답해 했었지만 막상 부탁할 사람이 생기고 일이 빨리 진행되니 무언가 큰 비리를 저지르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아버지를 전원시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혜택을 받았다고 하기에 우리 앞에는 너무도 잔인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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