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된 기분

질문 금지

by 조유리

화요일 오전, 오빠와 나는 담당 교수의 외래 진료실을 찾았다. 순서가 되어 들어간 우리는 잔뜩 긴장했다. 지금에 와서는 그럴 필요까지 있었나, 싶긴 하지만 '이 권위적이고 명망 있는 의사' 앞에서 CCTV를 보여달라고 말하는 것이 혹시라도 예의 없는 것은 아닐까, 대단히 화를 내진 않을까 걱정했던 것 같다.


"안녕하세요."

"예, 아드님, 따님 되시죠?"

"네에, 아버지 상태에 대한 원인이 좀 나왔습니까?"

"폐동맥 혈전 CT에서... 추정이죠. 추정. 우리가 생각하는 추정은 첫 번째로 갑작스러운 호흡부전 때문에 혈압이 떨어지고 그다음에 뇌로 피가 안 가니까 뇌가 문제 생겼을 거라는 것이 1번. 두 번째는 뇌부종이 있으니까 이 자체로도 문제가 있을 텐데. 이것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죠."

"호흡부전을 일으킨 원인은요?"

"사실 원래, 전해질 장애도 있으셨고, 간도 안 좋으셨고, 그런 상태긴 했잖아요. 사실 뇌 상태만으로 호흡부전이 갑자기 생길 만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상태가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었기에 하룻밤 정도 지켜보다가 수술하려 했는데 그날 밤에 이렇게 되셔서 저도 지금 미치겠어요."

"아버지 기존의 전해질 장애 등은 호흡부전을 일으킬만한 요인이 될 수 있을까요?"

"아뇨, 그건 또 아니에요. 그만한 수치로 호흡이 억제되진 않아요. CT를 찍은 후에 폐동맥 혈전증이 있었을 수 있는데 또 그것도 명백한 에비던스는 없고요. 뇌가 부어서 그런 걸까? 그걸 배제하진 못하지만 그런데 또 그걸 원인이라고 할 만하진 않아요. 어쨌든 그렇다고 완벽히 좋은 상태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내가 회진 돌면서 '불안하니까 중환자실로 옮기자'고 한 거예요. 그래서 중환자실로 내려왔으니 망정이지 만약 중환자실에 안 왔으면 상태가 나빠지는 것도 모르고 몇 시간 방치되었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중환자실에서 빨리 조치를 한 것인데 이렇게 되었으니, 휴..."


교수는 또다시 중환자실로 옮긴 것이 다행이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 우리는 이에 대해 반박을 해야 했는데, 그 과정이 너무 조심스러웠다.

"물론 선생님, 그렇게 배려해주셔서 중환자실로 옮겨주신 건 너무나 감사했고, 지금도 저희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데요, 근데..."
"편하게 얘기하세요."

"근데, 그러니까, 결과가 이렇게 되고 보니... 일반 병실에 있었다면 어쨌든 저희가 돌봐야 했었으니까 강제적으로라도 아버지가 그렇게 되신 순간에 목격을 했을 텐데...근데, 저, 중환자실에 들어간 후 이런 일이 생기고 나니...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답답하고, 저희로서는 중환자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원인을 밝히지 못하면 자식으로서 너무 큰 짐이 될 것 같고... 그래서 말인데, 혹시, 저희가, 아버님이 그렇게 되신 시점에... 중환자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CCTV 요청을 드리면 결례가 혹시 될까요?"

오빠와 나는 둘이 번갈아가며, 호흡을 참아가며, 침을 꿀꺽 삼켜가며 그렇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그에 반면 교수는 1초도 되지 않아 답을 던졌다.

"결례가 되죠. 그런 경우는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CCTV를 제공해서 보여주면 모든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꼬투리 잡을 수 있는 거잖아요. 요새 수술실 CCTV 설치해야 한다고 그런 얘기들 많이 하는데요, 그러면 그렇게 위험하지 않은 수술 하다가 잠깐 너무 급해서 화장실 갈 수 있어요. 그럼 CCTV 있으면 그거 가지고도 코투리를 잡는다고요. "

"죄송합니다. 기분 나쁘시라고 드린 말씀은 아닙니다."

우리는 연신 사과를 하고 교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조심하면서, 우리가 왜 의구심을 갖는지, 간호 기록지에 <석션 후 서든, 산소 포화도가 떨어졌다>는 말이 있다는 것이 마음이 걸린다는 내용을 설명했다.

우리가 보기에 교수는, 의사의 처치에 딴지를 거는 건 아니라는 점에 안심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재빨리 간호기록지를 화면에 띄웠다.

"어디, 어느 시점을 말하는 건데요?"

"여기, 10시 45분에요, 분명히 간호 기록지가 그렇게 쓰여 있거든요. 석션 직후에 산소포화도가 떨어졌다고요. 그게 맞다면 혹시라도 석션이 호흡 부전의 원인이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물론, 아니길 바라지만요."

"(오빠) 사실 저는 동생과 약간 견해가 다르긴 합니다. 그 전 10시 32분쯤에도 아버지의 심장 박동수가 떨어진 게 보이는데요, 먼저 질문드릴 것이, 심장 박동수가 이 정도 떨어진 것도 호흡 부전을 일으킬 만한 원인이 될까요?"

"아뇨, 그 정도는 그리 큰 변화는 아니에요."

"아, 네, 그런데 그 시간에 간호사 교대가 이루어졌습니다. 그 사이에 아버지 상태가 안 좋아졌는데, 혹시라도 그때 간호사가 환자 상태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교대하느라 다른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추정도 듭니다."

"그러면 그건 중환자실 수간호사에게 물어보세요. 지금 보호자분들이 말씀하시는 것도 추정이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아버님 상태에 대한 원인이 검사 결과로 나오지 않는데 이런저런 이유를 대는 것도 추정이에요. 이걸 CCTV로 밝히려 들면 끝이 없어요. 사실 간호사실에 물어봐도 다 정상적으로 조치했다고 말할 거예요. 그럼 믿어야지 어쩌겠어요. 제가 간호사에게 환자 상태를 물어도 괜찮다고 하면 믿어야 하는 거예요. 그래야 일을 할 수 있죠."

나는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환자 보호자 입장에서는 병원에서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질문은 금지된 것인가. 그냥 무조건 믿으라는 것인가. CCTV 제공은 절대 불가한 것인가.


하지만 오빠와 나는 더 이상의 요구를 할 수 없었다. 교수에게 문의하면 혹시라도 병원 전체 차원에서 이 문제를 화두로 삼아 내부 회의를 한 뒤 우리에게 어떤 답변을 주는 절차를 밟아 주지 않을지 기대했었는데, 대화를 하고 나니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저 간호사의 처치에 궁금한 게 있으면 간호사에게 물어보라는 걸 보면 그저 개별적인 작은 건으로 취급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언급하지 못하고, 만약 아버지의 연명치료를 중단하게 된다면 그 절차는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를 했다.

"그러니까, 추가적인 위기 상황이 생겼을 때 심폐소생이나 투석 등의 적극적의 조치는 안 한다는 거죠? 호흡기를 떼는 일은 병원에서도 할 수 없는 일이고, 승압제는 때가 되어서 요청을 하면 끊어드릴 수는 있어요."

"네, 사실 그걸 오늘 당장 요청드릴까도 생각했었는데, 지금 간호 관련해서 생각이 많아져서, 필요하면 다시 요청드릴게요."

"나도 우리 아버님을 우리 병원에서 보내드렸어요. 의사 입장에서는 튜브를 꼽아야 하는 상태에서 내가 안 꼽겠다고 했어요. 내가 막내아들임에도 그렇게 결정했는데 그러고 나니 마음이 힘들더라고요. 그게 두고두고 마음이 걸려요. 그러니까 승압제는 충분히 얘기를 하고 난 뒤에 끊도록 하세요. 그건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간호사실에 가서는 이러저러해서 마음이 좀 힘드니까 얘기를 좀 듣고 싶다고 면담을 요청하세요."

"예"

"그리고, 의료진을 좀 믿어주세요. 뭐 미덥지는 않겠지만. 한 번 가서 얘기하세요."

"(오빠) 예, 감사합니다. "

"(나) 예, 죄송합니다."


요즘은 인증의 시대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증거를 요구하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버지가 떠나간 그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CCTV를 요구하는 것 자체로 큰 죄를 짓는 것 같은 기분이 되어 진료실을 나왔다. 물론 우리도 의료진을 믿고 싶었다. 이런 의심이 열심히 환자를 살리려 노력하는 이 세상 모든 의료진을 맥 빠지게 하는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보호자 입장에서, 아버지가 편안히, 그저 자연적으로 떠나가셨다는 확신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혹여 아버지가 사고사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 의심에 대한 괴로움, 그리고 죄없는 의료진에게 쓸데없는 의심을 하고 있다는 자책감이 겹쳐져서 마음이 더욱 착찹해졌다. 이제 다시 간호사에게 면담 요청을 해야 할 차례. 산 넘어 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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