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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떠난 후
마음을 단단히 먹기
by
조유리
Apr 28. 2021
엄마에 대한 글을 다시 쓰고 있다.
엄마가 아픈 시간 동안의 기억과 그것을 마주한 나의 화난 감정을 빠짐없이 토로한 처음 글과 달리,
흐른 시간에 비례하진 않겠지만 어쨌든 처음보다는 많이 진정된 마음으로,
엄마와 나, 우리 가족에 대해 천천히 돌아보는, 다소 사색적인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 다시 쓰는 글은 당장은 브런치에 올리지 못 할 것 같다.
어느 정도 완성이 된 후에 업로드를 시작할 예정이다.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왠지 그러고 싶다.
오늘, 엄마 사건의 피고인들의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변호인의) 변론서를 받아보았다.
조금이라도 죄의 무게를 덜어내보려는 것이 그들의 당연한 입장이겠지만
전반적으로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컴퓨터로 읽다가 그만, 창을 닫아버렸다.
내 입장에서는 조목조목 따져서 다시 재반박을 해야
앞으로의 소송 진행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일단 접고 그러지 않았다.
엄마의 CCTV를 초단위로 돌려보며 상황을 적어나갔던 그 때가 떠올랐다.
괴로움에 몸서리쳐도 꿋꿋이 영상을 볼 수 밖에 없었던 그 끔찍한 순간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일단 오늘은, 변호사에게 일을 좀 미루려 한다.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단단히 먹겠다고 결심하면 그렇게 되는 걸까?
나는 어떨까. 죄가 아니라는 그 쪽의 항변서만 읽어도 가슴이 벌렁거리는 유리멘탈인 내가
얼마나 강단있는 모습으로 끝까지 일을 진행할 수 있을까.
마음을, 단단히, 먹기.
그러고보면 표현이 참 이상하긴 하다.
먹다의 대상이 마음인 것도, 그 먹는 방식이 '단단히' 라는 것도.
꿀꺽, 목으로 넘기면 마음이 단단해지는 것, 그런게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쉬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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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마음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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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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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엄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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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그런 엄마가 있었다> 작가. 가족, 나이듦, 복지에 대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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