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내내 아이들과 집안에만 있는 게 너무 답답해서 하루 날을 잡아 나들이를 다녀왔다. 평소 나들이나 여행을 할 때는 계획을 철저히, 열심히 짜는 편인데 이번엔 만사가 귀찮아 그냥 무작정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여의도 한강 공원으로 향했다. 그저 눈앞에서 찰랑이는 물을 보고 싶어 선택한 곳.
가평이나 강원도처럼 레포츠의 성지에만 있는 줄 알았던 수상 레포츠 체험장이 눈앞에 있었다.
'왜 굳이 돈 주고 스릴을?'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인 나는,
놀이공원도 싫어하고 공포 영화도 못 보는 나는
달랑 구명조끼만 입고 손잡이 하나에 매달려 상상 이상의 속도로 내달리는 모터보트에 몸을 맡기며
"살려줘..."
를 되뇌었다.
겁에 질린 내 표정을 보고 가족들은 재밌다는 듯 깔깔 웃어댔다. 바나나 보트, 웨이크 보드 등 다른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희들이나 타든가.."
옷이 더 젖는 건 싫다며 아이들도 거절했다. 오리배 하나를 더 타고 레포츠를 마무리했다.
간단히 점심을 먹으며 큰 아이가 물었다.
"엄마, 그다음엔 뭐해요?"
뭘 할지 잔뜩 기대를 하는 건가, 싶은 마음에
"몰라, 엄마가 이번엔 계획을 별로 안 했어."
라고 기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아이의 의외의 한 마디.
"와, 좋다. 계획이 없다니 마음 되게 편하다!"
여행을 갈 때마다, 계획 짜는 데 별 도움을 안 주는 남편과 아직 어린아이들을 나 혼자 이끌어 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미리미리 코스를 짜고 열심히 일정을 계획하며 고군분투했던 것을 생각하면 허무할 지경인 그 한 마디. 하지만 이후 아이들은 그야말로 자유를 만끽했다. 아빠는 벤치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엄마는 잔디밭에 앉아 물구경이나 하는 사이 바닥에 쓱쓱 선을 그리고 사방치기를 하고 노는 아이들.
평소 계획을 잘 세워서 숙제랑 놀이 시간을 잘 구분해보라고 권했던 것조차 아이들에게는 구속이었던 걸까? 진정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자유, 그게 얼마나 그리웠을지. 그리고 여행이나 나들이의 재미는 바로 그 자유를 누리는 것이 아니었을지.
집에 돌아오니 둘째마저 한 마디 한다.
"이번 나들이는 정말 좋았어. 아무 계획도 없이 그냥 자유롭게 놀다 온 거."
엄마 노릇에서는 때로 '열심히'가 역효과를 낼 때도 있다. 힘 빼고 엄마 노릇, 그게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