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말에는 아버지, 엄마의 생신이 연이어 있다. 멀리 사는 친오빠를 생각하니 돌아가신 분들의 생신을, 그것도 두 번째 되는 해에 치를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결국 상의 끝에 이번 주말, 오빠와 산소에 가기로 했다. 돌아가신 분들의 생신이지만 날짜가 지나면 안 될 것 같았다.
일정을 알려주며 중학생 큰 아이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생신 앞두고 산소에 갈건데 너는 바로 다음 주에 기말고사라서 부담스럽지? 시간 빼기도 힘들고 마음도 조급할 테고. 나머지 식구들만 잠깐 다녀올게 너 혼자 집에 있을래?"
그러자 아이 표정이 왠지 탐탁지 않다.
"왜? 너 혼자 집에 있는 거 싫어? 아님 할아버지 찾아뵙고 싶어?"
"그것도 그렇지만.... 시험보다 그게 더 중요한 일이잖아."
결국 아이는 지금은 확답은 못하지만, 공부를 해보다가 주말 직전에 다시 의사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되도록 가는 쪽으로 노력해보겠다며.
아이가 그렇게 말해주어 고맙다.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