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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언니 Jan 06. 2022

엄마의 한숨

아들의 일기장 

2015년 1월 9일 금요일 

제목 - 엄마를 위한 설거지 


나는 오늘 엄마를 위해 설거지를 했다. 

왜냐하면 오늘은 엄마가 피곤해하셨다. 

그래서 한숨을 푹~ 쉬고 사우나를 가셨다. 

나는 그사이 그것이 마음에 걸려 설거지를 했다. 

그때 엄마가 돌아오셨다. 

나는 엄마에게 서프라이즈를 하기 위해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때 엄마가 "윤기야 설거지를 했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울먹이며 "엄마가 한숨 쉬는 게 마음에 걸려서."라고 했는데 

엄마가 윤기 마음이 엄마 닮아서 넓다고 했다. 

나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

엄마를 잃지 않을 것이다. 



2015년 1월의 어느 날, 아들의 일기장을 보게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둘째 아들의 일기다. 그날 내가 한숨을 쉬었었구나, 내 작은 한숨이 아이에게는 엄마를 잃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할 만큼, 크고 무겁게 느껴졌음을 그때 알았다. 그날 무엇이 힘들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바쁘고 힘든 하루 일정 속에 지쳐 귀가해서 한숨을 쉬었었나 보다.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는 말에 다시 힘이 났고, 한숨을 아끼자고 다짐했었다. 아이에게 엄마의 존재는 그렇다. 한숨 쉬는 엄마를 유심히 살폈던 저 아이가 지금도 나를 가장 살핀다. 이제는 나보다 키도 덩치도 크다. 그때 엄마를 위해 설거지했듯이 지금도 자주 나를 위해 설거지를 한다. 오늘 설거지하는 모습을 보고 문득 7년 전 그 일기가 생각나서 사진을 꺼내 보았다. 나이를 먹나 보다 자꾸 아이들 어린 시절을 찾아보게 된다. 언젠가 엄마를 잃어도 후회 없도록 우리 즐겁게 살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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