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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언니 Jan 03. 2022

이기적인 엄마가 되기로 했다.

내 이야기

결혼했다. 나는 이기적인 아이였다. 내 마음대로 하고 살던 내가 결혼과 출산을 통해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정말 어른이 되어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첫째를 낳고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산후우울증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그때는 그게 산후우울증인지 몰랐다. 지나고 나서 알게 되었다. 결혼 전 청바지를 즐겨 입던 나는 어느 날 아이가 침대에서 울고 있는데 옷장 속 청바지를 하나하나 입어보면서 던졌다. 몽땅 버렸다. 들어가지 않는 청바지가 싫었고, 예쁘게 차려입고 외출하고 싶은데, 울고 있는 아기도 싫었다. 그게 산후우울증이었다. 그날을 잊지 못한다. 울고 있는 아기 소리를 듣고 옆집 언니가 벨을 눌렀다. 아기를 안아줬다.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니?’ 언니가 아이를 달래주고 밥을 차려줬다. 편하게 밥을 먹는 것조차 그때는 어렵다는 걸 이미 언니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밥을 다 먹고 난 나에게 아이를 안기며 언니가 말했다. “이쁘지 않아? 너무 이쁘잖아. 하고 싶은 거 못해서 속상하고 혼자만 힘든 것 같고 그렇지?”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언니가 말했다. “조금 더 아기 키우고 나면 다시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는 날이 올 거야. 그때까지는 아기 잘 키워보자. 할 수 없는 거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라고 했다. 지금 잘할 수 있는 건 아기를 기쁜 마음으로 잘 키우는 거라고, 그리고 틈나는 대로 하고 싶은 공부도 해보라고 말했다. 18년 전 그 언니와 나는 지금까지도 친언니 동생처럼 잘 지내고 있다.      


 첫째가 9개월쯤 되었을 때, 둘째를 임신했다. 18개월 차이 나는 연년생 두 아이를 키우면서 정신없이 살아갔다. 책에서 본대로 36개월까지는 내 손에서 키우리라 다짐했던 첫째 아이를 28개월에 어린이집에 보냈다. 책은 그냥 책이었다. 내 힘듦이 아이에게 짜증으로 표현되는 시간을 엄마랑 종일 보내는 것보다 어린이집이 더 좋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엄마는 처음 이었으니까 책의 이론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일이 너무 하고 싶었다. 집에서 육아만 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이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내 존재가 아이 키우는 엄마로 국한 되는 것이 슬펐다. 둘째가 24개월이 되던 때 두 아이 모두 어린이집에 보내고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셋째가 생겼다. 일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했다. 다섯 살, 네 살, 한 살, 그렇게 세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워킹맘이 되었다.      


 셋째를 낳고 고민했다. 100일 휴가는 주어졌는데 100일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다. ‘많이 했잖아. 다 잘할 수 없잖아.’ 그렇게 나는 이기적인 엄마가 되기로 했다. 100일 휴가가 끝나고 일터로 복귀했다. 가정보육 어린이집에 아기를 보냈고 남편의 도움을 받아 육아도 일도 잘 해내고 싶었다. 다섯 살 된 첫째 네 살 된 둘째, 두 아이에게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할 수 있게 가르쳤다. 엄마 손이 많이 가야 하는 나이, 그 어린 아이들에게 스스로 씻고 먹으라고 했다. 그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내가 힘들어지고 화가 아이들에게 가는 것보다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돼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누군가 말해도 상관없다. 나는 내 이름 석 자를 지키기 위해 애쓸 것이다. ‘좀 이기적이면 어때. 내가 행복해야 내 아이들도 잘 키울 수 있어.’라고 생각했다.      


 내가 짜증내고 미소 짓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도 미소 짓지 않는다. 내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 우리 아이들도 내게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내가 먼저이고 나를 사랑해 주는 이기적인 엄마가 된 것이 지금 와서 보면 너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사남매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그 마음을 지키고 계속 해왔다. 일과 삶의 균형을 잘 지켜내며 살고 싶었고 방법을 찾았다. 엄마가 모든 걸 다 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해나가는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 애썼고 지금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넷째 아이를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조금은 이기적인 엄마, 아이의 모든 걸 다 해주는 엄마가 아닌 아이 스스로 자립할 힘을 키워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힘든 것도 느껴보고 도움을 청할 방법도 알아가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   모든 것을 희생하기보다는 나를 아끼고 지켜내는 이기적인 엄마가 어쩌면 아이들의 인생에 홀로서기 할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엔 엄마의 손과 몸이 필요했다면 아이들이 자라면서 필요한 것은 정신력이 강한 엄마가 아닐까 한다. 어떤 어려움도 엄마랑 상의하면 좋아질 것 같은 강한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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