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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언니 Nov 12. 2022

네가, 내가 살아가는데 아주 큰 힘이다.

나는 그저 정성을 다했다.


“혜원아 , 언니가 진짜 너한테 고마워서 자꾸 생각이 나서 전화했어.”


나를 혜원아 라고 부르는 언니가 있다.

혜원이는 내 첫째 아이 이름이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아산, 남편 따라 이사 와서 처음으로 알게 된 201호 언니

나는 그때 203호에 살았었다.

202호에도 언니는 살았지만, 201호 언니와는 다르게 남에게 관심 없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낯선 곳에 이사 와서 첫 아이를 낳고 산후우울증으로 힘들었던 어느 날,

아기가 우는데 옷장문을 활짝 열어두고 청바지를 하나하나 꺼내 입어보며

이것도 안 맞네, 이것도 안 맞고, 이것도…. 하면서 바지를 버릴 마음으로 차곡차곡 쌓고 있던 나,

그때 나한테는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지나고 나서 보니 그게 산후 우울증이었다.


“아기 엄마, 아기 왜 이렇게 울어요?”

하며 처음 우리 집 문을 두드렸던 언니는 들어와 아기를 안아서 달래 재워주고

“밥은 먹었어요?”라고 물었다.


그게 언니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 후로도 종종 언니는 밥을 챙겨주며 내가 밥 먹는 동안 아기를 봐주기도 하고

같이 밥을 먹기도 하고, 언니가 없는 나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언니랑 나는 그렇게 벌써

20년을 함께 보내고 있다.


아이를 키우며 힘든 순간, 사람들로 부터 힘든 순간, 그리고 좋은 일이 생길 때도 언니와 늘 소통했다..

추운 날이면 ‘혜원아 따뜻하게 입고 나가.

 오늘 춥데’ 아침 일찍 문자를 넣어 나를

챙기는 언니다.



성실하고 근면하며 강한 언니다.

어느 날, 아저씨의 암 선고, 수술,

그 후로도 계속 항암치료,

그렇게 힘든 순간에도 언니는

세상 누구보다 강해 보였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맛있는 밥에 술 한잔, 그리고 언니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그것뿐이었다.


남편의 부재를 미리 준비하듯

언니는 계속 일을 했다.

옷가게, 어느 회사의 매점,

그리고 지금 토스트 가게 까지,

내가 그 입장이 아니라 다 알 수는 없겠지만,

한 가지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암환자인 남편에 대한 생각과 태도,

더불어 힘든 삶에 대한 스스로의 지탱력 또한 강한 언니의 모습을 보며 지내왔다.


언니는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도움을 주기도 했고, 마음으로 응원해 준다.

언니에게 내게 필요한 순간들이 오면 나는 바로바로 부탁을 들어준다.

그건  나의 마음이다.

서로에게 늘 정성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언니는 디지털에 약하다.

 공인인증서, 전자서명, 사업을 하시면서

필요한 이런 부분

주식 투자하시는데 증권사 어플 설치하고 사용하는 방법, 로그인이 안되거나 답답한 일이 생기면

언제나 나를 호출하고 나는 시간을 내어

언니한테 가서 해결해 드린다.


며칠 전 일이다.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오셨다.

“혜원아 언니가 답답해서 좀 와줄 수 있니? 언니가 뭘 잘못 눌렀는지

메뉴판이 다 날아갔어”


얼마 전 토스트 가게를 오픈한 언니는 네이버 플레이스에서 사업자 변경을 시도하다가

모두 삭제를 누르는 실수로 다시 세팅이 되면서 메뉴판도 지워졌다고 놀라셔서 전화했다.


언니 한 시간 정도 후에 갈게요.

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차! 그날은 센터에 걸어서 출근을 했고

 나는 차가 없었다.

사실 며칠 전 119구 구급차가 내 차 뒤를 접촉하는 사고가 있었고

차량 수리에 들어간 날이다.


택시를 탔다.

언니 가게에 가서 언니를 진정시키고 언니와 나는 메뉴를 다시 만들고 사진 찍어 올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만큼 정리해 드렸다.

메뉴사진을 위해 만든 토스트를 다 싸주면서  

가져가서 아이들 먹이라고 한다.

계산하고 가져간다고 해도 언니는

그냥 가져가라고 한다.


카카오 택시를 조용히 부르고 나오려고 하는데

언니가 따라 나온다.

차는 어디 있고 택시를 불렀어?

왜? 너 택시 타고 왔니?


사실은 이만저만 사고가 있어서 차 수리 들어갔다고 했더니

차도 없는데 택시 타고 너 여기 온 거니?  

택시비는 만원쯤 나올 정도의 거리다.

택시가 출발하는 내내,

 연신 언니는 혜원아 진짜 고맙다.

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언니한테서

다시 전화가 온 거다.

“혜원아 언니가 오전 아르바이트 잠깐 해주는 언니한테 니 자랑했다.

사고 나서 차도 없는데 택시 타고 와서

나 도와주고 가는 동생이라고.

그리고 혜원아 진짜 몇 번을 생각해도

네가 너무 고맙다.


언니가 살면서 영자랑 소정이랑 니들이 나한테 진짜 고마운 사람이다.

살아가는데 힘이 된다.

진짜 고마워. 언니가 맛있는 거 살게.

진짜 진짜 너는 너무 좋은 동생이야.

하루를 마무리하고 피곤한 목소리로

전화해서 계속 그렇게 말한다.

언니 저도 언니가 늘 힘이 돼요.


우리는 관리가 필요한 인덱스 관계가 아니다.

우리 관계는 정성이다.

그저 나도 언니도 서로에게 정성을 다한다.

그게 20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이유이다.


누군가의 삶에 힘이 되는 사람.

그 이유 하나가 내가 살아가는 또 다른 힘이 된다.


나는 그저 정성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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