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일기
3차 부스터 샷을 맞고 온몸의 뼈마디와 근육이 아픈 것을 느낍니다. 마치 출산 후에 몸이 아픈 것처럼 심한 통증으로 힘든 하루를 보내면서 문득 넷째 아이를 출산했던 그날이 떠올라 그날 작성했던 일기를 꺼내어 봅니다.
2018년 7월 6일 새벽 5시
새벽 4시 잠결에 자궁수축 엉덩이 주사를 맞고 다시 배가 너무 아프다. 조금은 진정이 되었는데 잠이 안 온다. 출산일기를 기록해 본다.
4일 수요일 이른 저녁 센터에서 스폰서님, 파트너 사장님과 미팅을 하고 있는 중에 약간의 규칙적인 진통이 있다. 아직 예정일이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일시적인 건가. 하다가 다시 진통이 온다. 30분 간격인 건가. 급하게 미팅을 마무리하고 회사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 나와야 할 것 같아. 나와서 나 삼겹살 사줘. 한참 미팅을 하고 저녁시간이 다가올 쯤이라 배고팠다. 삼겹살 든든히 먹고 힘주러 가야 할 것 같았다.
이것이 세 번의 출산을 경험한 임산부의 태도이다. 조금 웃겨했지만 남편도 기꺼이 내 의견을 따랐고 맛있게 삼겹살을 먹고 병원으로 갔다. 2CM 정도 진행된 상태라고 말씀하셨다. 아직 멀었다는 것도 안다. 밤새 지켜보자고 하셨는데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는다. 5일 목요일 새벽 6시 촉진제가 투여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괜찮겠지 했다. 촉진제가 들어갔는데도 진행속도가 더디다. 사실 세 아이 모두 그랬었다. 난 촉진제 앞에서도 강한 여자였던가. 오전 10시 30분 양수 파수로 인해 배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아직 호흡으로 참고 견딜만하다. 걸어서 운동하면서 빨리 진행되리라고 생각한다. 오후 2시쯤인가 이제 아파서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다. 오후 3시 이젠 옆에 있는 남편에게 여보 나죽겠다. 를 남발하기 시작한다. 남편을 붙잡고 울기 시작하고 간호사들이 여러 명 내 옆에 있고, 분주하고, 미칠 듯 아프다. 한 시간 안쪽으로 아기가 나올 것 같다고 한다. 그렇게 미친 듯 몇 번을 몸을 틀고 힘을 주고 반복하다가 4시 13분 이 녀석이 나왔다.
10년 만에 다시 하는 출산. 셋째를 낳을 때보다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나를 안아주고 다독이는 남편도 밉고 보기 싫다. 그냥 나는 힘들고 많이 아프다. 뿌듯함보다 아프고 힘든 내 몸을 감당해 내는 게 우선인 나는 다시 만난 우리의 또 다른 아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직 나는 그냥 너무 힘들다.
#첫 식사
오후 6시 30분쯤 병실에 올라와 7시 첫 식사. 미역국에 밥을 말아먹어야 한다.
점심을 놓치고 시간이 흘러 기운은 없고, 배는 고프다.
그런데 입으로 힘을 너무 주어서 인지 입을 벌리기가 힘들다. 음식을 씹기가 힘들다.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이런데 먹어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결국 숟가락으로 눈물이 떨어진다. 꾸역꾸역 밥을 먹고 있을 때 엄마가 도착했다. 이번엔 애기 태어나기 전에 와서 힘든 거 보지 말고 태어나고 천천히 오라 했다. 셋째 낳을 때 너무 힘들었던 모습 보면서 엄마도 같이 힘들어해서 이번엔 남편이랑 둘이 할 테니까 오지 말로 했었다. 병실을 들어서며 '고생했다. 울애기' 하며 얼굴을 만져주는 엄마. 마흔셋의 나도 우리 엄마한테는 애기다.
다시 한바람의 눈물. 심신 미약의 상태였다. 건들기만 하면 눈물이 나왔으니 말이다. 몸이 회복될 때까지 아마도 그렇겠지. 아가를 데리고 온 남편은 넷 중 제일 예쁘다고, 첫째를 많이 닮은 것 같다고 옆에서 떠든다. 그 모습까지도 나는 불편하다. 나는 그냥 다 힘들다. 마흔셋에 자연분만 성공이라니 그거 하나는 스스로 잘했다고 했다.
아이를 낳는 고통은 같았다. 하지만 10년 전엔 출산 후 몇 시간이 지나서 바로 일어나서 걸어 다녔고 잘 먹었다. 10년이 지난 오늘은 그 느낌이 아니다. 혼자서 몸을 일으켜 세우는 것도 하루가 지난 오늘도 힘들고 먹는 것도 너무 힘들다. 자신 있게 하루면 될 거라고 했던 남편의 연차도 3일로 늘리라고 했다. 회복이 더딘 내 몸이 10년 전과 많이 다르다는 사실에 너무 많이 우울했다. 그 우울감이 아기 얼굴도 남편 얼굴도 웃는 얼굴로 보기 힘들다는 그 사실도 힘들었다. 지금은 그냥 힘든 게 나다. 우울한 게 나다. 지나가겠지. - 넷째를 낳았다.
그렇게 출산일기를 쓴지도 어느새 만 4년이 지나가고 있다. 우리 아가는 온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잘 자라고 있다. 그때 출산이기를 보니 다시 새록새록하다. 지금은 이쁜 아가 덕분에 우울증 같은 건 모르고 산다. 나는 참 용감했다. 칭찬한다. 그날의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