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대하지 말아주세요
때는 고등학교2학년 초여름이었다.
보통 환절기가 되면 아토피 환자들의 고통은 심해진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습도, 온도때문에 발진이 더 자주일어나기 때문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던 시기, 그 해도 피부는 예외없이 더 악화되었다.
아토피 환자로 여름을 맞이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흉터가 있는 사람들은 조금 더 낫다. 하지만 나 같이 목, 팔, 다리가 특히 심한 사람은 더위가 반갑지 않다. 피부가 더 예민해지는 건 둘째 문제고, 긴팔, 스타킹, 긴바지로 가렸던 부분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고서는 에어컨을 핑계로 자유롭게 긴팔을 입을 수 있지만, 하복 동복 착용기간이 정해져 있는 학교는 예외다.
하복을 반드시 착용해야하는 하절기. 가디건으로 최대한 가리려고 노력했지만, 규정이라는 명분하에 벗으라고 강요하는 교사들이 더러 있었다. 그들의 눈을 끝까지 피하기란 어려웠다.
내 자리는 교탁 근처였는데, 한 교사가 수업시간에 나를 보더니 물었다.
"너 피부가 왜그래?"
불편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평생을 벗어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아토피라서요"
"그래? 만져봐도 되니?"
어린마음에도 당황스러웠지만, 순간 무슨 대답을 해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팔에 흉터 자국을 이리저리 만져보던 교사가 입을 뗐다.
"피부가 되게 꺼끌꺼끌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부드럽네?"
경멸어린 눈초리나, 빈정대는 말투는 아니었다. 그저 호기심이 어린 눈빛이었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모두의 앞에서 그런식의 행동이라니.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의 팔에 쏠렸다. 쥐구멍에 숨고 싶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기억은 생생하다. 아마 그 교사는 잊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토피 환자를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그들도 이미 잘 안다. 마음에는 상처가 가득하다. 당신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본인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안다. 당신의 한 번의 호기심이, 누군가에게는 10년이 넘게 잊을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