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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이전의 전략이 통하지 않는 이유

판매자가 걸리는 치명적인 질병

모든 카테고리가 다 절벽 앞에 서있다.



폐업률이 엄청난 지금, 이 현상이 과연 한 카테고리만의 문제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요식업, 병원, 학원, 제조업, 의류, 건강식품, 공간, 전문직 등 카테고리를 나누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전 분야가 동일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전의 방식으로 충분히 효과를 보시고 훌륭한 성과를 만들어오셨던 대표님들도 지금의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우리가 기존에 전략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에는 성과 지표를 중심으로 이야기했었다. 더 많은 고객들에게 알려지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광고에 집중하였으며 효율에 따라 전략적으로 수정하고 재투자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었다.


물론 지금도 그 성과 지표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비법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성과를 만들었던 절차와 방식의 효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 효율이 좋았던 방법대로 유지만 한다면 어느 정도의 확률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시기가 지나가고 있다는 말이다.


워낙 빠르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민족의 특성도 이 현상의 원인으로 반영되지만 시대적인 흐름이 그것을 더욱더 부추기고 있다. 그렇게 엄청난 수익을 올리던 퍼포먼스 마케팅 회사들도,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았던 스타트업들도 힘들어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대적 흐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챕터에서부터 더 깊게 나눠보려 한다.


물론 브랜드 운영의 기본적인 부분인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 평균보다 떨어져서 실패하는 경우도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이것은 단어 그대로 가장 기본적인 것이기에 깊게 다루지는 않겠다.

('이 정도로 기본도 안되어있는데 왜 사업을 하시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드는 곳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실 것이다.)





판매자가 걸리는 불치병



기업의 흥망성쇠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들여다보면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고객에게 잊히고 있는 것을 간과한 결과라 말할 수 있겠다. 특별히 높은 매출을 일으키면서 사업을 잘 성장시켰던 브랜드들이 어느 순간 사라지는 이유를 확인해 보면 제품을 구매해 주셨던 고객이 계속해서 휘발되고 있는 경우가 가장 많다.


소비자 즉, 고객에서 판매자로 전환되면 걸리는 병이 있다.

1. 판매 병

2. 매출 병

3. 자기 객관화 손실 병


이 세 가지 병은 조금 자극적인 이름을 가지고 있는 질병이지만 고객이었다가 판매자로 전환되는 순간 누구나 가지게 되는 무서운 질병이다. 병의 깊이가 각자마다 다르겠지만 '병'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브랜드가 브랜드로서 고객들에게 사랑받기 위한 과정을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1. 판매병


우선 판매병은 제품을 소비하는 '고객 관점'에서 판매하는 '판매자 관점'으로 전환되었음을 이야기한다.


무슨 말일까?

내가 소비자로서 제품을 선택할 때 가지고 있었던 기준(품질, 디자인, 가격, 후기, 고객 관리, 마인드, 가치관 등)이 사라지고 '당장 팔아야 한다!'라는 강박에 휩싸이는 것을 말한다.


이 질병에 걸리면 나의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게 된다. 대부분 이미 제품이 제작된 상황에서 브랜드를 론칭하기 때문에 나의 제품과 서비스에 고객을 끼워 맞추려 한다. 제품에 적합한 고객을 찾고 타깃 고객들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과정까지 훌륭히 해내었다면 너무나 대단한 일이다. 그만큼 치밀한 조사와 영혼을 갈아 넣는 제품 기획과 설계가 있었을 터. 하지만 판매병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고객을 찾아야 한다!' 생각하게 한다.


강박이 생길 정도로 매출을 위해 신규 고객 유입에 몰입하게 되고, 결국 그것이 사업의 본질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판매병이 깊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은 광고비가 점점 늘어나고, 계속해서 새롭고 뛰어난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한 시각적 이미지와 영상에 사용되는 비용이 늘어난다. 왜? 다른 경쟁사에 뒤쳐지지 않고 새로운 고객에게 더 새롭고 뛰어난 것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브랜드로서 고객에게 이름이 기억되고 불려지고 사랑받고 있다면 광고비와 같은 신규 유입을 위한 비용은 적정 선까지 줄어들어야 맞는 결과이다.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한 기본적인 투자를 유지해야 함은 당연한 것이지만, 광고비는 계속해서 커지나 재구매율이 떨어지고 있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판매병은 우리로 하여금 길을 잃어버리게 한다.

기존에 우리가 세웠던 가치관, 철학, 고객들과 함께 가고자 하였던 목표를 상실한 체, 계속해서 일방적으로 브랜드의 이미지만 전달하게 되고 그렇게 점점 기존에 유입되었던 고객들은 더 이상 이 브랜드를 소비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 채 떠나가게 된다.



2. 매출병


매출병은 판매병과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해보셨으면 아래 문장에 공감하실 것이다.

"야! 이번 달 매출 가져와 봐! 다음 달 매출은 어떻게 할 거야? 어?!"

많이 들어보셨을 터.


매출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제품이 나왔는데, 재고로 쌓여있는데 팔아야 할 것 아닌가?

맞다. 팔아야 한다.

팔아야 매출도 나오고 직원들 월급도 나갈 것 아닌가!


하지만 이 매출병은 우리들의 시야를 아주 좁게 만든다.

'더 넓은 시야를 가지셔야죠!'와 같은 뻔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시대는 어떤 특별한 기획이나 이벤트로 반짝 매출을 만들어내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는 시대이다. 자극적인 문구로 고객들을 후킹 하고, 일단 낚인 고객들은 살 수밖에 없는 가격 할인 이벤트까지 준비하면 빵빵 터지던 자극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말이다. 매출병에 걸리면 그것이 광고 소재나 고객 응대와 같은 부분에 녹아들어 가 고객에게 느껴지게 된다. 더욱이 지금처럼 광고만 보이면 치를 떨며 서둘러 넘겨버리는 상황에 이러한 매출병이 느껴지는 이미지와 영상은 오히려 독이 된다.


매출병은 고객을 돈으로 바라보게 한다.

매출에 집중할수록 숫자에 예민하게 된다.

숫자에 밝아져서 적절한 전략과 기획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고객을 사람이 아닌 돈으로 바라보게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정말 낯 뜨거운 표현이지만 고객을 '우리 브랜드를 소비할 수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 존재.'라는 관점으로 낮게 평가하고 비하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언제나 현실은 더 어둡고 비참하다는 것을 알아주시길...)


이처럼 고객을 숫자 즉, 매출로만 보는 순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소멸되게 된다.



3. 자기 객관화 손실 병


자기 객관화 손실 병은 말 그대로 나와 나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객관화가 손실되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판매병과 비슷한 질병이라 할 수 있겠다.


판매자의 시점을 갖게 되는 순간 내가 판매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능을 손실하게 된다. 물론 계속해서 분석하고 고객들의 의견을 듣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내가 이 제품에 열정을 쏟고 확신을 가지고 있을수록 아주 높은 확률로 제품을 '판매'하려는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초반에 브랜드를 기획하면서 만들었던 가치관, 철학, 목표, 방향성 등은 저 뒤로 밀려나고 더 깊은 늪으로 빠지게 된다.


제품과 서비스는 계속해서 고도화되어야 한다.

한번 잘 만들었다 하여서 그것으로 평생 먹고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렇게 운영하시는 분들이 많다.


고객들은 이미 선택지도 많고 기준도 높아져만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 브랜드는 계속해서 발전되지 못하고 있고, 결국 비슷한 제품과 서비스를 가지고 더 좋은 퀄리티와 낮은 가격으로 치고 들어오는 경쟁사들과 함께 가격 경쟁의 늪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한번 늪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혹시 우리는 이러한 질병에 걸려있지 않은가?


나 또한 매일 점검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질병에 걸린 지 오래되면 그러한 질병에 걸린 지도 모르고 고객에게 잊힌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본질적인 부분을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서 이전의 시대를 함께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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