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소통의 한계
"고객과 소통을 하고 계신가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때로는 뜨끔 하는 기분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오기도 한다.
우선은 '소통'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나누고자 하는 소통의 의미는 일반적인 CS(Customer Service),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들의 불편을 해결하거나, 구매율을 높이기 위해서 고객들의 결제 패턴,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서비스를 강화시키며 고객 생애 가치(LTV)를 높이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브랜딩의 가장 핵심은 고객과의 관계 형성이다.
지금까지 계속 강조해 왔던 것처럼 브랜드를 단순히 고객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인식하고 고객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 관계 형성을 위해 고객들과 마음을 나누고 대화를 나누며 일상을 공유하는 소통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해야 하는 기본적인 고객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고객과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 착각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물론 CS나 CRM 역시 고객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고객들의 불만을 해결하거나 고객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 만으로는 우리 브랜드가 고객들의 기억에 각인되고 그들의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단계로 나아가기에는 역부족이다. 고객들은 모든 카테고리에 경쟁자들이 차고 넘치며 수시로 순위가 바뀌는 그 복잡한 현장을 잘 알고 있기에 피로감이 상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다 하는 수준으로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지금 우리 브랜드는 소통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을 해보기 위해서는 고객의 관점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독자 여러분들이 자주 찾는 카페나 맛집, 혹은 브랜드(브랜드 이름을 기억하는)는 어떠한 이유 때문에 자주 찾게 되는지 생각해 보자. 단골이 되고 팬이 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분명 그곳에는 나로 하여금 특별하다 느끼게 만드는 요소가 있을 것이다. 일관된 맛과 품질, 문제에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모습, 나를 기억해 주고 이름을 불러주는 친근함, 모든 성장 과정을 지켜봤고 또 일정 부분 참여했었던 기억, 함께 만들어갈 멋진 목표, 더 사랑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서로에게 베푸는 따뜻한 마음과 지원, 힘든 시기에 언제든 작은 도움이라도 주겠다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착 등 정말 다양한 요소들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부분이 우리가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가져야 할 고객과의 소통이다.
단순히 제품을 제공하고 고객이 결제하면 그것으로 관계는 정리되고 어쩌다 한 번씩 할인 쿠폰 문자를 발송하는 정도는 관계라 말할 수 없다. 독자 여러분도 그런 브랜드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가끔 날아오는 그런 문자나 소식은 광고라고 여겨질 뿐, 그저 스팸에 불과하다. 이러한 소통을 과연 관계를 만들어가는 소통이라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많은 브랜드들이 이전의 방식과 똑같이 고객의 구매를 유도하는 일방적인 소통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과의 소통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생각한다. 고객의 불만과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은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당연히 해야 하는 부분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할 부분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지점에 도달하는 순간 경쟁사에 밀려 저 멀리 나가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고객들도 다 알고 있다. 이 브랜드는 판매에만 집중되어 있구나. 나에게 제품을 어떻게 하면 좀 팔아볼까 안달이 나 있구나 생각하며 우리가 전달하는 모든 일방적 소통을 피곤하게 여기고 거부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 활동이 누적될수록 오히려 그 브랜드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결국 차단하는 상황이 이르게 된다.
이제는 진정성 있는 소통이 필요하다. 아니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관계가 형성되어있지 않다면 그 브랜드를 계속해서 소비해야 하는 이유가 사라진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어떻게 하면 더 독자분들께서 피부에 와닫도록 현실감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될 정도로 너무나 중요한 부분이다.
인기를 얻지 못하고 사라지는 브랜드도 많지만 특정 기간 상당한 인기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고객 이탈률이 올라가고 있거나 매출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구간을 지나고 있는 브랜드들이 정말 많다. 그런 브랜드들의 대표님들과 컨설팅을 진행하다 보면 아주 높은 확률로 이러한 소통의 부제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소통의 부제는 초기에 우리 브랜드를 사랑해 주셨던 고객들을 떠나가게 만들고 결국 그렇게 사랑받았던 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고객의 유입이 없으면 힘든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브랜드를 론칭하는 과정도 너무나 힘들고, 더욱이 고객들의 선택을 받고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더 힘든 일인데 말이다. 그 좋았던 시절은 그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계속해서 많은 광고 비용을 지출하며 신규 고객에게 사랑을 갈구해야 하니 말이다... 새로운 고객의 유입은 언제나 중요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고객과의 관계에 집중하였다면 지금과는 다른 결과를 맞이했을 것이 자명하다.
그러니 이제라도 우리는 고객들과 진심이 담긴 소통을 해야 한다.
브랜드 운영 초기이시라면 지금부터 시작하셔야 한다.
브랜드가 한참 사랑받고 있다면 지금 시작하셔야 한다.
안타깝게도 사랑해 주셨던 고객들이 떠나간 상태라면 다시 마음을 다잡고 지금 시작하셔야 한다.
브랜드가 사라지는 속도가 이전과 다르게 엄청나게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고객과의 소통, 정말 잘 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