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에 대한 고민
독자 여러분들 중에서는 빠른 성장을 기대하며 이 책을 펼치신 분들도 계실 것이다.
빠른 성장을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엄청난 행운이고 그 행운을 만들기 위해 대표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의 전문적인 실력과 수고가 녹아들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행운은 쉽게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쟁취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급격한 성장을 목표로 움직이는 브랜드에 직접 참여하거나 지켜본 결과 상당히 높은 확률로 고객과의 관계보다는 효율을 바로 측정할 수 있는 성과 기준 방식의 전략에 집중하게 된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실행하고 즉각적인 성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또 다른 기획으로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런 식으로 브랜드 운영의 전반이 성과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지금 이 선택이 다음 주, 혹은 다음 달의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어떻게 하면 1위에 우리 브랜드가 노출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효율 좋은 매력적인 광고를 집행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아서 우리 브랜드로 유입되게 할 수 있을까?
'이런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생각하신다면,
나는 이렇게 질문 드리고 싶다.
"고객과 관계를 만들어가고 계신가요?"
이러한 질문에는 두 가지 반응이 나올 확률이 높다.
1. 무슨 말이지?
2. 내가 왜 고객과의 관계를 생각해야 하지?
성과 기준으로 브랜드를 운영하고 계시다면 이 질문이 이상하다 느끼실 정도로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관계'라는 단어가 브랜드 운영에 적합하지 않은 단어라 생각하시거나, 너무 뜬구름 잡는 고상하고 아름다워 보이기만 하는 의미 없는 단어라 생각하실 것이다.
성과 지향은 예측과 분석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필드다. 돈이 투자되기 때문에 투자된 돈의 값어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매출이라는 성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돈을 넣었으니 내가 원하는 만큼의 돈이 나와야 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고객이라는 단어도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가 관리해야 하는 사람들 이라는 구조적 의미만 남게 된다. 고객들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 자체가 성과를 측정하기가 불가능 하고 비생산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빠른 성장이 강조되는 이 필드에서는 살아남기가 힘든 겉멋 든 허울 좋은 단어에 불과하다. 실제로 브랜딩은 장사를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철없는 사람들이나 사용하는 단어라 생각하시는 분도 있다.
지금도 성과형 필드에는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몇몇 기업들이 엄청난 성과를 보이며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빛나는 영광이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짧은 시간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만들기 위해 모이고 있다. 좋은 아이템으로 급성장했던 많은 브랜드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브랜드들이 이제는 고객들에게 잊혔고 잊히고 있다. 이 필드에서 살아남으신 대표님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나만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이렇게 만 해서는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직감적으로 느껴져서일까? 아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그렇게 사라졌고 지금의 데이터가 곧 다가올 미래를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대부분 성과형 기업들과 연을 맺고 일했었다. 그래서 이러한 조직이 내부적으로 어떤 것을 핵심으로 여기고 움직이는지, 대표와 직원들의 분위기는 어떤지, 직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하는지, 어떠한 가치관과 생각으로 고객들을 대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함께 하면서 각종 데이터에만 몰입 되어 오직 성과 만을 위해서 달려봤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다.
사람은 생존을 위한 동물이다.
다음 달의 성과에만 집중하다 보면 뇌는 그것을 생존에 가장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오늘 어떻게 하면 하나라도 더 많이 팔아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성과에 몰입 되어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객들은 숫자로 보이기 시작하며, 그들의 마음을 현혹하거나 낚을 수 있는 콘텐츠와 광고를 만들게 되고 관계로 형성되는 사람의 감정과 감성을 터치할 수 없게 된다. 나아가 그러한 부분들이 필요하지 않다 생각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 이 상태에 이르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매출이 떨어지는 구간을 직면하는 순간 대표와 직원들은 더욱더 당장의 매출에 집착하게 되고 고객들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선택까지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돈은 결국 다른 누군가로부터 흘러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누군가와의 관계를 빼놓고 오래 살아남기 원하는 것은 착각 아닐까?
또 한 챕터를 활용하여 비슷한 내용을 잔소리 처럼 반복 하는지 의아하실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쓰는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이 책을 읽으시는 독자 분들이 운영하는 브랜드가 오랫동안 고객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큰 기업들이 고객들과 탄탄한 관계를 만들어가며 알차게 성장한 브랜드를 사들였지만, 결국 그 브랜드가 망하거나 고객들에게 잊혀질 확률이 높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생각한다. 작은 브랜드가 고객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큰 기업의 특성상 투자에 대한 수익률 즉, 성과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브랜드가 유지했던 가치관과 철학 그리고 고객들과의 관계를 더욱더 강화시키기보다는 기존의 성과 위주의 기획과 전략을 사용했을 확률이 높다.
고객들이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찾고 구매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변질되는 순간 그동안 선택지가 많았지만 그래도 이 브랜드를 사랑했던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떠나간 고객들의 마음을 다시 붙잡고 돌아오게 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이미 매력적인 브랜드가 많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업이 브랜드를 사들여도 그 모습 그대로 유지하는 현상을 보게 된다.
큰 기업들이 돈이 없어서 그 브랜드를 키우지 않는 것일까? 경영, 마케팅 실력이 부족해서 깊게 관여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다. 얼마든지 거대 자본과 뛰어난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브랜드의 확장을 시도할 수 있는 실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특성상 할 수 없는 영역이 있기 때문에 그 브랜드 모습 그대로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만 보더라도 우리와 같은 작은 기업이 브랜드를 운영할 때 어떠한 모습으로 운영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고객에게 집중해야지만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 브랜드는 빠른 성장이 목표인가? 아니면 오랫동안 사랑 받는 것이 목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