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이 멈춘 곳에서 시작하는 양자 얽힘

자연의 일관성에 관한 사유

by 아트라멘텀

양자 얽힘과 유령 같은 원격 작용.


설명을 들을 때는 고개가 끄덕여지다가도, 막상 누군가에게 설명하려 하면 현실성 없는 공상과학처럼 느껴지곤 하는 주제이다. 그 당혹감의 중심에는 얽힘이 있다. 멀리 떨어진 두 입자가 아무런 매개 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말은 우리가 아는 물리적 상식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 글은 아인슈타인과 보어 사이의 오랜 논쟁에 결론을 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이 틀렸음을 입증한 학자들이 2022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으면서 결론은 이미 나 있다. 다만 얽힘이라는 개념이 터무니없게만 느껴지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개연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나의 그림을 제안하려 한다.


이제 중첩을 두 입자로 확장한다. 중첩이 하나의 입자가 지닌 구조였다면, 얽힘은 두 입자가 공유하는 구조다.


출발점은 이 질문이다.

당신이 자연을 설계한다면, 어떤 규칙을 세우겠는가?


떨어진 사이에는 무엇인가 필요하다


우리가 아는 세계에서, 떨어져 있는 두 물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려면 반드시 사이에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전화기가 통하려면 전선이나 전파가 필요하고, 소리가 들리려면 공기가 필요하다. 사이에 아무것도 없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직관을 따라가 보자.


자연은 보존법칙을 지킨다


정지해 있던 물체가 둘로 쪼개지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한쪽 조각이 왼쪽으로 날아간다면, 다른 쪽은 반드시 오른쪽으로 날아간다. 전체의 운동량, 즉 움직이는 양의 합이 바뀌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정지해 있었으므로 쪼개진 뒤에도 운동량의 합은 영이어야 한다. 이것이 운동량 보존법칙이다.


운동량만이 아니다. 회전하는 양의 총합도 변하지 않고(각운동량 보존법칙), 전하의 총합도 변하지 않는다(전하량 보존법칙). 자연을 일관되게 설계한다면, 이런 보존법칙들은 상황이 어떻게 바뀌든 언제나 성립해야 한다. 매질이 있든 없든, 입자가 수천만 개이든 두 개이든.


원자들이 어깨를 맞댄 쇠막대


쇠막대 한 자루를 떠올려 보자. 이 막대기를 이루는 철 원자들은 서로 결합으로 연결되어 격자를 이루고 있다.

왼쪽 끝을 밀면, 그 원자가 옆 원자를 밀고, 그 원자가 다음 원자를 밀고, 이 과정이 오른쪽 끝까지 전달된다. 운동량 보존법칙은 이 전 과정에 걸쳐 매 순간 성립한다.


핵심은 이 전달이 즉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힘은 원자 사이의 결합을 따라 유한한 속도로 전파되며, 빛의 속도를 넘지 못한다. 그렇다면 왼쪽 끝은 이미 밀렸는데 오른쪽 끝은 아직 가만히 있는 시간 동안, 운동량 보존법칙이 깨지는가?


그렇지 않다. 보존법칙은 양 끝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를 본다. 밀린 운동량은 격자를 따라 파동으로 이동 중이다. 파동 속의 운동량까지 포함하면, 매 순간 총합은 정확히 보존된다.


쇠막대에서 운동량 보존법칙은 매질을 통한 전파에 의해 작동한다. 사이에 원자라는 매개자가 있고, 격자라는 경로가 있고, 유한한 전달 속도가 있다. 깔끔하고, 직관적이고, 우리에게 익숙한 물리학이다.


사이에 아무 것도 없는 두 입자


이 막대기를 줄여 보자. 원자 수를 수만 개로, 수천 개로, 수백 개로, 두 개로. 매번 줄여도 보존법칙은 성립한다. 그런데 두 개까지 줄여도, 이 두 원자 사이에는 여전히 화학적인 결합이 남아 있다. 수소 분자처럼 원자 두 개가 결합 하나로 이어진 상태다. 극히 짧은 막대기일 뿐, 작동 방식은 달라지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우리에게 익숙한 물리학이 그대로 통한다.


진짜 질문은 다른 곳에 있다. 화학적 결합으로 연결된 두 원자가 아니라, 결합 자체가 없는 두 입자를 생각해야 한다.


원자를 이루는 입자 중 하나인 전자는, 마치 스스로 회전하는 듯한 고유한 성질을 타고난다. 실제로 전자가 공처럼 도는 것은 아니지만, 회전하는 물체가 갖는 물리적 효과를 그대로 나타내기에 이를 '스핀'이라 부른다. 특정 방향을 기준으로 측정하면 스핀은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 둘 중 하나로 나온다.


1928년, 물리학자 디랙은 전자 이론을 정리하다가 예상치 못한 예측에 도달했다. 전자와 질량은 같되 전하가 반대인 입자, 양전자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4년 뒤 실험으로 양전자가 실제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충분히 높은 에너지가 주어지면 전자와 양전자가 쌍으로 태어나는 현상도 확인되었다. 고에너지 감마선이 원자핵 근처를 지나며 사라지면서 전자와 양전자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며, 이를 쌍생성이라 한다.


이때도 어김없이 보존법칙이 작동한다. 감마선은 전하가 없다. 태어난 두 입자의 전하 합도 영이어야 하므로, 전자는 마이너스 전하를, 양전자는 플러스 전하를 갖는다. 전하량 보존법칙이다. 각운동량 보존법칙도 마찬가지다. 한쪽이 플러스 스핀이면 다른 쪽은 반드시 마이너스 스핀이어야 한다.


보존법칙은 여기서도 일관되게 작동한다. 그런데 이 두 입자 사이에는 격자가 없다. 결합이 없다. 태어난 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면,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두 원자로 이루어진 하나의 분자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거기에는 결합이라는 경로가 있었다. 여기에는 경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이 자연의 설계자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규칙을 세우겠는가?

보존법칙을 포기하겠는가? 매질이 있을 때는 지키고 없을 때는 버리겠는가? 그것은 일관된 규칙이 아니다. 자연을 일관되게 설계한다면, 보존법칙은 매질의 유무와 무관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매질이 없다면 보존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둘이 아니라 아직 하나다


쇠막대에서는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무언가가 전달되어야 했다. 양쪽이 구분된 개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쌍생성으로 태어난 두 입자는 다르다. 이 두 입자가 하나의 장소에서 하나의 사건을 통해 함께 태어났고, 그 이후 외부의 그 무엇과도 상호작용하지 않았다면, 이 둘은 아직 별개의 개체가 아니다. 하나의 개체다.


중첩을 떠올려 보자. 이중 슬릿을 지나는 전자는 정보가 새어 나가기 전까지 두 경로의 가능성이 함께 존재한다.


같은 논리를 쌍생성된 두 입자에 적용한다. 하나의 장소에서 하나의 사건에서 태어나 외부와 단절된 채 있는 두 입자는 하나의 개체이므로, 중첩이 그대로 적용된다. 이 두 입자로 이루어진 하나의 양자적 개체가 가질 수 있는 '상태'는 두 가지다.


전자가 플러스 스핀이고 양전자가 마이너스 스핀인 상태, 그리고 전자가 마이너스 스핀이고 양전자가 플러스 스핀인 상태.


정보가 외부로 새어 나가기 전까지, 이 두 입자로 이루어진 하나의 양자적 개체가 갖는 두 상태의 가능성은 중첩되어 함께 존재한다. 어느 쪽이 플러스이고 어느 쪽이 마이너스인지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


이것이 양자 얽힘이다.


우주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관측


이 두 입자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 지극히 먼 거리에 놓여 있다고 하자. 날아가는 동안 외부의 그 무엇과도 상호작용하지 않았다면, 아까의 두 스핀 상태의 가능성이 함께 존재하는 구조는 여전히 유지된다.


이때 한쪽 입자의 스핀을 측정한다. 정보가 외부로 새어 나가는 사건이다. 깜깜했던 곳에 빛이 켜지는 것과 같다. 함께 존재하던 구조는 하나로 수렴한다. 이 입자의 스핀이 플러스로 확정되는 그 순간, 1광년 너머의 다른 입자는 찰나의 지연조차 없이 즉시 마이너스가 된다.


쇠막대에서라면, 이 반영은 격자를 통해 유한한 속도로 전파되어야 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격자가 없다. 경로가 없다. 매개자가 없다.


그런데도 각운동량 보존법칙은 성립해야 한다. 매질을 통한 전파가 아니라, 하나의 개체였던 것이 측정에 의해 하나의 결과로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전자가 두 슬릿을 동시에 지나면서 자기 자신과 간섭하듯, 얽힌 두 입자는 하나의 양자적 개체가 두 상태에 걸쳐 있는 것이다. 분리된 두 물체가 소통하는 것이 아니다. 아직 하나였던 것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빛보다 빠르게 전달되는 무엇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한쪽을 측정한 사람은 상대방의 결과도 알 수 있지만, 그것을 알려주려면 여전히 빛의 속도 이하로만 연락이 가능하다. 양쪽의 결과를 나중에 비교해야만 상관관계가 드러난다. 얽힘은 신호 전달이 아니라 중첩의 연장이다.

보존법칙은 여기서도 일관되게 지켜진다.


이미 정해진 결과를 확인하는 것뿐일까?


자연스러운 의문이다. 태어날 때 이미 한쪽은 플러스, 다른 쪽은 마이너스로 정해져 있던 것 아닌가? 빨간 공과 파란 공을 각각 상자에 넣어 보낸 것처럼, 열어서 확인한 것뿐이지 않은가?


아인슈타인도 같은 질문을 했다. 1935년, 포돌스키, 로젠과 함께 양자역학이 불완전하며 우리가 모르는 숨은 변수가 처음부터 값을 결정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인슈타인은 중첩을 통계적인 현상으로 이해하려 애썼지만, 떨어져 있는 두 입자가 구조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는 비국소성만큼은 끝내 받아들이지 못했다. '유령 같은 원격 작용'이라며 양자역학의 결함이라고 보았다.


만약 두 입자가 태어날 때 이미 답을 정해두었다면, 중첩이라는 양자역학의 기본 문법은 입자가 둘이 되는 순간 폐기된다는 뜻이다. 입자가 하나일 때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다가, 둘이 되는 찰나에 갑자기 결정론으로 회귀한다면 우리는 물어야 한다. 대체 어느 지점부터 중첩은 사라지고 확정성이 나타나는가? 진정한 설계자라면 이런 예외 조항 대신, 입자가 몇 개든 시스템 전체에 적용되는 단 하나의 일관된 문법을 부여했을 것이다. 중첩은 개별 입자의 성질이 아니라, 우주가 정보를 다루는 근본적인 방식인 것이다.


물리학자 존 벨은 1964년에, 태어날 때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가설과 측정 전까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는 가설을 실험으로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후 수십 년간의 실험들은 일관되게 같은 결론을 내렸다.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고 우리가 몰랐을 뿐이라는 아인슈타인의 가설은 틀렸다.

이 실험적 증명은 2022년 노벨 물리학상으로 이어졌다.


왜 우리 일상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가


단일 입자의 중첩과 마찬가지로 정보가 외부로 새어 나가기 때문이다.

얽힌 구조가 유지되려면 두 입자가 하나의 양자적 개체로 남아 있어야 한다. 빛 한 알갱이와 부딪혀도, 공기 분자 하나와 스쳐도, 정보가 환경으로 새어 나간다. 깜깜했던 곳에 빛이 켜지는 것이다. 그 순간 구조는 하나로 수렴하고 얽힘은 풀린다. 물리학에서는 이를 결어긋남(decoherence)이라 부른다.


일상의 모든 물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공기 분자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는 시간이 사실상 영에 가깝다. 그래서 거시 세계에서 얽힌 상태는 유지될 수 없다. 반대로, 우주 공간처럼 극도로 텅 빈 환경에서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채 날아간다면, 아무리 멀어져도 얽힌 구조는 유지된다.

거리가 문제가 아니다. 고립이 유지되느냐가 문제다.


자연이 일관되게 지키는 것


이제 우리는 자연이 그토록 고집스럽게 지켜 온 일관된 설계도를 마주할 수 있다.


- 얽힘: 하나의 사건에서 태어나 외부와 상호작용하지 않은 두 입자는 하나의 양자적 개체이며, 보존법칙에 의해 가능한 상태들이 함께 존재하는 구조를 공유한다.

- 관측: 정보가 외부로 새어 나가는 순간, 그 구조 전체가 하나로 확정된다. 확정된 구조는 매질을 통해 전파되지 않고, 두 입자이지만 하나의 양자적 개체로서 하나의 실재를 동시에 드러내는 것이다.


쇠막대는 보존법칙이 매질을 통한 전파로 작동하는 세계를 보여 주었다. 쌍생성으로 태어난 두 입자는 그 매질이 처음부터 없는 세계를 보여 주었다. 매질을 줄여서 없앤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방식 자체가 달랐다. 자연은 보존법칙을 포기하는 대신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지켰다. 하나의 양자적 개체라는 구조를 통해서.


얽힘이 기묘하게 느껴지는 것은 자연의 설계가 이상하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매질을 통한 전파, 즉 사이에 무언가가 있고 광속 이하의 속도로 영향을 미치는 세계만을 경험해 왔기 때문일 뿐이다. 양자 세계는 그 사이가 없어도 되는 세계다.


하지만 그 세계와 우리가 사는 세계는 서로 다른 규칙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보존법칙과 중첩의 원리와 정보의 경계, 이 규칙들은 쇠막대에도, 얽힌 입자 쌍에도, 양자컴퓨터의 큐비트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세계는 단 한 번도 일관성을 저버린 적이 없다. 우리가 그것을 낯설게 느끼는 것은, 이 거대한 규칙의 한쪽 면을 일상에서 한 번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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