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보다 무서운 건, 아이의 장염

밤샘 간호에 빨래 무한루프, 직장 스트레스는 양반이더라.

by 근노보


일요일 오후, 거실.

아이는 눈빛이 멍해지더니 번개처럼 토했다.

오늘의 질문은 하나다. “내일 등원… 가능할까?”


육아 전 내 단어장은 단순했다 : 회식, 성과급, 반차, 야근.

이제는 내가 먼저 읊는다 : 노로, 아데노, 수족구, 헤르페스성 구내염, 토장염(우리 집 사전에 새로 탄생한 말).


우리 집에서 등원 여부는 일종의 BEP다.
사장님의 지침보다 의사 선생님 한마디가 우선하므로.

그게 일종의 육아판 손익계산서 쯤이다.

세탁기는 즉시 3조 2교대로 KPI는 세탁 횟수 쯤이겠다.

드럼이 돌아가는 내내 내 정신도 함께 털린다.


병명도 리듬이 있다.
노로 - 급발진 토.
수족구 - 발바닥과 입안의 점.
구내염 - 물 한 모금이 전투.
아데노- 괜찮다 싶으면 다시 열.


결론은 대개 같다 : 사실상의 파업.


규정은 제법 단호박이다.

“마지막 구토/설사 후 48시간 등원 금지.”

회사 보고서는 숫자로 끝나지만, 이건 옵션도 없다.
즉시 저장, 수정 불가.

“토 vs 설사, 뭐가 더 힘들어요?”
물어볼 필요가 없다

따로 오다가 여차하면 같이도 오니까.

토는 번개처럼 불시에, 설사는 장맛비처럼 지리-하게.


그래도 약간의 성과는 있었다.
입안이 까끌해 물도 거부하던 아이가 이온음료 한 모금을 삼켜주었다.
회사에선 상사가 칭찬해야 성과가 되지만, 집에선 그 한 모금이 오늘의 목표 달성이다.


여하튼 그러한 소소한 목표가 몇 번 지나가면 노로든 수족구든, 결국 그들은 다 지나간다.
그리곤 조금 더 단단해진 우리가 남는다.

빨래와 함께.


모두가 고요한 밤, 건조기 마지막 알림음이 울린다.
세탁실 문틈으로 스팀이 새고, 고맙게도 아이는 평온한 얼굴로 잠자고.

그 옆에서 또 하루를 버텼음을 확인한다.


됐고, 내일은—

제발 등원, 제발.


장염—버티면 손실 같아 보여도, 결국 존버는 승리하리라.




다음 편 예고 :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다음 편 아직 못 썼어요. 오늘 회사 보고 급한거부터 마무리 하고 쓰려고요.

*부사장님. 제발 좀 컨펌해주십시오.

이전 14화‘아빠 힘내세요’는 양육자에게 국룰이자 빌보드 1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