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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종별곡 Aug 05. 2019

관종들의 별별 곡 리뷰 (2019. 7.) 上

강다니엘, 멜로망스, 스텔라장, 윤하, 데이식스


강다니엘 - <color on me>


                        

  무민 : 화려함을 한 겹 걷어낸 미니멀한 신스테마와 그루브를 통해 전곡들이 물 흐르듯 연결되고 있다. 이는 '솔로 아티스트 강다니엘'의 음악적 방향성에 대한 확신과 고심의 흔적을 여실히 드러낸다. 사실 이 앨범의 가치는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렇게 보컬의 역할이 막대한 스타일의 트랙들을 혼자서 소화해내기엔 아직은 설익은 듯한 가창이 다소 아쉽다. 이를 상쇄시켜줄 무대 위 강다니엘의 압도적인 존재감마저도 대중들에게 노출할 기회가 제한적인 현재의 상황이 더욱 안타깝다. 대세를 넘어 '신드롬'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팬덤의 위력' 말고도 또 하나의 적당한 기폭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한 가능성을 가진 몇 안 되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기에 왠지 모를 미련이 더욱 강하게 남는다.



멜로망스 – <인사>


                      

  호우 : 정확히 3곡으로 방점을 찍은 멜로망스의 싱글 앨범. 각 곡마다 멜로망스, 정동환, 김민석을 나타내고 있다.


  멜로망스의 ‘선물’, ‘동화’를 이어 행복의 완결점을 찍겠다는 타이틀곡 ‘인사’. (그럼 이제 프로 이별러의 테크인가) 뮤직비디오나 노랫말이나 추억을 향유하며 그리움과 따듯함을 부드럽게 찔러주고 있다. 쉽게 질릴 듯하지만, 차트 상위권을 유지하는 비결이 바로 멜로망스의 ‘편곡’이 아닐까 한다. 정통적으로 기승전 팡!하는 구성 방식과 경쾌한 플룻 소리, 이를 시작으로 풍성한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제법 세련되게 피아노 위에 얹혀진다. 재즈를 기반으로 클래식한 정공법을 선보이는 이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온기’는 정동환의 연주를 담은 피아노 곡으로 ‘다시 나 그대를’ 사이에 이음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김민석의 보컬로 시작하는 다음 곡, ‘다시 나 그대를’은 간간이 보여준 김민석의 피아노 발라드 형식으로 편안함을 그만의 특징으로 몰아세우며 곡을 전개시킨다. 특별한 것은 느껴지지 않고, 이번에도 ‘멜로망스’ 했다만 세 곡의 시너지가 아쉬운 점을 보완하며 앨범의 완성도를 느슨하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스텔라장 (Stella Jang) - 'YOLO'


                         

  최크롬 : 스텔라장의 음악을 주의 깊게 들었던 사람들은 그녀가 아카펠라에 관심이 많고, 또 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Colors’, ‘유해물질’ 같은 곡들을 참고하라). 이번에 발표된 싱글 ‘YOLO’ 또한 동류의 아카펠라 시리즈 중 하나이다. 다른 점이라면 차근차근 멜로디를 쌓아가는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는 것. 곡의 정체성에 있어 꼭 필요한 구성이지만 인트로에 무게가 실리지 못한 점은 아쉽다. 구조상 기술적인 면이 주로 부각된 탓에 ‘YOLO’의 가사와 메시지는 부차적인 요소로 비치기도 한다. 한편 청자 입장에서는 소비주의의 사조가 되어버린 ‘YOLO’에 미묘한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스텔라장은 ‘다시 돌아가겠지’, ‘그래도 하루만큼은’과 같은 가사를 덧붙이면서 뻔한 메시지를 거부하고 그녀가 여전히 ‘생활 밀착형 아티스트’임을 반증한다. 어쩌면 스텔라장의 진짜 매력은 음악이 아니라 그것을 이야기하는 캐릭터에 있을지도.

        


윤하 - <STABLE MINDSET>           


                           

  무민 : 신선함 대신 ‘진화한 전형성’으로 돌아왔다. 사실 윤하의 음악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은 다른 것이 아닌 ‘윤하’ 그 자체에서 나온다. 곡 전개, 가사 등이 전형적인 한국형 발라드의 구조를 따르더라도 본래 ‘피아노 록’에 기반을 둔 그녀의 보컬은 곡에 여러 형태의 생명력을 불어넣곤 한다. 전작 <RescuE>에서는 이러한 파괴력을 가진 보컬이 잠시 트렌디한 사운드에 자리를 내어준 탓에 ‘이질적’이라는 평을 피할 수 없었다. 그에 반해 약 1년 반이 지난 지금의 <STABLE MINDSET>은 윤하와 대중들의 접점을 빈틈없이 캐치하여 그것을 각기 다른 색으로 덧칠해낸 곡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 앨범을 관통하는 ‘발라드’라는 줄기는, 작품의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어느덧 13년 차 아티스트의 관록을 내재한 윤하는, 발라드의 대중성에 휘둘리기보다는 본인이 음악적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주체적으로 발라드의 힘을 ‘이용’하고 있다.

 


DAY6 (데이식스) - <The Book of US : Gravity>    


                    

  호우 : 데이식스의 이번 포인트는 ‘우리’에 있다. 청춘, 여름, 동심 등 다양한 감정을 엮어낸 이번 앨범은 언제나 그랬듯 안정적인 실력을 보여준다. 록의 형태를 중점으로 물이 든 트랙들이 진입장벽도 낮은 데다, 완성도까지 잡아낸 모습은 누가 뭐래도 데이식스의 노래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그들이 썼듯이 쾌활한 학원물이 생각나는 동양 특유의 코드로 시작해 하드한 록의 리듬에서 쾌감을 터트리는 곡이다. 청량감이 넘실거리는 키보드로 도입부를 걷어내고 나면, 드럼과 기타들이 심장박동을 격정적으로 건드리며 뛰쳐나간다. 어느덧 청춘을 대표하는 이들의 노랫말까지 끌어안으며 듣는 내내 짜릿함과 희망을 안는 이들.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 써 내려가자’는 이들의 손을 거절할 수가 있을까. 이미 머릿속을 푸른 잔디밭으로 만드는 아티스트의 확신이 러닝타임을 모두 청춘으로 장악해버린다.



  이들의 청춘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통렬한 기타의 울림이 전해주는 ‘For me’는 애절한 감성으로 힘든 감정에 이입하기보다, 오히려 당찬 멜로디 라인으로 ‘여태 혼자 잘 해왔다고’ 나에게 희망을 건넨다. 호기심이 똘똘 뭉쳐진 평키한 리듬을 들려주는 ‘How to love’와 이국적인 인트로와 함께 어린 시절을 스쳐가는 ‘돌아갈래요’, 사랑했던 그때의 회한이 녹아있는 ‘포장’까지. 채워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만족감을 보편적인 공감으로 문을 열어, 추억, 후회 사랑, 격려 등 여러 가지 옴니버스로 책을 써 내려간다.



  알 수 없는 차트 순위 속에서도 찾아볼 수 없지만, 희소한 20대의 밴드는 본인의 시선이 담긴 음악을 꿋꿋이 고집한다. 물론, 그들의 음악에 담긴 작법은 동시대의 ‘우리’가 듣지 못하게 고집스럽지도 않으며, 보편성에 쉬이 묻히도록 약하지도 않다. 멤버 모두의 작사, 작곡이 담긴 이들이 보여주는 여름은 겉으로는 시원하며, 끌어안기에 너무나도 따뜻한 올여름 최고의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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