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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종별곡 Sep 08. 2019

관종들의 별별 곡 리뷰 (2019. 8.) 上

그리즐리 · 청하, 박지민, 셀럽파이브, 위키미키, 핫펠트


그리즐리, 청하 - 'RUN'



  호우 : 그리즐리와 청하, 인디와 케이팝 주류의 애정하는 두 가수가 뭉칠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아직 여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청량한 신스팝. 그리즐리와 청하, 두 가수의 이름으로 이 곡을 접하기 시작했다면, 노래의 끝에선 시원한 가을이 보인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템포와 감칠 맛나는 기타 리드에 반응했다면, 크래커의 빌드업이 당신에게 성공했다고 무방하다. 


  매력을 터트리기에 급급한 콜라보가 아닌 음악에 초점을 맞춘 이번 협업은 청하의 부드러운 음색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그리즐리의 허스키한 보컬이 더해져 제법 묘한 조합을 보여주지만, 둘을 생동감 있게 잘 뭉쳐주는 크래커. 놀라울 정도는 아니지만 이들 세 명 이름까지 더해졌기에 무난한 콜라보 음악이 아닐까. 


  최크롬 : 한 줄로 요약하자면, “서로 다른 음색이 적절한 하모니를 만들면서 반듯하게 청량함으로 귀결된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기에 곡에 군더더기가 없다. 그리즐리가 허스키한 음색으로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아주면, 청하가 그의 바톤을 받아 유연하게 기승전결을 이끌어낸다. 각자가 ‘트랙’에서 만들어내는 호흡은 ‘RUN’이라는 제목과도 어울린다. 아쉬운 점은 주제와 가사 쪽에서 오는 깊은 울림이 사운드에 비해 덜하다는 것이다. 요컨대, 스토리텔링이 약하다. 결과적으로 이 3분 남짓한 짧은 콜라보레이션은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이끌어냈으며, 그리즐리에게 대중적 인지도를, 청하에게는 한 층 더 확장된 아티스트적 이미지를 가져다주었다.



박지민 – ‘Stay Beautiful'



  무민 : 촉망받던 아티스트의 주체적인 성장을 지켜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을 것이다. 전작 [jiminxjamie]에서 박지민은 ‘jamie’라는 또 하나의 성숙한 음악적 자아를 만들어 내며 이전과는 다른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jamie’는 ‘박지민’의 폭발적인 고음과 밝은 에너지를 뒤로하고, 한껏 힘을 뺀 미니멀한 그루브와 R&B 창법을 주무기로 내세우며 그에 걸맞은 트랙들을 충실히 뽑아내고 있는데, 이번 곡 역시 그러한 ‘jamie’의 성장과정을 충실히 담아내고 있다. 


  다양한 악기와 다이내믹한 편곡에 묻히지 않고 그루비한 R&B를 말끔히 소화해내는 박지민의 가창은, 이미 다져질 대로 다져진 탄탄한 내공으로 인해 오히려 절제하는 듯한 느낌마저 풍긴다. 즉, 이 트랙에서 그녀는 가창력을 뽐내고 있지 않지만 곡을 듣는 내내 적절히 치고 빠지는 스킬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렇게 트렌디한 감각과 막강한 피지컬의 조화는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진정한 ‘완성품’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트렌디’하다는 것은 곧 대체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미 완벽하게 갖춰진 상태로 JYP를 떠나는 박지민의 음악이 과연 수많은 유사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제치고 리스너들의 ‘원픽’이 되기 위한 ‘한 방’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



셀럽파이브 - '안 본 눈 삽니다'



  호우 : 2000년대 추억을 고스란히 꺼낸 것이 이런 느낌일 것이다. 이번에도 이들의 행보는 한 시대를 그대로 복붙해 가져왔다. 2000년대를 자극하는 아련한 소스들과 과장된 감성은 촌스럽지만, 그마저도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또 하나의 이벤트라며 포장한다. 특히, 기억 속에서 아득했던 Narr. 설현이라는 글자는 박수부터 치고 본다.


  패러디 속에 음악을 숨겨놓는 이들의 열정은 ‘셀럽파이브(셀럽이 되고 싶어)’부터 익히 보고 들은 바가 있듯이, 이들만의 독보적인 컨셉은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복제가 답이 아니듯이, 더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해 보인다.



위키미키(Weki Meki) - 'Tiki-Taka (99%)'



  최크롬 : 그룹의 이미지와 곡 스타일은 안정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나, 달리 말하면 딱히 더 나아갈 것도 없다. ‘Tiki-Taka’는 독특한 제목과 트렌디한 사운드를 업어간다는 점에서는 좋은 시도였지만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니다. 보컬의 중심인 김도연과 지수연도 조금씩 안정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 곡의 흐름을 주도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보컬의 제한은 곡 소화력으로, 곡 소화력의 부족은 콘셉트의 경직으로 나타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솔루션은 두 가지다. 보컬과 랩, 댄스 같은 물리적인 능력치를 향상시킴으로써 틴크러쉬를 더 살리는 것(멋있게 보이려면 ‘잘’해야 한다). 그리고 비슷하지만 상위에 있는 우주소녀와 비슷하게 세련됨과 여성스러움을 가미하는 것이다. 전자는 여자, 후자는 남자 팬층을 강화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콘셉트와 곡을 모두 단순화시켜 10대들을 겨냥하거나.



핫펠트(예은) - 'Happy Now (Feat. 문별 of 마마무)'



  최크롬 : ‘쿨’한 주제의식과 가벼운 분위기의 R&B를 보아하니 아이유의 ‘삐삐’가 떠오르기도 한다. 'Happy Now'는 섹시미를 첨가했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헤어진 여자의 심경을 대변하는 냉랭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신스 사운드를 더한 훅은 이질적인 만큼 중독성이 있다. 하지만 치고 들어오는 신선함에 비해 곡의 밸런스는 어쩐지 붕 떠있는 느낌이다. 문별의 랩도 부산스러움을 크게 잠재우지는 못했다(차라리 그루비한 랩을 보여주었으면 더 나을 뻔했다). 간드러지는 보컬이 끌고 가는 훅의 멜로디 라인과 트리플렛 박자는 과한 느낌이 없지 않다. 빠르게 귀를 모으지만 이내 흡인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이 곡에서의 가장 큰 장점과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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