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관종별곡 Oct 08. 2019

관종들의 별별 곡 리뷰 (2019. 9) 上

볼빨간사춘기, 선미, 원어스, 지코


볼빨간사춘기 - '워커홀릭'



  크롬 : 볼빨간사춘기는 음색 위주로 운용하는 ‘달달한 감성’의 프레임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이는 전 미니앨범의 ‘여행’에서부터 지금의 ‘워커홀릭’까지 이어진다. 볼빨간사춘기의 스토리텔링은 청춘들의 판타지뿐만 아니라 현실까지 포함한다는 것은 이로써 분명해졌다. 스물다섯의 청춘은 더 이상 썸을 타지 않는다. 안지영의 보컬이 염세적인 감정을 잘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는 바깥세상을 향해 꾸준히 공감의 안테나를 켜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워커홀릭’의 우울함은 비단 이 곡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를 관통하며, 앞으로 볼빨간사춘기가 커리어를 통틀어 들려줄 본격적인 스토리텔링의 시작이다. 



선미 - 날라리 (LALALAY)


  호우 : 도입부에서 만나보는 잠비나이의 태평소는 선미의 곡임을 당당히 밝히는 바랄까. 새로운 사운드가 주는 강한 임팩트. 후렴에도 뚜렷히 박힌 주모가 떠오르는 사운드가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는 그녀답다. 하지만, 정형화된 패턴이 신선함을 반감시키는 건 사실. 3부작에 이어 유로파를 보이는 비슷한 리듬과, 쨍(?)하게 내리꽂는 선미의 트레이드는 어느 정도 예측이 되고 있으니 안타까울만하다. 


  흥얼거리리는 “라라리~”라는 콧소리와 “날라리”라는 중의적인 의미와 더불어 국악 사운드와 라틴향을 교차한 선미의 재치는 절로 박수가 나온다. 그리고 노래 후반에서 바뀌는 리듬과 더욱 날카로운 후렴의 목소리까지. 세세한 디테일이 파고들수록 쏙쏙 뽑아 나온다. 노래에서도 그녀가 가지고 있는 큰 욕심을 보이기에 그만큼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라는 게 음악계의 정설. ‘사랑’을 강박적으로 자제한다는 그녀가 노래의 방향을 어디로 향해갈지, 혹은 그러다 ‘사랑’이라는 가사가 나오는 날이 언제일지 나날이 그녀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원어스 (ONEUS) - <FLY WITH US>


  무민 : K팝 시장에서 ‘국악’이라는 카드는 대부분의 경우에서 평균 이상의 결과를 보장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는 오히려 꺼내기 조심스러운 승부수가 된 감도 없지 않다.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할 경우 가차없는 비교의 잣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어스의 ‘국악’ 승부수에는 꽤나 심도 있는 고찰의 흔적이 엿보인다. 동양적인 소스와 국악의 ‘흥’을 곡 전반에 직접적으로 끌어오면서도 이를 메인 트랩 비트와 절묘하게 겹쳐 놓는 방식을 택한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기존의 음악들이 한국적인 요소들을 특정 구간의 포인트 요소로 활용하거나 혹은 컨셉을 부각하기 위한 비쥬얼 측면에 치중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러한 시도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멤버들의 탄탄한 역량도 한몫했을 것이다. 다만 곡의 다이나믹하면서도 유연한 무드에 비해 다소 밋밋한 보컬 톤이 곳곳에서 몰입을 방해한다. 또한, 갑작스러운 컨셉의 변화는 멤버들의 소화력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당황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일명 ‘US 3부작’ 중 앞선 1,2부(발키리-태양이 떨어진다)를 거치며 빌드업 해온 그룹 특유의 분위기를 왜 3부에서 한순간에 뒤집어야만 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달을 향해 흥겹게 비상’하는 과정을 담았다고는 하지만, 부가 설명이 동반되지 않았을 때 전혀 와닿지 않는 반쪽짜리 스토리텔링은 오히려 아티스트와 곡의 매력을 온전히 즐기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지코 (ZICO) - <THINKING Part.1>


  무민 : 지코의 과거 음악들을 돌아봤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내뱉는 ‘래퍼’의 패기가 지배적으로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이 앨범에는 다양한 시점의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리릭시스트’이자 ‘스토리텔러’로서의 깊이가 단단히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해진 이야깃거리 만으로는 ‘지코의 첫 정규앨범’을 고대하던 (혹은 팔짱을 끼고 도마 위에 올라오길 기다리던) 이들을 만족시킬 수 없음을 그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1번 트랙 ‘천둥벌거숭이’에는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리드미컬한 미디움 템포의 신스와 그 사이를 빈틈없이 비집고 들어가는 멜로디랩이 어김없이 등장하지만, 드럼 소스를 이용한 변주와 과감하지만 흐름을 놓치지 않는 테마의 전환 등을 통해 익숙함 속 새로움을 선사한다. 그 뒤로 이어지는 ‘걘 아니야’의 여유로운 그루브를 통해 힘을 뺀 뒤, 곧바로 더블 타이틀곡 ‘사람’의 깊은 감성을 건드리는 메시지로 리스너들을 무장해제 시킨다. 무방비 상태의 청자들은, 과거 그의 믹스테잎을 연상시키는 ‘극’의 타이트한 래핑과 ‘원맨쇼’의 폭발적인 감정선에 어퍼컷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단 한순간의 지루함도 허락하지 않음으로써, 지코는 정성스레 준비한 이야기들을 화려하고 매력적인 포장지에 담아내는 데 성공하였다.



관종별곡 유튜브

최크롬 브런치

호우 블로그

무민 블로그


매거진의 이전글 관종들의 별별 곡 리뷰 (2019. 8.) 下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