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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십 Oct 31. 2020

홍콩에서 호캉스로 추석 나기

포 시즌스 호텔 홍콩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싱글일 때는 호캉스를 좋아한 적도 있었다. 아마 <여행의 이유> 속 김영하 작가와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나의 머리카락, 손톱, 발톱만큼이나 나의 일상, 일부가 된

눈에 익어버린 가구들과 집.


머리스타일은 지겨우면 바꾸고 손발톱은 네일로 기분전환하면 되지만 언제나  자리에서  일상의 배경이 되어주는 집과 가구들.


침대에 누워도 누운 자리에서 보이는 책상. 당장 일어나서 일을 마무리해야 할 것만 같은 마음에 누워 있어도 눕고 싶은 마음이 드는 우리의 .


어쩌면 집에서는 반복되는 매일의 과정  ""만 가능한 건지도 모르겠다.


여행지에서의 "쉬다"와는  다른 차원인 건지도.



그러나 결혼을 하고 아이와 생기고 난 이후의 호캉스는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짐을 꾸리고 푸는 일 온전히 나의 몫이니 평소에 하지 않아도 될 일 하나 더 는다는 생각에 귀찮기만 하더라.


또 아무리 1박 2일이더라도 가기 전 냉장고 정리도 해야 할 것 같고 화장실 청소도 왠지 해 놓고 가야 할 것 같고 돌아오면 빨래는 왜 그리 많이 쌓이는지.


달갑지만은 았던 호캉스.


그러다 어찌어찌 이번 추석에는 슬기로운 이웃사촌들과 함께 호캉스! 눈 딱 감고 떠나보았다.


포시즌스 홍콩
Four Seasons Hotel Hong Kong

2005 9 오픈, 399개의 객실,
홍콩섬 센트럴 IFC 연결
새하얀 빳빳한 호텔 침구를 보자마자 날라가는 기분!                                      집에서는 왜 저 기분이 나지 않을까
남의 집 놀러온 양 여기저기 구경도 해보고 하나씩 열어도 보고
손도 대지 않았던 웰컴과일과 네스프레소 커피, 에비앙
제일 마음에 들었던 넓은 화장실, 욕조, 샤워부스, 세면대도 두 개!
계속 나눠주었던 마스크와 추석맞이 어린이키트
무스텔라 베이키키트와 한국인 매니저님의 손글씨카드
미니바를 스스럼없이 이용하는 나, 어른인가요?
홍콩을 실감나게 하는 시티뷰
따뜻한 자쿠지까지 갖춘 수영장
수영장에서 보이는 카우룬 반도와 홍콩 바다
매일 매일 운동하고 싶었던 피트니스
운동보다 잿밥에 관심많은 1인
필라테스 기구와 개별 운동실까지
4층 식당의 조식 부페
1인 샐러드
Le Bordier 요거트까지!


처음엔 너무 작아서 에이 뭐야~했던 4층 조식 식당. 결론은 작아서 더 좋았다.


가짓수는 적었지만 그만큼 엄선한 퀄리티의 메뉴만 선보이고 있어 하나같이 다 만족스러웠다.


또 인상적이었던 건 한 사람 한 사람 밀착 마크하며 음식 뜰 때마다 대신해 주시던 직원분들.


마스크 쓰신 나이 있는 직원분들이 손님 한 분 한 분 전담해 음식 풀 때마다 그릇 들고 직접 도와주시니 뭔가.. 내가 사람을 고용하는 입장에 있지 않아서 그런가 좀 부담스럽기도. (  먹을  하나만 먹었다는)




—————-




날씨도 바람도 함께 모인 사람들도 그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던 포시즌스 호텔에서의 호캉스.


비록 집으로 돌아온 후 몰려드는 피곤함에 실신하듯 쓰러지기도 했고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도 녹두전, 송편, 갈비찜도 없었으나 


2020년 추석,

여느 해 추석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이 될 것만 같은

벅차오름이 마음 가득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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