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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십 Nov 25. 2020

Cupping Room Coffee Roasters

일요일 혼자 카페에 앉아 있으면

날이 너무 좋았다.
특별히 어디를 가고 싶었던  아니었다.
무작정 나가고 싶었으나 남편과 아이에게 어디로 함께 가자고 설득하는 일이 귀찮게 느껴졌다.

나를 위해 모두의 수고스러움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는 축구를 하고 싶을 테고 남편 역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테니 각자 원하는 일을 하는 휴일이 되길 바랬다. 어딘가로 나가고 싶었지만 반드시 함께일 필요도 없었고.

아니,  보단 선심 쓰듯 함께 나가 주는  마음이 피곤했다는   맞을  같다.  위해 우리가 애써, 네가 가고 싶은 그곳으로 나가 준다는, 옜다 하는  마음에 자존심이 상했다.  

혼자여도 충분히 괜찮은데
혼자여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함께라서 좋은  모두가 원할 때다.

그렇게 왔다.

어디로 갈까 하다 얼마 전 셩완에서 리가든으로 자리를 옮긴 “커핑룸(Cupping Room Coffee Roasters)”이 떠올랐다.


커핑룸은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쉽에서 2등을 차지한 
바리스타가 직접 원두를 로스팅하고 블렌딩하는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줄 서는 커피 + 브런치 맛집이다


리가든(Lee Garden One, 3F)에 위치한 새로 오픈이전한 커핑룸


라테 한잔을 시킨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다. 어차피 주변은 백색소음. 알아들을  없는 광둥어는 자체 노이즈 캔슬링 되고   읽기 시작한 책은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다.

딱딱한 카페 의자에 엉덩이가 아프기 시작할 때쯤, 주변을 둘러봤다. 친구들, 연인들, 백발의 노부부들도 보였다. 혼자 와서 열심히 노트북으로 일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래, 일요일. 오늘은 일요일이었다.

사실 일요일이라는   걸렸다.
혼자 어딘가에 들어가 무언갈 마시고 먹는 일은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일요일이라 나오기 , 5 정도는 고민했다.  

일요일에 굳이, 혼자, 카페에 나와 일을 하는 사람이 이해되지 않았다는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브래드쇼. 당시 동거 중인 남친과 싸우고 일요일에 카페로 도망치듯 나온 캐리는 그제야 그들이 이해되었다고.

혼자 있을 때의 집은 혼자만의 안식처인 동시에 고독의 울타리 같은 역할도 하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집은 휴일에 끼니 걱정 따위는 집어치우고 퍼질러 누워 있을 수만은 없는 공간이다.

 전날 휴일에 대한 기대감에 늦게 잠들었어도 어김없이 일곱 시면 누군가의 아침을 위해 일어나야 하고 가족인 동시에 타인인, 내가 아닌 누군가의 시선이 아침부터 밤까지 나를 좇는 공간.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혼자만의 간. 근데  혼자만의 시간도 가족을 위해 무언갈 해야 할 때가 많으므로 ‘완전히’ 자유롭기란 쉽지 않다.
 

신상 카페의 커피는 고소했다.
끝 맛에 산미가 느껴졌지만 진한 커피의 과 잘 어우러졌다.  읽느라 한참만에 커피 뚜껑을 열었더니 그새 라테아트는 모두 사라지고 없었지만.


엄마는 오늘도 응급실에 계신단다. 수술할지 여부를 오늘 알게  거라고. 집을 나오기  화장실 거울을 보며 생각했다. 예순 살 이후 엄마는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이대로 갑자기 엄마라는 존재가 사라져 버리면 어쩌지? 그럼  살아갈  있을까 엄마 없이?  인생에 엄마가 없는  가능이나 할까?


하지만  슬픈 ,  살아갈  있을 거라는 . 엄마 없이어떻게든 살아갈 거라는 것.

엄마와 어렸을 때부터  닮았던 .

나는 엄마의 분신일까. 딸이 해내는 작은 성취에도 온몸으로 기뻐하던 우리 엄마. 엄마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는데 이대로 일을 손에 놓은 채 남편과 아이를 내 삶에 중심에 두고 살아도 과연 괜찮은 걸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한국   선물을 사 가겠다는  말에  돈으로 네가 갖고 싶은   보태라는 엄마.  이야길 나눌 때에도 몸살이  아파서 집이라고 하셨는데. 철없이 내가 갖고 싶은 것들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나 보다. 벌써 아까부터 코를 훌쩍 거리는 일을 멈출 수가 없다. 일요일 카페에 혼자 앉아 책을 읽다 돌연 훌쩍이는 여자. 흔히들 말하는 사연 많은 여자가 이런 거구나 싶다.

돌아가야지 생각하면서도 싱크대에 가득 쌓여있는  냄비를 비롯한 설거지 거리를 생각하니 몇 분만 더 조금만 더 머무르다 가고 싶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을  설거지 거리가 내게 말하는 것만 같다.  역할은 이거라고. 잠깐 바람 쐬고 왔다면 어서 돌아와  의무에 충실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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