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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십 Nov 20. 2020

파리의 트러플 전문 레스토랑이 홍콩에!

Artisan de la Truffe


홍콩섬에 살다 보면 바다 건너 구룡반도는 잘 가지 않게 된다. 가로질러야 하는 바다가 생각보다 큰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하는지 어쩌다 한번 큰 행사(?)가 있지 않으면
웬만한 약속은 다 홍콩섬 내에서 해결한다.

그렇다고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다. 30분이면 간다. 홍콩은 지하철 시스템이 잘 되어있어 호선마다 갈아타는 동선을 최적화해 놓았다.

파란색 아일랜드 라인에서 빨간색 침사추이나 몽콕 가는 춘완라인 타는 건 한 스무 발자국만 가면 갈아탈 수 있도록 배치해 놓았다.

그런데도 왜 구룡반도를 잘 가지 않게 되는가! 구룡반도에 있는 것들이 다 홍콩섬에도 있어서?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더 높아서? 요즘은 관광객이 없어 덜하지만 몽콕 레이디스 마켓 한번 갔다가 인파에 깔려 죽을 뻔.

그런데 이제는 좀 자주 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바로 이 레스토랑 덕분에.


Artisan de la Truffe(아티장 들 라 트뤼프)
하버시티 오션터미널 3층에 위치한 “아티장 들라 트뤼프”


5일 전쯤 전화 했더니 이미 예약이 가득 찼다고.
다행히 워크인이 가능하다길래 오픈 시간 12시부터 가서 대기했는데 먼저 온 지인 말에 의하면 10분 전부터 이미 사람들이 줄 서 있더라고 했다.

식욕은 여전하지만 요샌 맛집에 대한 열망(?)은 별로 없는 편이다. 예전에는 그래도 새로운 레스토랑 가기 전에 미리 메뉴도 보고 검색도 해 보고 그랬는데 지금은 주소만 간신히 찾아보고 간다.

“Artisan de la Truffe”도 그랬다. 트러플 좋아하니 괜찮겠지 하는 정도지 별다른 기대감 없이 바다 건너 도착한 침사추이. 하버시티는 언제와도 헷갈린다. 끝에서 끝까지 걸어갔다. 주위에 길도 물어가면서.


입구는 좁았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굉장히 넓었다.

오픈 땡 하자마자 들어간 거라 다행히 사람이 많이 없어 내부를 찍을 수 있었는데 곧 홍콩 직장인들 점심 시간인 12시 반이 넘어가자 금세 바 자리까지 꽉 차더라.

워크인으로 간 우리에게 1시간 반 안에 식사를 끝내달라고 한다. 한국 사람에게 점심시간 1시간이면 식사는 물론 커피에 양치질까지 끝낼 수 있는 시간인걸 모르는구만.


커다란 통창으로 넘실대는 홍콩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다.


다만 낮에는 눈이 좀 부시다. 선글라스가 절실했다. 밥 먹다 잠깐 거울을 봤는데 얼굴의 모래만 한 잡티까지 자연광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더라는.

밤에 온다면 홍콩의 야경이 비치는 밤바다를 보며 로맨틱하게 식사할 수 있을 것 같다.


홍콩의 많은 레스토랑들이
런치와 디너 가격 차이가 큰 편이다.

낮에는 2코스, 3코스 세트 메뉴를 228 hkd(33천원), 268 hkd(38천원) 즐길 수 있다. 3코스엔 디저트 포함이지만 크림 브륄레와 오늘의 디저트가 초코 허니 케이크라길래 패스했다.



모르고 갔는데 메뉴판을 보니 프랑스 레스토랑이었다.
모든 메뉴에 트러플 쉐이빙이 들어간다고.

2코스 중 애피타이저는 버섯 수프(Champignon), 메인은 따글리아뗄 크림 파스타(Tagliatelle)를 시켰는데 식전빵부터 눈치챘어야 했다.

홍콩 웨스턴 레스토랑 중 제일 내 입맛에 맞았던 수프.  처음으로 수프를 바닥이 드러나도록 빵으로 닦아 먹은 듯하다. 덕분에 버터는 맛도 못 봤다.

메인으로 나온 파스타도 취저였다. 원래 밥도 설익은 밥을 좋아하는데 두껍고 굵은 따글리아뗄 면의 약간 설익은 맛! 씹는 맛이 있었다.

무엇보다 트러플 향이 가득 밴 소스도 진해 좋았다. 마지막 한 줄 남은 파스타를 면치기하는데 살짝 아쉬운 마음마저 들었다.



브런치에 올리려고 찾아보다 알았다.

여기 유명한 곳이었구나.

“Artisan de la Truffe”는 파리에서 온 트러플 전문 레스토랑 및 트러플 브랜드였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수확한 블랙, 화이트, 버건디, 써머, 브뤼말 트러플을 시즌별로 다양하게 사용하는 듯 했다. 심지어 화이트 트러플은 알바(Alba)산이라고.

홍콩을 비롯해 도쿄에도 지점이 있었다. 홍콩에는 2018년 말 즈음에 오픈했다. 트러플 오일, 트러플 소금, 트러플 머스타드가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며 한국에서 직구도 많이 하고 있었다.

제대로 알고 갔다면 제품도 좀 더 자세히 보고 오는 건데. 다른 일정 때문에 정신이 없어 사진도 발로 찍었네.

아쉬우니 한번 더 가야겠다. 그 땐 트러플 제품도 찬찬히 보고 사와봐야지. 디저트도 먹어보고 와인도 곁들여보고 봐야겠다. 그러다 갑자기 드는 생각. 그냥 홍콩섬에 매장 하나 더 내주면 안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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