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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십 Nov 30. 2020

Barista Jam_바리스타 잼

나의 맛집이 다른 누군가에도 맛집일까


존 리 아저씨가 그랬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커피부터 끊으라고.

커피는 끊을  있다. 어렵지 않다. 근데 아저씨가 모르는  하나 있었으니 커피보다  끊기 어려운 카페 중독.

집에서 내린 커피가 아무리 맛이 좋아도 나가서 마시는 카페가  좋은  왜일까. 아무리 싼마이 원두로 내린 커피라도  음악과 사람이 있는 카페, 생각만으로도 따뜻해진다.


어쩌다 커피까지 맛나다면 일상  보물을 발견한  신이 난다.  모금 마실 때마다 속으로 어깨춤을 춰본다. 커져가는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나오기  바리스타에게 소심하게 한마디 건넨다. 커피 너무 좋았다고, 감사하다고. 

일단 카페에 나가야 공부든 과제든 뭔가 유의미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때로는 카페 밖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 구경만으로도 좋다. 친구와 나누었던 이야기커피 향과 함께 마음속에 새겨진다. 집에선 손이  가는 책도 카페에 갖고 나와 읽으면 시간 순삭이다.

  전부터 셩완 Jervois 스트릿이 아주 조금씩 해지는 듯하다. 외관부터 뭔가 있어 보이는 카페와 베이커리, 맛집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뿌듯한 , 내가 키운  같은 느낌마저 드는 바리스타 잼이 확장 이전한 .


바리스타 잼
(Barista Jam)



홍콩의 카페와 맛집에 관한 포스팅을  때마다 고민스럽다. 내가 좋아하는 맛집이 과연  누군가의 맛집일  있을까.  

미식가도 아니고 업계 전문가도 아닌, 그렇다고 대중적인 취향을 가지지도 못한 내가 쓰는 카페와 맛집에 대한 글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홍콩맛집"이라기 보다 사실 "홍콩에서 내가 좋아하는 레스토랑 & 카페"라는 표현이  맞을  같지만 그러기엔 너무 기니까 그냥 편의상 "홍콩 맛집"이라고  뿐이다.

게다가 나의 취향은 대중적이지도 않았으니...

고등학교 등교 첫날,
반에 눈에 띄게 예쁜 친구가 있었다. 뽀얀 피부에 나른한 표정, 부스스한 머리.  눈에는  친구가 제일 뻐 보였다. 중학교 동창에게 했다.

" 너무 예쁘지 않니?"

그러자  바라보던  동창의 어이없던 눈빛.
그때부터  취향이 보통의 다수와는   다르구나 느꼈다.

바리스타 잼도 그랬다.
우연히 발견하고서부턴 일주일에  번은 갔던  같다.
 기준에서 너무 좋으니 친구들도 데려갔다. 서울에서 놀러  친구들도, 홍콩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도.

하지만 대부분 바리스타  보다  
 근처의 커핑룸을 훨씬  좋아하더라.

이렇게 취향이 다르다 사람마다. 아무리 가족 혹은 가까운 친구일지라도 커피 하나에도 취향이 갈린다.

금박지에 싸여 있는 달다구리들
희한하게 먹고 싶진 않다.
종종 주문했던 베이글과 머핀
La Marzocca GB5 / Strada EP
Cold Brew
다양한 원산지별 원두도 구매 가능하다


바리스타 잼은 스페셜티 원두로 로스팅하고 블렌딩 하는 카페이다. 원두는 물론 커피 관련 도구도 구매 가능하다.

드립 커피가 유명하다고 하지만 항상 아메리카노, 라떼, 플랫 화이트, 피콜로   가지 메뉴  하나를 주문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한번 시켰다가 강한 산미에 놀랬다. 피꼴로는 바쁠  종종 시킨다. 역시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라떼와 플랫 화이트.


홍콩 카페 업계도 치열한 경쟁사회 속 예외가 아닌 듯하다. 홍콩 카페들을 보고 있자면, 다른 카페와 어떻게든 차별화하기 위해 저마다 끊임없이 몸부림치는  같다.

스페셜티 원두를 취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후추 커피, 마누카 커피, 로즈 커피 등등 카페만의 개성이 드러난 시그니처 메뉴를 앞다투어 선보이고 있다.

반면 바리스타 잼이 가장 내세우고 있는 장르는 
아이스 드립과 핸드 드립, 혹은 콜드 브루. 
커피 본연의 맛에 집중하는  같아 이마저도 마음에 든다.

홍콩의 대부분의 카페가 그렇듯 바리스타 잼에서도 아침, 점심 메뉴를 팔고 있다. 보기만 해도 예쁜 달다구리 디저트 류까지도. 임대료가  홍콩, 이렇게라도 객단가 높이는   길인  같다.

라떼는 습관처럼 스몰로 시키다 후회한다. 특히 이날의 라떼가 그랬다.  모금이 아쉬워 천천히 아껴가며 음미했다.    시키기엔  위장이 견디지 못할  같아서.

음식 메뉴도 괜찮다고 하는데 그래 봤자 시키는  베이글 같은  종류뿐.  날은 파운드케이크를 시켰다. 생각보다 달지 않아 좋았고 무엇보다 라떼  모금에   . 입안에서의 조화가  좋았다.


예전 지점은 매장 내부가 엄청 어두웠다.  읽는  상상도   없을 만큼. 다행히 이전한 장소는 넓고 밝다.

커다란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고 있노라니 와인 오크통 같은 칸막이가 눈에 띈다. 이걸로 가린다고 코로나가 가려질까.  사람은 가려져 좋았다. 마치 예전 열람실 칸막이처럼.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시간의 셩완은  있기만 해도 어지럽다.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쏟아진다. 좁고 낡은 빌딩이 모여있는 셩완,  어디에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었는지.

카페로 들어온 직장인 무리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일어선다. 그대로 나가려다 굳이 다시 카운터로 다가갔다. 바리스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그는 커피 만드는 본인의 일을 했을 뿐이고 손님인  대가를 지불하고 커피를 마셨을 뿐이지만 그가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맛있는 커피를 마실  있었다.

그가 다른 카페와 차별화, 차등화하려고 노력한 덕분에  취향의 카페를 만날  있었던 것이. 똑같은 원두를 받아 똑같은 돈을 번다면 바리스타 잼도 커핑룸도 없었겠지.

그냥 요즘 뉴스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차등이  나쁜 것일까.
평등이 차등보다 과연 정의에  가까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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