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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십 Dec 18. 2020

CoCo Espresso_코코 에스프레소

개취존중


홍콩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아이가 친구 이야길 하면 늘 가장 먼저 나오던 첫마디,


걔는 어느 나라 사람이니?



그럼 아이는 대부분 모른다고 했다. 혹은 엄마는 왜 그런 걸 궁금해하는지 도통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 나도 궁금했다. 왜 그게 그렇게 궁금했을까.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는 친구의 축구 실력을 이야기하고 그가 보유한 게임 아이템을 말하는데 엄마는 여전히 그 아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어떻게 생겼으며 동생이나 누나가 있을까.  아이의 오리진, 근본, 스토리가 궁금하다.
 
카페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우연히 들른 카페, 딱 내 취향의 카페를 만났다면 이렇게 맛난 커피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디서 온 원두인지 그 카페만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관계(rapport) 형성할   시작점은  사람 혹은 사물에 대한 호기심인가. 그 호기심은 아마도 나란 사람에게는 "어디"에서 "어떻게" 왔을까 궁금해하는 것으로 나타나나 보다.
 
코코 에스프레소가 그랬다.

자주 가는 셩완 Jervois 스트릿. 한동안 공사 소음의 주범이었다. 땅을 파는 드릴 진동에 셩완 일대가 지진이라도 난 듯했다. 지리한 공사 끝에 드디어 문을 연 코코 에스프레소.



외관부터 감이 왔다.
여긴 분명 카페 맛집이다!

오픈 초기엔 질소 커피를 내세우는가 싶더니 요새는 드립 커피에 주력하고 있는 듯하다. 커피는 물론 선보이는 베이커리도 수준급이다.


주말 아침 커다란 개를 옆에 두고 느긋하게 브런치를 즐기는 노란 머리 외국인들을 볼 때면 여기가 홍콩인지 시드니인지 헷갈린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뛰쳐나와 시드니로!

코코 에스프레소의 창업자 Johnson Ko MTR (홍콩 철도_정부 소속 공기업)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던 회사원이었다.

당시 여느 홍콩 사람들처럼 홍콩식 커피만 맛보다 홍콩에 진출한 스타벅스 커피를 처음 마셔보고 충격이었단다. , 서양인들이 즐기는 맛이 이런 거구나 했다고. 하지만 당시 돈이 없었던 사장님. 그런 그에게 스타벅스에서의 커피  잔은 사치였다고 한다.

직장을 박차고 나와 시드니로 날아가 커피숍을 운영하시던 삼촌 밑에서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다.

  잔의 플랫 화이트와 드립 커피 끝에 드디어 2012,  홍콩으로 돌아와 코코 에스프레소를 차린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매일 진일보하는 커피

홍콩  6 매장을  어엿한 사장님이  Johnson Ko.  지금도 끊임없이 다른 동료 바리스타들과  나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배우는 중이라고 한다.  인상적이었다. 그것도 직원들을 가르치는  아니라  명의 학생으로서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커피야말로 집단지성의 힘으로 어제보다 나은 수준에 도달할  있다고 믿고 있단다.

맛의 비밀은 며느리도 모르게 한다는  이제 옛말이 되었을까.   전부터 회자되어 오던 컨버전스, 융합, 집단지성은 커피업계에서도 예외가 아닌가 보다.



플랫 화이트와 레드벨벳  조각
 
분명 난 얼죽아였는데 언제부터인가 라테 혹은 플랫 화이트, 그것도 따뜻하게 마시고 있다. 자연스럽게 홍콩 패치가 붙었나.

코코 에스프레소의 플랫 화이트는 부드럽다. 밸런스가 좋았다. 혼자여도 좋은데 케이크나 달다구리와 함께여도 아메리카노만큼 잘 어울린다.

피꼴로는 예전 시드니 여행에서 들른 카페 맛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아메리카노는 산미가 약하고 고소했다.

이 날 커피보다 더 감동받았던 건 레드 벨벳 케이크. 다른 베이커리 류는 특별하기보다 나쁘지 않다 수준이었는데 레드 벨벳 케이크는 컵케이크 전문점 Sift_시프트나 Twelve_트웰브보다도 훨씬 좋았다.

지나치게 달지 않고 촉촉하면서도 폭신했다. 커피 맛있게 마시려고 시킨 디저트였는데 마치 서브 남주가 시청자 반응으로 주인공 자리 꿰찬 것처럼 남은 부스러기 한 톨까지 소중히 긁어모아 입에 털어 넣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이라 그런지 주변 회사원들이 많이 보였다.

말끔하게 슈트를 차려입은 청년은 아까부터 노트북 화면 속 차트를 심각한 표정으로 수정 중이다. 밖에는 줄담배를 태우며 담소를 나누는 부스스한 머리에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을 한 언니들. 한쪽 구석엔  착하게 생긴 닥스 훈트가 주인이 에스프레소 한 잔을 다 비울 때까지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다.

CoCo Espresso_코코 에스프레소는 Barista Jam_바리스타 잼과 함께 셩완에서 가장 좋아하는 카페이다. 코코 에스프레소는 코코 그대로 좋고 바리스타  역시 그만의 개성이 있어서 좋다.



 걔가 좋아? 의 “왜”는 그만!


가끔 보는 유튜버가 있다. "레어리"라고. 연예인의 얼굴형, 체형을 분석해 왜 그 사람에게 이런 헤어스타일이 어울리는지 저런 메이크업은 어울리지 않는지 분석해 주는 영상을 올리곤 했다.

사실 연예인이야 다 예쁜지라 그다지 큰 감흥이 없었는데 요즘은 일반인들 컨설팅 영상을 주로 올린다. 보고 나면 드라마틱 한 변화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자신만의 개성은 덮어둔 채 청순한 긴 생머리, 웨이브 머리, 유행하는 숏컷만 따라 하던 영상 속 주인공들은 "레어리"의 컨설팅으로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는다. 예쁘다기보다 매력적으로 변한다. 비포와 애프터가 과연 같은 사람이 맞는지 신기할 정도다.

소셜 네트워크를 빼놓고 이야기할  없는 요즘, 나보다 남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 안에 숨겨진 보석 같은 장점을 찾기보다 누가 봐도 예쁘고 멋있는 다른 사람 사진에 좋아요 누르기 바쁘다. 나도 마찬가지. 이왕이면 예쁜 여배우가 나오는 드라마가 좋다.

근데  예쁘다는 기준이 저마다 다름에 많이 놀랄 때가 많다.

친구들과 모인 자리에서 연예인 이야기할 때면 특히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를 두고 다른 누군가는 도대체 왜 자꾸 티브이에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누구는 무쌍의 하얀 얼굴이 좋고 또 다른 누구는 짙은 쌍꺼풀의 까만 피부가 좋다고 한다.

취향이 이렇게 다르다. 나이가 한 살씩 더해질수록 더욱 실감한다. 그래서 결론은, 예쁘지 않은 나도 좋고 코코 에스프레소도 좋고 바리스타 잼도 좋다는 거.

좋은 거에 우열 가리기는 접어 두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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