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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십 Feb 08. 2021

통역사는 얼마나 벌까?

돈이 목적이라면
절대 통번역사 하지 마세요!



한창 통번역대학원을 준비하던 시기, 네이버 관련 카페에서 이런 글을 봤다. 어느 선배 통번역사가 올린 글이었다.

하아. 자기는 이미 통번역사 되었다이건가.

그저  팔자 좋은 배부른 소리로만 들렸다. 어쩌면 시작도 전에 김새기 싫어 모른척 눈감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부의 기준이 나랑 다를 수 있다고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뇌리에 남아있는 그 말.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그 때 눈치 챘어야 했다고.



통번역센터의 요율표


가장 대표적인 국내 두 대학원 통번역센터의 요율표. 언어별 상황별로 자세히 정리되어 있다. 대부분의 통번역사가 일 시작에 앞서 아래 기준을 바탕으로 요율을 협의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센터 통역 요율표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센터 번역 요율표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센터 동시 통역 요율표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센터 번역 요율표


이외에도 영상물 번역, 출장비 기준 등 더 구체적인 내용각 통번역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으며 통번역도 센터에 직접 의뢰할 수 있다.


<한국외대 통번역센터 요율표>

<이화여대 통번역센터 요율표>



요율이 생각보다 센데?


언뜻 위 요율만 보면, “뭐야, 동시 통역 한번 잠깐 하고 하루에 몇 십만원? 돈 벌기 껌이네.” 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통번역 역시 체력과 정신을 갈아 넣어야 하는 일이다.

1. 입만 가져가는 통역? No!

일단 통역 일정이 잡히면 적어도 최소 일주일간은 그 분야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제 아무리 성능 좋은 노트북을 갖다줘도 가장 기본적인 기능만 쓰는 IT 1도 모르는 내가 한번은 KT가 가봉 에서 추진하는 ICT 프로젝트 통역을 맡았다.

빠듯한 준비 기간 안에 그 업계가 쓰는 용어는 물론이고 관련 뉴스 기사, 한국과 가봉 간 역사와 유명 인사들까지. 알아야 할 게 그야말로 천지삐까리다.

드디어 프로젝트 개회식 당일. 갑자기 소환된 가봉 대통령의 방한 추억. 나만 빼고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그 때의 기억들. 어두운 동굴 더듬거리며 길 찾는  장님이 된 심정이었다.

가끔 동료 통역사들끼리 농담하곤 한다. 제대로 된 준비를 못하고 일 들어갈 때 "입"만 가져가는 통역이라고. 통역할 때 "입"만 가져가서는 망하기 쉽상이다.


@erikmclean / unsplash.com



2. 일은  몰려 온다.

친구가 물었다. 그럼 넌 일주일에 3번만 일해도 백만원은 버는 거 아니냐고 좋겠다고 한다.

세상일이 산술적으로 그렇게 탁탁 답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통역은 특히 몰리는 시즌이 있다. 생각해보라. 심포지엄, 세미나 등 각종 행사가 언제 주로 열리는지. 봄, 가을이다.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하면 좋으련만 이 일도 저 일도 다 같은 날짜에 해달라고 한다. 그렇다면 둘 중 요율이 센 일을 골라잡고 싶지만 도리가 아니니 먼저 약속한 일을 하기로 한다. 뒤이어 들어온 일이 돈도 더 많이 주고, 더 하고 싶은 일이어도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다.

그런데 또 그러다 먼저 약속한 일이 취소되기도 한다. 주최 측 사정상 취소 되었다는데 낸들 어쩔 것인가. 이렇게 어디다 하소연도 못하고 들어온 일 모두 다 날려버리기도 한다.

3. 여름엔 모두가 쉰다. 

휴가와 바캉스에 목숨 건 듯한 프랑스인들.

7,8월엔 일이 없다.

다들 놀러가느라 프로젝트는 쉬거나 뒤로 밀린다.

아무리 나머지 달에 돈을 많이 번다 한들, 7,8월 두 달이나 수입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것이다.

@nao_takabayashi / unsplash.com



4. 별 걸 다 하는 통역

직장인에겐 그래도 유급휴가라는 게 있다. 아프면 눈치는 좀 보이겠지만 병가내면 그만이다. 우린 다 안다. 회사는 나 없이도 잘 돌아간다는 것을.

그러나 통역 현장에서 통역사는 유일하게 나 혼자다. 화장실 가고 싶어도 타이밍 잡기가 어렵다. 그 아무리 비싼 점심을 사주어도 입에 넣고 말할 수 있는 음식만 조금 맛만 봐야 한다. 직장 생활 할 때도 가기 싫었던 회식. 말짱한 정신으로 그들의 고주망태 꼬인 말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하고 가끔은 노래방에서 소리도 지르며 통역해야 한다.


5. 업무 보람은 최상!

너무 앓는 소리만 한 거 같다. 몸은 피곤하고 돈은 기대보다 덜 벌지만 그래도 직업 보람 측면에선 최상이다.

무사히 프로젝트를 마무리 하거나 내가 한 번역물이 입찰 되었다는 결과를 들을 때면 그 뿌듯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고객에게 들은 칭찬 한마디는 하루 종일  들뜨고 설레게 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불러주는 행사가 있으면 혼자 조용히 자축하기도 하고 원수 같이 징글징글 했던 번역물의 진짜진짜진짜최종버전을 볼 때면 그간의 스트레스가 녹아 사라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




통역 뿐 아니라 모든 일에 돈이 목적이 된다면 행복하기 어렵지 않을까. 그 때 그 선배의 말이 맞다는 생각도 든다.



한 때는 돈벌려면 금융권으로 취업을 하던가 장사를 했어야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분들도 가까이서 보면 저마다의 고충을 안고 살아가겠거니 한다.

세상에 쉽지 않은 일이 어딨으며 기대보다 잘 버는 일이 어딨을까? 있다면 나에게도 살짝 귀뜸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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