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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십 Mar 30. 2021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괜찮을까

통번역대학원을 나왔다고 모두가 통번역사가 되는 건 아니다. 그동안 공부한 통번역을 바탕으로 또 다른 전공의 대학원, MBA나 로스쿨로 진학하기도 하고 혹은 일반 기업 공채로 취업하기도 한다.


그래도 대부분의 선택은 통번역사.


활동하는 형태는 크게 두 가지, 프리랜서와 인하우스이다. 인하우스는 통역사, 번역사를 고용하는 회사에 들어가 그 회사의 직원으로서 통번역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프리랜서의 장점이야 이미 모두 잘 알고 있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으며 업무 공간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으면 쉬어도 된다는 것.


십 년 전에도 프리랜서는 모두가 꿈꾸는 직업의 형태였다. 요즘은 더한 것 같다. 1인 기업이다, 디지털 노마드다 해서 프리랜서와 비슷한 형태의 업무 방식이야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최적화된 대세라며 관련 책과 영상만 해도 차고 넘친다.


방송국 아나운서들의 연이은 프리랜서 선언만 봐도 프리가 확실히 월급 생활자의 종속된 삶보다는 나은가 보다.



***



대학원 들어가기 전 직장 생활도 나쁘지 않았다. 90년대생들에게 비할 바는 아니지만 2000년대 중반에도 취업은 어려웠고 면접의 관문도 보통 세 네 단계는 거쳐야 했다.


서류부터 최종 임원 면접까지 그렇게 몇 개나 되는 회사 채용 전형을 치르다 보면 심신이 다 지쳤다. 그냥 아무 데나 뽑아주기만 했으면 눈썹 휘날리게 열심히 일하리라 다짐하곤 했다.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회사, 아침에 눈 뜨면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게 신이 났고 월급으로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끈끈한 우정의 동기들이 생긴 것도 좋았다.


그때부터 생각했다. 난 프리랜서 과는 아니구나, 전형적인 회사원의 라이프 사이클이 맞는 사람이구나. 평생 적게 벌고 오래 일할 팔자인가 했다. 그러니 대학원 졸업 후 인하우스로 들어간 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변수.


통번역사를 고용하는 대기업은 대부분 하청을 주는 거라 월급이 작고, 연봉이 괜찮은 중소기업들의 재정 상태는 좋지 못했던 것.


월급이 자꾸 밀리던 통역사로서의 첫 직장, 결국 그만두고 나왔다. 본의 아니게 그렇게 등 떠밀리듯 시작한 프리랜서로서의 삶.


그렇게 회사 관두고 프리랜서로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내 친구는 여전히 회사 생활 중이고 나름 회사가 주는 안락함을 즐기던 나는 프리랜서를 시작하고.

인생 참 알 수가 없다.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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